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이집트 노트 15화: 고대 이집트 향료 제작의 비밀

『이집트 노트(Notebooks of Egypt)』 시리즈의 15번째 화에서는 룩소르의 귀족들의 계곡(Valley of the Nobles)에 있는 무덤 벽화를 학제 간으로 연구하는 연구진이 제18왕조 말기에 세워진 한 장례 예배당을 조명합니다. 이 무덤에는 상형문자 비문이 새겨지지 않아 주인의 이름은 알 수 없습니다.

이집트 노트 15화: 고대 이집트 향료 제작의 비밀

익명의 무덤, TT175

주인이 확인되지 않은 이 무덤은 '테베 무덤 175호(Theban Tomb 175)', 즉 TT175라는 코드명으로 불립니다. 벽화 속 장면들을 해석해 보면, 무덤의 주인은 향료 제조사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TT175 무덤의 벽화에는 향료 제작에 필요한 원료가 담긴 커다란 바구니 용기들이 그려져 있습니다. 여러 남성들이 각자의 일에 몰두하고 있는데, 첫 번째 인물은 물질을 분사하고 있습니다. 그의 앞바닥에는 아마도 액체가 담겨 있었을 세 개의 큰 밀봉 항아리가 놓여 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거름망으로 제품을 걸러 나오는 액체를 받아냅니다. 그 뒤의 세 사람은 큰 항아리에서 재료를 섞고 있으며, 네 번째 인물은 재료를 공 모양으로 빚고 있는 듯합니다. 더 안쪽으로 가면 지지대 위에 밀봉된 큰 항아리 옆에서 물질을 가열하는 장면이 펼쳐집니다. 향료 제조사는 붉은 화로 위에 놓인 솥 앞에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집트 노트 15화: 고대 이집트 향료 제작의 비밀

향료 제작 장면, TT175 무덤. ©MAFTO-CNRS/CNRS

오늘날의 향수와는 다른 것

이 장면은 오늘날 우리가 아는 방식의 향수 제조가 아닙니다. 현대의 향수는 식물의 잎, 열매, 가지, 껍질, 뿌리, 수액, 이끼, 목재, 씨앗 등에 함유된 방향 성분을 앙플뢰라주(enfleurage)나 증류 기법으로 추출하여 만듭니다. 반면 이 장면이 보여주는 것은 훈향(熏香)에 쓰이던 고체 방향 물질, 즉 향(incense) 같은 물질의 제조 과정입니다. 이러한 고체 향료는 수많은 재료를 함께 담을 수 있었습니다.

'호루스의 팔'이라 불리는 긴 도구

다른 기록물과의 비교 역시 이 가설을 뒷받침합니다. 예컨대 투나 엘게벨(Tounah el-Gebel)의 페토시리스(Petosiris) 무덤 부조 중 하나에는 네 명의 남성이 물질을 가열하는 모습이 새겨져 있습니다. 한 사람은 대야에서 혼합물을 저으며, 두 동료는 항아리 두 개를 채우고 있습니다. 비문에는 "향료 제조사들이 좋은 향을 내는 수지를 만든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파라오 시대 이집트의 신전에서는 수많은 의식 행위가 향기로운 훈향과 함께 이루어졌습니다. 사제들은 오래된 토기 향로를 대체한, '호루스의 팔(arm of Horus)'이라 불리는 긴 도구를 사용했습니다. 이 도구는 흔히 금박으로 덮여 있으며, 매의 머리로 끝나는 손잡이가 달린, 쭉 뻗은 인간의 팔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컵 부분은 향료를 담는 저장소 역할을 하며, 벌린 손바닥 위에는 타오르는 숯이 담긴 향로가 얹힙니다. 여기에 던져 넣은 작은 수지 알갱이들은 타면서 손터(sonter), 즉 "신성하게 만드는 물질"의 향기를 담은 연기를 내뿜었습니다.

이집트 노트 15화: 고대 이집트 향료 제작의 비밀

훈향 의식을 집행하기 위해 호루스의 팔을 든 사제. 나크타몬 무덤, 귀족들의 계곡, 룩소르 © MAFTO-LAMS CNRS

이집트 노트 15화: 고대 이집트 향료 제작의 비밀

청동제 '호루스의 팔' 향로. 말기(P Late Period). 룩소르 박물관 소장 © MAFTO-LAMS CNRS

가열된 방향 물질의 가장 오래된 묘사는 최초 왕조 시기의 항아리 라벨에서 발견됩니다.

향은 이집트 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티니스 시대(기원전 3000~2700년)로 거슬러 올라가는 항아리 라벨들이 아비도스에서 출토되었으며, 대부분 신성한 기름이나 향료를 언급합니다. 그중 제1왕조 시기 나가다의 왕비 네이트헤오텍(Neithhotep) 무덤에서 발견된 것 하나는 가열 장면을 묘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건물에서 나온 여러 인물들이, 큰 둥근 바닥 용기에서 물질(아마도 아래단에 언급된 특정한 기름)을 젓고 있는 인물에게 다가가는 모습입니다.

이집트 노트 15화: 고대 이집트 향료 제작의 비밀

나가다의 왕비 네이트헤오텍 무덤에서 발견된 라벨의 도해(대영박물관), Garstang, The Tablet of Mena, 1905 이후 © MAFTO-LAMS CNRS

그리스·로마 작가들이 기록한 '키피'의 레시피

하지만 훈향용 고체 향료와 관련된 이집트의 관습을 가장 잘 설명해 준 이들은 그리스·로마 작가들입니다. 플루타르코스는 이집트인들의 키피(kyphi)에 대해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열여섯 가지 재료로 만든 향이다. 꿀, 포도주, 건포도, 티거넛, 수지, 몰약, 아스팔라토스, 세셀리, 향기로운 갈대, 아스팔트, 무화과 잎, 신선초, 크고 작은 두 종류의 주니퍼, 카다몸, 방향 갈대 등이다. 이 재료들은 무작위로 섞이는 것이 아니라 성전(聖典)에 규정된 비율에 따라 배합되며, 그 성전은 이 향을 만드는 담당자에게 읽어준다." (이시스와 오시리스에 대하여, D. 리카르 역, 1844). 그의 기록은 갈렌과 디오스코리데스의 진술, 그리고 에드푸와 필라에 신전에서 발견된 세 개의 상형문자 텍스트로 확인됩니다. 이 자료들은 분쇄, 체 걸름, 침지, 혼합, 가열 조리 등을 포함하는 제조 절차를 모두 상세히 설명합니다.

키피의 감각적 효과에 대해, 이집트에 오래 머문 경험을 바탕으로 한 플루타르코스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부드럽고 활력 있는 증기를 내뿜어 공기의 성질을 바꾸고, 몸속으로 스며들어 감각에 적절한 움직임을 불러일으키며, 기꺼이 휴식을 청하게 한다. 평온한 정서를 선사하면서도 어떠한 취기도 일으키지 않고, 낮의 걱정과 근심이 남긴 지나치게 강렬한 인상들—마치 사슬처럼 그의 능력을 옭아매던 것들—을 풀어주고 늦춰준다."

콥트 교회의 전례 속에 이어진 전통

TT175 무덤의 장면은 이집트 기독교인들의 일부 관습 속에서 현대적인 연속성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성주간(Holy Week) 동안 콥트 교회 교황이 직접 다른 종교 지도자들에 둘러싸여, 서로 다른 꽃과 허브로 준비된 미론(myron)을 만들고 축성합니다. 이 재료들은 막자사발에서 가루로 빻은 뒤 여러 액체와 함께 조리됩니다.

이 작업은 사순절 여섯째 주일 저녁부터 시작됩니다. 매일 저녁, 각 조리 단계가 끝나면 혼합물을 식힌 후 해가 뜰 때 걸러 방향 성분을 분리합니다. 이 기름은 다른 물질들과 섞이며, 이 과정은 네 번 반복됩니다. 마지막 끓임은 성목요일 해 뜨기 전에 마쳐야 합니다. "미론"의 도유(塗油)는 세례에 이어 집행됩니다.

일종의 바니시

벽화에 대한 면밀한 관찰과 화학 분석을 통해 이집트 회화 팔레트의 전형적인 안료들, 즉 적색·황색 토색 안료, 이집트 블루와 그린, 탄소 블랙 등이 확인되었습니다. 또한 그림 표면에 유기물 침착층도 발견되었는데, 이는 인물 위에 균일한 층으로 발라진 것입니다.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일종의 바니시로 추정되며, 아마도 색채의 채도를 높이기 위해 균일한 두께로 도포했을 것입니다.

이집트 노트 15화: 고대 이집트 향료 제작의 비밀

일종의 바니시로 덮여 현재 누렇게 결정질처럼 변한 색채의 확대 사진 © MAFTO-LAMS CNRS

'이집트 노트' 시리즈 목록

  • 1화: 고대 이집트 화가들은 어떻게 작업했을까?
  • 2화: 나크타몬의 장례 예배당 발견
  • 3화: 이집트 회화의 안료
  • 4화: 채색 벽면의 현대적 기록 작업
  • 5화: 람세스 2세의 영원한 기념물 재발견
  • 6화: 빛으로 안료를 밝히다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7화: 이미지로 경험하는 연구
  • 8화: 네바몬과 이푸키 무덤 벽화 연구의 시작
  • 9화: 아멘호텝 3세 시대 두 미술가가 함께 쓴 무덤
  • 10화: 고대 이집트 미술가 아메누아슈 무덤이 말해주는 것
  • 11화: 이집트 미이라의 기묘한 용도들
  • 12화: "왜 모든 미술가가 여기 오지 않을까?"
  • 13화: 이집트인은 왜 인물을 측면으로 그렸을까?
  • 14화: 이집트 무덤 속 장인의 작업 방식 관찰
  • 15화: 이집트의 향료에 대하여
  • 16화: 이집트 팔레트의 색들
  • 17화: 이집트어에는 '예술'을 뜻하는 단어가 없다
  • 18화: 이집트에서의 과학 탐사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