정복자 윌리엄의 공성조차 뚫지 못한 성벽과 성채 뒤편에는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꼽히는 중세 마을 생트쉬잔(Sainte-Suzanne)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에르브(Erve) 계곡을 굽어보는 암석 노두 위, 코에브롱-마옌(Coëvrons-Mayenne) 예술과 역사의 나라 한가운데 위치한 이 마을은 깊은 역사만큼이나 독보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가족 단위 역사 탐방의 이상적인 명소인 동시에, 약혼한 부부의 수호성인인 성 수잔나의 자비로운 가호 아래 연인들에게도 더없이 좋은 곳입니다.
중세의 기원: 요새화된 마을의 이야기
생트쉬잔의 유적은 11세기 요새 이전, 봉건 시대보다 훨씬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수많은 켈트족 유물은 고대로부터 이곳에 사람이 정착했음을 보여주며, 마을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있는 '돌멘 데 제르브(Dolmen des Erves)'는 기원전 4천년기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데파르트망에서 가장 오래된 기념물입니다. 무엇보다 최근의 고고학 발굴은 이 도시의 기원이 기원전 5~6세기경까지 올라감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발굴을 통해 성벽 기슭에서 '유리화된 돌(vitrified stone)'이 발견된 점도 주목할 만합니다. 주로 스코틀랜드와 헝가리에서 성벽 기초에 사용된 이 고대의 벽 강화 기술은 로마인들에게 채택되었으나, 오늘날 연구자들도 재현하지 못하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습니다.
요새화된 마을로 불리는 생트쉬잔의 위상은 바로 이 기원에서 비롯됩니다. 11세기 보몽(Beaumont) 자작이 성곽을 축조하면서 마을은 봉건 시대의 중심지로 발전했고, 1083년부터는 정복자 윌리엄의 공격 대상이 되었습니다. 윌리엄은 무려 4년 가까이 요새를 포위했지만 결국 함락에 실패했고, 역설적으로 이 포위전은 수비 측의 부를 불려주기만 했습니다. 생트쉬잔의 수비군은 노르만 귀족들을 몸값으로 풀어주기 위해 반복적으로 포로를 잡았으니까요.
윌리엄이 사망하자 그의 상속인들은 적대 행위를 접었고, 생트쉬잔 성은 정복자의 정복에 끝내 굴복하지 않은 유일한 요새로 기록되었습니다. 이후에도 도시는 요새화를 이어갔으며, 백년전쟁 기간에는 영불 간 충돌이 되풀이되는 요충지가 되었습니다. 성벽은 초기 포병의 공격으로 손상을 입기도 했습니다. 잔 다르크의 동료 앙브루아즈 드 로레(Ambroise de Loré)가 방어하던 이 도시는 1425년 영국의 노르망디 사령부에 점령되었고, 1439년에야 프랑스군이 탈환합니다. 흥미롭게도 탈환의 계기는 영국 군인과 수잔네즈(Suzannaise) 여인의 결혼 덕분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백년전쟁 이후, 종교전쟁 때 리그(Ligue) 세력에 의해 다시 포위된 것을 제외하면 생트쉬잔은 오랜 평화를 누렸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 경제는 농업, 축산, 공예 등으로 다각화되었습니다. 방문객은 연합 박물관을 통해 도시의 역사를 추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성 방문을 통해 건축·유산 해석 센터(CIAP)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생트쉬잔 성
경계 성벽이 14~15세기에 지어진 것이라면, 성 자체의 역사는 17세기로 넘어갑니다. 앙리 4세의 신하 기욤 푸케 드 라 바렌(Guillaume Fouquet de la Varenne)은 1604년 프랑스의 마르그리트 왕비로부터 구입한 옛 요새의 폐허 위에 이 성을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1610년 '선왕' 앙리 4세가 암살되면서 푸케 드 라 바렌은 실각했고, 계획은 결국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그 시절 완성된 유일한 부분은 르네상스 양식과 고전 양식 사이에 자리한, 그랑 시에클(Grand Siècle) 건축의 특징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본관뿐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낡고 거대한 성채가 11세기의 폐허로 남아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즉, 건축·문화유산 해석 센터가 자리한 아름답지만 소박한 저택인 셈입니다.
생트쉬잔 성의 역사와 유산을 알리기 위한 데파르트망의 복원 프로젝트는 단순한 박물관이 아닌 CIAP(건축·유산 해석 센터)의 형태를 택했습니다. 이 공간은 방문객에게 마옌 유산에 관한 자료실과 정보 데이터베이스를 제공하는 한편, 행사·회의·토론회를 기획하고 기획전을 정기적으로 새롭게 마련하며 마옌 문화유산을 조명하는 등 방문객과의 소통을 무엇보다 중시합니다.
장애인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CIAP는 마옌의 모든 유산을 선보이며 모든 관객과 소통하고자 하는 열망을 보여줍니다. 성의 일부가 분명 생트쉬잔의 역사와 연결되어 있지만, 이곳에서 건축·고고학·자연유산을 통해 재미있고 인터랙티브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바로 마옌 데파르트망의 30만 년 역사이기 때문입니다.
생트쉬잔: 역사 속으로 들어가다
매력적인 중세 도시 생트쉬잔에는 관광 명소가 많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14세기 오두막에 마련된 '연인의 별장'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는 약혼자의 수호성인이라는 위상을 잘 살린 예입니다. 성을 통해 데파르트망의 역사를 다각도로 깊이 체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자갈길 미로, 옛 소금 저장고 같은 고색창연한 건축물 사이에서 도시의 중세와 근대가 공존하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탑과 성벽을 따라 걷는 산책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또한 남녀노소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을 고딕 서예·장식 필사(일루미네이션) 워크숍, 중세와 르네상스 무기 시연, 비누 만들기 공예 체험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활동들이 방문객의 여행을 한층 풍성하게 만들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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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옌 데파르트망의 생트쉬잔 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