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3년 1월 6일, 농부이자 아마추어 고고학자였던 모리스 무아송(Maurice Moisson)은 르네 조프루아(René Joffroy)와 함께 프랑스 부르고뉴 북부의 작은 마을 빅스(Vix) 인근, 몽 라소아(Mont Lassois) 요새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센 강을 내려다보는 언덕 위에 자리한 이 요새화된 거석 유적은 신석기 시대부터 사용되어 왔습니다. 기원전 6세기에는 여성 귀족이 이곳을 다스렸는데, 그녀는 지리적으로 특권적인 위치를 바탕으로 이탈리아 반도와 영국 제도를 잇는 오래된 주석(錫) 무역로를 장악하고, 그 길을 오가는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징수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고분(古墳)이 무아송의 주의를 끌었고, 그는 다음 날 고분 발굴을 시작한 조프루아에게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발굴 결과, 두 사람은 직경 38미터, 높이 약 1미터의 돌과 흙으로 덮인 고분 아래, 약 4제곱미터 크기의 원형 매장실 안에서 켈트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무덤 중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무덤에는 기원전 6세기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30~35세 여성의 유해가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그녀의 시신은 청동 아플리케로 장식된 바퀴 달린 의례용 마차 위에 놓여 있었으며, 수많은 보석과 큰 돌·호박 구슬로 만든 목걸이, 팔찌, 토크(torque), 청동 브로치를 착용하고 있어 그녀가 공주 혹은 여사제였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합니다.
이 무덤은 철기시대(기원전 6세기 말)에 속하며, 중부 유럽에서 프랑스와 발칸 반도 전역으로 확산된 할슈타트 문화 말기의 매장지입니다. 놀랍게도 이 무덤은 단 한 번도 도굴되지 않은 채 온전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무덤에 함께 봉안된 보물 중에는 현재 빅스의 크라테르(Krater of Vix)로 알려진 그리스 기원의 대형 그릇이 있었습니다. 이 그릇은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고대 청동 용기 중 가장 큰 것으로 꼽힙니다. 리아체 청동상 관련 기사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고대 청동 예술 작품 가운데 현존하는 것은 극히 드뭅니다.
빅스 크라테르의 높이는 1.64미터(참고로 곁에 안치된 공주의 신장은 1.60미터), 최대 직경은 1.27미터에 이릅니다. 무게는 무려 208킬로그램에 달해, 연구자들은 그 용도가 포도주와 물을 섞는 데 쓰이던 일반적인 그리스 도자기 크라테르와 달랐으며, 약 1,200리터의 액체를 담을 수 있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실제로 이 크라테르는 일부 게르만 부족의 여사제들이 제물의 피를 받아 모으는 데 사용했던 의식용 가마솥과 비교되기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뚜껑 중앙에는 키 약 19센티미터의 작은 여성상이 얹혀 있는데, 이 여성은 머리와 어깨를 베일로 가리고 한 팔을 뻗은 채(아마도 지팡이를 들고 있었을 것으로 보이나, 해당 부분은 현재 유실됨) 예언자 혹은 여사제를 연상시키는 모습입니다.
이 조각상은 크라테르 나머지 부분의 장식과는 확연히 다른 양식을 보입니다. 또한 뚜껑에는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액체를 걸러내는 용도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초기 고전 양식의 이 크라테르는 기원전 520~510년경 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작지는 이탈리아 반도 남부, 마그나 그라이키아(Magna Graecia)의 코린트 식민지 중 한 곳에 있던 공방으로 여겨집니다. 크라테르는 여러 개의 조각을 정교하게 조립해 만들어졌으며, 벽체의 평균 두께는 1~1.3밀리미터에 불과할 정도로 얇습니다.
두루마리 형태로 솟아오른 손잡이 하나의 높이는 55센티미터, 무게는 각각 46킬로그램입니다. 손잡이에는 혀를 내밀고 으스대는 고르곤(Gorgon)이 장식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크라테르의 목 부분에는 그리스 얕은 부조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프리즈(frieze)가 둘려 있는데, 마차꾼이 끄는 8대의 전차와 그 뒤를 따르는 중장보병 행렬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습니다.
제작된 지 약 30년 후, 이 크라테르는 '빅스의 여인(Lady of Vix)'의 무덤에 봉안되었습니다. 이후 고분 아래 무덤의 존재가 빠르게 잊히는 사건이 있었고, 바로 덕분에 1953년 재발견될 때까지 온전한 상태로 보존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발굴 현장에서 출토된 모든 보물은 노트르담 드 샤티옹(Châtillon-sur-Seine)의 샤티요네 지역 박물관(Musée du Pays Châtillonnais)에 전시되어 있어 누구나 그 화려함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