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메 미술관(Musée Guimet)은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미술관(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으로, 동양과 극동 문명의 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세계적인 박물관입니다. 1945년부터 국립박물관 연합의 아시아 부문을 맡고 있으며, 박물관이자 연구·학습 센터로서 현지 발굴단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방대한 전문 도서관과 정기 간행물 <아시아 예술(Arts Asiatiques)>을 발간합니다. 앙코르의 친구들 협회(Association des Amis d'Angkor) 등 애호가·전문가 단체의 본부이기도 합니다. 1996년부터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2001년 재개관했습니다.
리옹에서 파리로: 기메 미술관의 탄생과 이전
1879년, 동양학에 조예가 깊은 실업가 에밀 기메(Émile Guimet, 1836~1918)가 고향 리옹에 동양의 종교와 문명을 알리기 위해 박물관을 세운 것이 시초입니다. 1885년 소장품을 국가에 기증하고, 파리 16구 루아시에르 가(rue Boissière)와 이에나 대로(avenue d'Iéna) 모퉁이에 샤를 테리에(Charles Terrier) 설계의 건물을 지어 옮겼습니다. 1889년 사디 카르노(Sadi Carnot)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개관했고, 1927년 프랑스 박물관 국 산하로 편입되면서 트로카데로 인도차이나 민족학 박물관 소장품이 1931년까지 순차 이관되었습니다.
1928년 국립박물관으로 승격된 후, 에두아르 샤반(Édouard Chavannes)의 산시(陝西) 출토품, 폴 펠리오(Paul Pelliot)의 중국 투르키스탄·간수 유물, 조제프 아캥(Joseph Hackin)의 아프가니스탄 유물 등 프랑스 탐사대가 아시아 각지에서 가져온 유물로 컬렉션이 풍성해졌습니다. 1945년 루브르 박물관 아시아 미술 부문 소장품을 인수하는 대신 자관의 그리스·로마·이집트 소장품을 넘기면서, 기메 미술관은 명실상부한 '국립아시아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1996년 대대적 리노베이션과 재개관
1996년 프랑스 박물관 국 주도로 앙리·브뤼노 고댕(Henri et Bruno Gaudin) 형제 건축가에게 맡겨진 전면 개조 공사는 4년간 이어졌습니다. 2001년 1월 재개관한 미술관은 총 4만 5천 점 소장품 중 약 3,500점을 5개 층에 지리적·연대순으로 체계적으로 배치했습니다.
입구에서 마주하는 거대한 나가는 앙코르 프레아 칸(Preah Khan) 동쪽 회랑의 남쪽 난간(거인의 둑)을 1873~74년 발굴자 루이 들라포트(Louis Delaporte) 중위가 해체해 온 것으로, 1878년 만국박람회 전시 후 처음 공개되었습니다. 사암 31개 블록, 13톤에 달하는 이 조각은 건물 중앙의 이중 나선 계단과 함께 미술관의 상징적 랜드마크입니다.
아시아 예술을 아우르는 컬렉션
동남아시아 관: 크메르·참파·타이·라오스·미얀마·베트남·자바·수마트라
1층(지상층) 대형 천창 아래 크메르 조각상이 장엄하게 펼쳐집니다. 배경에는 967년경 반테이 스레이(Banteay Srei) 성소의 페디먼트가 서 있으며(1936년 프랑스 극동학원 기증), 크메르·참파 미술 컬렉션은 프놈펜 국립박물관 다음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합니다. 이를 중심으로 수코타이·아유타야 등 태국 미술, 라오스 유물, 바간 후기 미얀마 작품, 베트남 고기 청동기·도자기, 자바·수마트라의 테라코타·청동·석조 화산석 조각 등이 입체적으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인도 관: 인더스 문명부터 무굴 제국까지
인더스 문명 유물, 마투라파(Mathura) 분홍 사암 나가라자상(2세기), 아마라바티파(Amaravati) 스투파 장식판, 굽타 시대 부조, 촐라 시대 시바 나타라자 청동상(춤의 왕), 데칸파 조각 등 인도 미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줍니다. 1층 그래픽 아트 로툰다와 나폴레옹 3세 양식 옛 도서관 홀에는 장·크리슈나 리부(Jean et Krishnâ Riboud) 기증 무굴 인도 직물·은세공·장신구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 홀은 1905년 에밀 기메 생전에 마타 하리(Mata Hari)가 '브라만 무용'을 선보인 역사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티베트·중국·일본·중앙아시아 컬렉션
티베트·네팔·간다라·베그람 보물
2층에는 구아슈 회화, 탱카(Thangka), 네팔·티베트 청동상 컬렉션이 있으며, 1989년 리오넬 푸르니에(Lionel Fournier) 기증 히말라야 미술 컬렉션으로 한층 보강되었습니다. 같은 층에 간다라 미술(알프레드 푸셰 컬렉션), 인도 상아 조각, 그리스·로마 블로운 글라스, 베그람 보물(1937년 아프가니스탄에서 리아·조제프 아캥 발굴)의 중국 칠기 등이 함께 전시되어 동서 문명 교류의 흔적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중국 관: 신석기부터 명나라까지
양샤오(仰韶) 문화 토기, 상·주(商·周) 시대 청동기·옥기, 한나라(漢) 토용(사천성 말·궁녀상), 당나라(唐) 실크로드 방(1995년 자크 폴랭 기증), 위·송·원·명 시대 조각상이 연대순으로 배치되어 중국 미술사의 대장정을 따라갈 수 있습니다.
중앙아시아(세린디아) 불교 미술: 둔황 막고굴
타림 분지의 불교 미술(세린디아)은 1906~1909년 폴 펠리오 프랑스 탐사대 수집품으로 대표됩니다. 툼슈크(Tumshuq) 건조 벽화, 둔황 막고굴(Mogao Caves) 조각상(로카팔라 수호신상 등)과 비단 그림('마라의 공격' 등)이 교체 전시됩니다. 특히 1900년 도교 승려 왕(王)이 발견한 '장경동(藏經洞)' 출토품이 포함되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습니다.
일본·한국 관
3층에는 조몬·야요이 시대 토기, 나라 시대(710~794) 회화·조각, 에도 시대(1603~1868) 판화 등 일본 미술과, 아시아 대륙 밖 최대 규모라는 고려청자(918~1392)를 포함한 샤를 바라(Charles Varat) 컬렉션 한국 미술이 나란히 전시되어 있습니다. 3~4층 로툰다에는 송·원·명·청 도자기(연구용 진열장)와 17~18세기 중국 병풍화 컬렉션이 자리합니다.
별관: 하이델바흐 저택과 일본 정원
1968년부터 알프레트 하이델바흐(Alfred Heidelbach) 전 사저를 별관으로 활용합니다. 에밀 기메가 1876년 수집한 일본 불교 판테온 조각상들과 중국 불교 회화·조각 33점 걸작, 그리고 중앙에 일본 정원이 조성되어 있어 고요한 명상 공간을 제공합니다.
연구·학습 센터로서의 기메 미술관
박물관·연구소·사진 아카이브 기능을 겸비한 기메 미술관은 고고학자·연구자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정기 학술지 <아시아 예술>을 발행합니다. 프랑스 아시아 학회(Société Française d'Etudes Asiatiques), 앙코르의 친구들 협회 등 전문가·애호가 단체의 본부 역할을 하며, 1층(수장고·오디토리움 겸비)과 위층(전문 도서관 설치)에 기획전시실을 운영합니다.
방문 안내
파리 국립아시아미술관 - 기메 미술관
주소: 6, place d'Iéna, 75016 Paris
전화: +33 (0)1 56 52 53 00
개관 시간
- 화요일 휴관 외 매일 오전 10시 ~ 오후 6시
- 매표 마감: 오후 5시 15분
- 전시실 폐장: 오후 5시 45분
참고 자료
- Musée national des arts asiatiques, Musée Guimet (Paris). 2001.
- 기메 미술관 공식 웹사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