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칠리아 해저에서 발견된 전설의 금속, 오리칼쿰 주괴 47개
이탈리아 시칠리아 연안에서 오리칼쿰(orichalcum) 주괴 여러 점과 코린토스식 투구 2개, 그리고 수많은 암포라(양손잡이 저장 항아리)가 물 위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 이탈리아 시칠리아 앞바다 젤라(Gela) 해역의 난파선에서 회수된 오리칼쿰 주괴와 코린토스식 투구
2,500년 만에 인양된 주괴 47개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기원전 5세기)이 언급한 아틀란티스 신화와 연결된 전설의 금속, 오리칼쿰. 이 금속으로 만들어진 주괴 47개와 함께 코린토스식 투구 2개, 암포라들이 최근 바다에서 회수되었습니다. 이 유물들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남부 연안, 고대 그리스 식민도시 젤라 근처 불랄라(Bulala) 앞바다 해저에 무려 2,500년 동안 잠겨 있었던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주괴들은 기원전 7세기 말~6세기 초로 연대가 측정되었으며, 2014년 12월 이미 39개의 동일한 금속 괴가 인양되었던 지점에서 약 300m 떨어진 해역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번 인양 작업은 팔레르모 재정경비대 해군항공 부대 소속 잠수 요원들이 해양 감독국(Superintendency of the Sea) 관계자들과 협력하여 수행했습니다.
2017년 2월 10일 젤라 검사 페르난도 아사로(Fernando Asaro)가 이탈리아 언론에 전달한 정보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주괴들의 무게는 254g에서 1,340g까지 다양하며 길이는 17cm에서 32cm에 이릅니다. 또한 주괴 옆에서 발견된 목재 판자들은 이곳에 상선 한 척이 침몰했음을 보여주는 흔적으로 보입니다.

▲ 오리칼쿰 주괴와 코린토스식 투구 발견에 기여한 잠수 요원들 © Corriere del Mezzogiorno
플라톤이 말한 아틀란티스의 금속
플라톤은 대화편 『티마이오스』와 『크리티아스』에서 상상 속 대륙 아틀란티스를 언급하며, 그곳에서는 금보다 더 귀한 금속인 '오레이칼코스(oreikhalkos, 산의 구리)'가 사용되었다고 기술했습니다. 이 금속은 섬이 바다에 가라앉기 전 그곳에 살았던 반신반인(半神半人) 주민들, 즉 아틀란티스인들이 사용했습니다.
일부 학자들은 이 이야기의 실체를 기원전 1630년 에게해 산토리니 화산 대폭발에서 찾기도 하고, 다른 학자들은 아틀란티스의 위치를 아조레스 제도나 지브롤터 근해로 추정하기도 합니다.

▲ 오리칼쿰 주괴가 발견된 난파선 유적지 © Corriere del Mezzogiorno
로마의 세스테르세스 화폐와 오리칼쿰
한편 로마에서 오리칼쿰은 좀 더 현실적인 의미로 황동(brass)을 가리키는 용어였습니다. 특히 아우구스투스 황제 통치 시기(기원전 23년부터)에 유통된 화폐 '세스테르세스(sesterces)' 주조에 널리 쓰였습니다. 화폐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금빛으로 빛나는 이 화폐는 갈루아 지방의 아르베르니족(Arverni) 등 다른 민족들도 기원전 1세기 후반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제로 알레시아 전투 유적지에서는 1861년부터 1865년 사이에 6점의 화폐가 수집되었으며, 그중 2점에는 갈루아의 지도자 베르킨게토릭스(Vercingétorix)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이 화폐들을 연구한 오를레앙 대학 어니스트 바블론 센터 소속 IRAMAT 부소장 실비아 니에토-펠르티에(Sylvia Nieto-Pelletier)는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당시에는 아연이 아직 하나의 금속으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당시 사용된 오리칼쿰 합금은 '침탄법(cementation)'이라 불리는 공정을 통해 만들어졌는데, 용융된 구리에 아연 광석과 숯을 접촉시켜 완성된 합금이 금색에 매우 가까운 노란색을 띠도록 한 것입니다."
오리칼쿰의 정체는 합금
그렇다면 그리스인과 로마인이 '오리칼쿰'이라 부른 것은 정말 같은 금속이었을까요? 과학기술사학자 로베르 알뢰(Robert Halleux)는 1973년 저서 『오리칼쿰과 황동』에서 이미 이 문제가 "구리 야금술의 맥락 속에서 명확히 풀리는 기술사(技術史)의 문제"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2016년에는 제노바의 테크놀로지스 포 퀄리티(Technologies for Quality)사의 다리오 파네타(Dario Panetta)가 최초로 인양한 주괴에 대해 X선 형광 분광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이 주괴들은 구리 80%와 아연 20%로 구성되어 있으며 미량의 납·니켈·철을 포함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결국 오리칼쿰은 순수한 금속이 아닌 합금이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강력한 신화의 매력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 출처: 실비아 니에토(Silvia Nieto), 『화폐학 평론(Numismatic Review)』 160권, 2004년, 「오리칼쿰에 관하여: 아르베르니 화폐(베르킨게토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