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도시 바지라(Bazira), 오늘날 파키스탄 스와트 계곡의 바리코트(Barikot)는 아시아 헬레니즘 시대 그리스 요새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곳으로 평가받습니다. 이탈리아 고고학 사절단은 1980년대 중반부터 이곳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매번 고대 역사를 다시 쓰게 만드는 놀라운 성과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원전 326년,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이곳을 포위했을 당시 바지라는 아직 작은 마을에 불과했습니다. 발굴 과정에서는 이 시기의 투석기 발사체는 물론 무기, 도자기, 그리스 주화까지 다양한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그리스인들은 도시 전체를 감싸는 사각형 등거리 배치의 거대한 방어벽을 세웠는데, 이 헬레니즘식 성벽은 현재 알려진 것 중 가장 동쪽에 위치한 사례입니다.
그리스인들은 기원전 2세기에서 1세기 사이 쿠샨 제국에 의해 도시에서 밀려나게 됩니다. 쿠샨 시대에 도시는 한동안 번영했지만, 연이은 지진으로 크게 황폐화되었고 결국 서기 3세기 말 완전히 버려졌습니다. 이 시기의 궁전 유적과 불교 사원, 조각품들 또한 함께 발굴되었습니다.
발굴 책임자 루카 마리아 올리비에리(Luca Maria Olivieri)는 최근 몇 달간 팀이 현장에서 중요한 신규 발견을 이루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헬레니즘 성벽으로 둘러싸인 인도-그리스 도시뿐 아니라, 그리스 이전 도시에 해당하는 새로운 지층입니다. 이 지층은 기원전 3세기부터 시작된 마우리아 제국(Maurya)의 정착지로 확인되었으며, 그리스 성벽 건설을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파괴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더욱이 성벽 바깥 지역에서는 바지라의 기원이 원시 역사(protohistory)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방대한 물증이 확인되었습니다. 바로 기원전 1600년경 등장해 기원전 500년경까지 이 지역에서 번성했던 간다라 고분 문화(Gandhara Grave Culture)의 흔적인 것입니다.
이번 발견이 특별한 의미를 갖는 이유는, 해당 집단이 최초의 인도-아리안 거주민으로 간주되기 때문입니다. 이들은 인도로 이주하면서 마침내 베다 문명 탄생의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바지라는 현재 고고학자들이 대규모로 발굴한 유일한 인도-그리스 도시이자, 남아시아 쿠샨 제국 시대 도시 중 극소수 체계적으로 조사된 사례 중 하나입니다. 이곳의 발굴은 앞으로도 인도-그리스 문명과 베다 문명의 뿌리를 밝히는 핵심 단서를 계속해서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