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루이지애나 북부의 '포버티 포인트(Poverty Point)' 지역에 거주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단순한 수렵채집인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러나 세인트루이스 워싱턴 대학(Washington University in St. Louis)의 새로운 고고학적 발견은 북미 최초의 문명에 대해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인류학 교과서에서 종종 묘사되는 단순한 삶과는 거리가 멉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초기 원주민들은 수개월, 어쩌면 수주 만에 거대한 토목 구조물을 건설할 수 있었던 고도로 숙련된 엔지니어였으며, 그 구조물들은 오랜 세월의 시험을 견뎌냈습니다.
"3,000년을 견딘 토목 공사"
연구의 제1저자이자 인류학 교수인 트리스트램 R. 키더(Tristram R. Kidder)는 "연구 공동체는 물론 사회 전반이 원주민들이 이러한 작업을 해냈고, 그렇게 빠르게 해냈다는 능력을 과소평가해 왔다"며 "가장 놀라운 점 중 하나는 이 토목 구조물이 3,000년 넘게 붕괴나 심각한 침식 없이 그대로 서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어 "이에 비해 현대의 다리, 고속도로, 댐은 놀라울 정도로 자주 무너진다. 흙으로 무언가를 짓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학술지 사우스이스턴 아키폴로지(Southeastern Archeology)에 게재되었습니다. 카이 수(Kai Su)와 세스 B. 그룸스(Seth B. Grooms)를 비롯해 콜로라도 주립대학교의 에드워드 R. 헨리(Edward R. Henry), USDA 자연자원보호국의 켈리 어빈(Kelly Ervin)도 논문 작성에 참여했습니다.
세계유산 포버티 포인트, 어떤 곳인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포버티 포인트 유적은 높이 22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흙무덤과 동심원 형태의 반원형 능선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 구조물은 약 3,400년 전 수렵채집인들이 거의 200만 입방미터에 달하는 흙을 옮겨 건설한 것입니다.
키더에 따르면 이 유적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순례를 위해 찾았던 중요한 종교적 성역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곳은 3,000~3,200년 전 사이 갑작스럽게 버려졌는데, 당시 미시시피 계곡에서 발생한 것으로 기록된 대홍수와 기후 변화가 원인으로 추정됩니다.
신속한 건설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
포버티 포인트의 능선 가장자리와 내부에서는 다량의 유물이 발견되어, 당시 사람들이 실제로 그곳에 거주했음을 시사합니다. 키더와 연구팀은 1991년 저명한 고고학자 존 깁슨(Jon Gibson)이 처음 발굴했던 유적 내 웨스트 능선 3번 지역을 재발굴하고 재평가했습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 토양의 현미경 분석, 자기 측정 등 현대적인 연구 방법을 동원한 이번 조사는 흙을 옮기는 작업이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졌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제공합니다.
핵심은 각 층 사이에 경계나 침식 흔적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건설 도중 잠깐이라도 중단되었더라면 반드시 이러한 흔적이 남았을 것입니다. 키더는 건설이 층층이 이루어졌다고 분석합니다. 능선의 높이와 길이를 늘리기 위해 퇴적물을 한 층씩 쌓아 올리고, 그 위에 또 다른 층을 더해 수직·수평으로 규모를 확장해 나간 방식입니다.
왜 중요한 발견인가
키더에 따르면 이번 연구는 근대 이전 수렵채집인에 대한 기존 통념에 정면으로 도전합니다. 포버티 포인트의 거대한 무덤과 능선 건설에는 체계적으로 조직된 대규모 노동력과, 이를 지휘할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렵채집인들은 정치적 조직을 회피하는 집단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키더는 "발굴과 건설의 속도, 그리고 옮겨진 흙의 막대한 양을 종합하면, 원주민들이 이곳에 대거 모여 협력하여 작업했음을 보여준다"며 "수렵채집인들이 이런 활동을 수행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만큼, 이는 놀라운 발견"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현대 공학도 못 푼 비결, 특별한 흙 배합법
사람들이 얼마나 빠르게 토목 구조물을 지었는가보다 더 인상적인 사실은, 그 구조물이 지금까지도 온전히 보존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멕시코만과 인접해 있어 이 지역은 엄청난 양의 강우를 맞으며, 이런 환경에서는 토목 구조물이 특히 침식에 취약합니다.
그러나 토양 현미경 분석 결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점토, 미사, 모래 등 서로 다른 종류의 흙을 정밀하게 설계된 배합비로 혼합해 구조물을 한층 더 튼튼하게 만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키더는 "로마 콘크리트나 중국의 판축(版築) 기술처럼,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사실상 파괴 불가능한 구조물을 만드는 정교한 방법을 발견했다. 다짐 작업 없이도 말이다"라며 "우리 현대 엔지니어들이 아직 밝혀내지 못한, 마치 마법 같은 비결이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