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시내티 대학(University of Cincinnati) 고고학 연구팀이 고대 그리스 사회의 실체를 밝혀줄 조각 보석과 귀중 유물들을 가득 담은 청동기 시대 무덤 두 곳을 그리스 필로스(Pylos)에서 발견했습니다. 원형 돔 구조의 장례 기념물인 톨로스(tholos) 형태의 이 무덤들은 공식적으로 '돔무덤 6호 및 7호'로 명명되었습니다.
신시내티 대학(UC) 고전고고학과의 잭 데이비스(Jack Davis)와 샤론 스토커(Sharon Stocker)는 2015년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그리핀 전사의 무덤' 인근 지역을 조사하던 중 지난해 두 무덤을 발굴했습니다. 무덤 내부에는 한때 벽면을 장식했던 금박 나뭇잎이 수없이 묻혀 있었습니다. 첫 번째 무덤은 직경 약 12m로 벽이 지상에서 약 4.5m 높이까지 남아 있으며, 두 번째 무덤은 직경 약 8.5m의 소형 규모로 벽 높이는 약 2m에 달합니다. 두 무덤 모두 기원전 15세기에 조성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그리핀 전사는 부분적으로 독수리, 부분적으로 사자의 모습을 한 신화 속 상상의 동물 그리핀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그의 무덤에 있는 상아 명판에 새겨져 있었으며 금 갑옷과 무기, 보석들도 함께 출토되었습니다. 특히 인간의 전투 장면을 정교하게 묘사한 마노 석판은 청동기 시대 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왕족의 무덤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3500년 전 지중해 전역의 삶을 보여주는 이야기를 전해줍니다라고 데이비스는 말했습니다. 유물 중에는 옆면에 곡물 다발을 문 두 마리 황소가 표현된 금반지가 있는데, 고생물학자들은 이 곡물을 보리로 식별했습니다. 가축 사육과 곡물 생산이 결합된 흥미로운 목축업 시나리오입니다. 농업의 기초를 보여주죠라고 데이비스는 설명하며, 우리가 아는 한 크레타 또는 미노아 문명 예술에서 곡물을 표현한 사례는 이것이 유일합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핀 전사의 무덤과 마찬가지로 두 무덤 역시 신화 속 생물이 새겨진 예술품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마노 석판에는 발톱이 달린 발로 곧게 선 '진(genie)'이라 불리는 사자 형태의 생물 두 마리가 등장합니다. 스토커는 진들은 제단에 바치는 헌물인 꽃병과 향로를 들고 있으며, 봉헌의 뿔 사이에는 작은 나무가 돋아나 있습니다. 진 위에는 16개의 별이 그려져 있는데, 동일한 16개의 별이 무덤의 청동 및 금 유물에도 나타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미케네 도상학에서 16개의 별이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서로 다른 재질인 마노와 금이라는 두 매체에 16개의 별이 새겨진 물건이 존재한다는 것은 놀라운 발견입니다라고 연구진은 말하며, 문제는 종교를 다루거나 상징의 의미를 설명하는 미노아 또는 미케네 시대의 문자 기록이 없다는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연구팀은 또한 이집트 여신 하토르(Hathor)의 이미지가 새겨진 금 펜던트도 발견했습니다. 하토르가 이집트에서 죽은 자의 수호자 역할을 맡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유물의 출토는 특히 의미심장한 발견으로 평가됩니다.
무덤의 부장품들은 안장자들이 부유한 지위의 인물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무덤에는 발트해산 호박, 이집트산 자수정, 수입 홍옥수, 그리고 방대한 양의 금이 안치되어 있었습니다. 무덤이 위치한 곳은 지중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네스토르 궁전이 훗날 폐허가 된 바로 그 자리입니다.

톨로스 무덤에 봉헌된 풍부한 보물과 수입품들은 그리스 고전 시대가 탄생하기 직전의 시기에 권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했음을 시사합니다. 동시에 필로스 해안이 한때 무역과 상업의 핵심 거점이었음을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지도를 보면 오늘날의 필로스는 외딴 지역입니다. 산을 넘어야만 도달할 수 있고, 최근까지 관광 코스에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라고 스토커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바다 경유로 보면 위치는 훨씬 유리합니다. 이곳은 이탈리아로 향하는 길목이기도 하죠. 우리가 배우고 있는 것은 이곳이 청동기 시대 무역망에서 훨씬 더 중심적이고 중요한 거점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약 4만 개의 수박 크기 돌들이 무덤을 비바람과 도굴꾼으로부터 지켜 왔습니다. 무덤 돔이 붕괴하면서 떨어진 암석들은 수천 년간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었고, 3500년이 지난 지금 UC 연구팀은 이 돌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제거해야 했습니다.

마치 미케네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했습니다. 돌들은 무덤 벽에 사람 손으로 쌓아 올려졌고, 우리 역시 그것들을 손으로 하나씩 걷어냈습니다라고 스토커는 회고했습니다.
발굴의 모든 단계에서 연구원들은 사진측량법과 디지털 매핑을 활용해 무덤 내 유물의 위치와 방향을 정밀하게 기록했습니다. 복원된 유물의 수가 방대하기 때문에 이러한 기록 작업은 특히 가치가 있습니다라고 데이비스는 확신했습니다.

모든 지층을 발굴하고 3차원으로 상호 연관 지으면서 각 층위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습니다라고 그녀는 말했습니다. UC 연구팀은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유물에 담긴 수수께끼를 풀어가며 최소 향후 2년간 필로스 발굴 조사를 지속할 계획입니다.
청동기 시대 궁전 유적지에서 이런 규모의 중요한 무덤이 발견된 지 벌써 50년이 됐습니다. 정말 특별한 순간입니다라고 데이비스는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