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3000년 전 이집트 미라의 목소리 되살리기 — CT 스캔과 3D 프린팅으로 재현한 고대 사제의 발성

영국 연구진이 CT 스캔, 3D 프린팅, 전자 후두 기술을 결합해 3000년 된 이집트 미라의 성도(聲道)를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3년에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임상과학, 고고학, 이집트학, 전기공학이라는 서로 다른 학문이 한데 모여 이뤄낸 융합 연구의 성과입니다.

연구팀은 약 6년에 걸쳐 3000년 전 세상을 떠난 고대 이집트인 네시아문(Nesyamun)의 목소리를 과학적으로 재현하는 작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현재 시스템은 'a'와 'e' 사이의 모음에 해당하는 단일 소리만 재생할 수 있지만, 이는 고대인의 목소리를 듣려는 인류의 오랜 꿈에 도달한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해당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게재되었습니다.

3000년 전 이집트 미라의 목소리 되살리기 — CT 스캔과 3D 프린팅으로 재현한 고대 사제의 발성

목소리 재구성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요인은 네시아문 미라의 후두와 목 부위가 놀랍도록 잘 보존되어 있었다는 점입니다. 연구팀은 CT 스캔으로 성도의 구조를 정밀하게 측정한 뒤, 3D 프린터로 그 형태를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인공 성도는 실제로 소리를 낼 수 있으며, 고인의 목소리를 복원하려는 시도 가운데 최초의 사례로 평가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는 석관 속에 보존된 성도가 내는 소리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성도의 소리, 곧 그 사람의 목소리입니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인 런던 대학의 데이비드 하워드(David Howard) 교수가 IFLScience에 밝힌 설명입니다.

그는 일반적인 음성 재현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습니다. "일상적인 문장을 재현하는 일은 상황이 훨씬 복잡하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음성학과 언어학에 대한 지식을 결합하면 당시 사람이 사용했던 조음 동작을 예측하고, 이를 소프트웨어로 구현해 음성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미래를 향한 분명한 가능성입니다."

과학계에서는 이전에도 얼굴 인식 소프트웨어 등을 활용해 고대인이 냈을 소리의 근사치를 추정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실제 미라의 성도 구조를 그대로 기반으로 삼아 소리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전례 없는 시도이며, 그 성공 여부는 무엇보다 미라의 성도가 얼마나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름의 의미입니다. '네시아문'은 문자 그대로 '목소리의 진실'을 뜻하며, 연구진 역시 이 우연의 일치에 놀랐다고 전해집니다. 네시아문은 기원전 1100년경 생활했던 고대 이집트 카르나크 신전의 사제이자 향을 나르던 향 소지자, 그리고 서기관이었습니다. 정교하게 장식된 석관에 안치된 그의 미라는 영국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미라 가운데 하나로, 이번 연구는 '과거의 목소리' 프로젝트의 일부로 진행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