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멕시코 남부서 478개 고대 의식 단지 발견…올멕·마야 문명 기원 재해석

애리조나 대학교(University of Arizona)가 주도하는 국제 연구팀이 지난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크고 가장 오래된 마야 기념물인 '아구아다 페닉스(Aguada Fénix)'를 발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아구아다 페닉스와 형태와 특징이 유사한 약 500개에 달하는 소규모 의식 단지를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이번 성과는 메소아메리카 문명의 기원, 그리고 올멕과 마야 문명 사이의 관계에 대한 기존 통설을 바꿀 수 있는 중요한 계기로 평가됩니다.

연구 논문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 휴먼 비헤이비어(Nature Human Behavior)에 게재되었습니다. 제1저자는 애리조나 대학교 인류학과 다케시 이노마타(Takeshi Inomata) 교수이며, 같은 대학의 인류학자 다니엘라 트리아단(Daniela Triadan) 교수와 가속기 질량분석 연구소를 이끄는 그렉 호킨스(Greg Hodgins) 소장이 공동 저자로 참여했습니다.

라이다(LiDAR) 기술로 밝혀낸 478개 의식 단지

연구진은 항공 레이저 매핑 기술인 '라이다(LiDAR)'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멕시코 타바스코 주와 베라크루즈 주 일대에서 총 478개의 단지를 식별했습니다. 라이다는 숲의 수관을 뚫고 반사된 신호를 통해 식생 아래에 숨겨진 고고학적 구조물의 3차원 형태를 복원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번에 활용된 라이다 데이터는 멕시코 국립통계지리연구소가 수집한 것으로, 아일랜드 섬과 맞먹는 32,800제곱마일 면적을 커버합니다.

멕시코 남부서 478개 고대 의식 단지 발견…올멕·마야 문명 기원 재해석

공개된 라이다 데이터 덕분에 연구진은 광범위한 지역을 먼저 조사한 뒤, 고해상도 데이터로 관심 지점을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었습니다. 이노마타 교수는 "몇 년 전만 해도 이렇게 넓은 지역을 연구한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어려웠다"며 "공개 라이다 데이터가 고고학 연구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올멕 vs 마야, 오랜 논쟁에 새로운 단서

올멕 문명이 마야 문명의 발전을 견인했는지, 아니면 마야 문명이 독자적으로 발전했는지를 두고 학계에는 오랜 논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번에 확인된 단지들은 올멕(Olmec) 지역부터 서부 마야 저지대까지 폭넓게 분포하며, 대체로 기원전 1100년~기원전 400년 사이에 건설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는 마야 문명이 절정에 달했던 서기 250~950년보다 무려 1,000년 가까이 앞선 시기입니다.

연구진은 이 단지들이 올멕 지역 최고(最古)의 중심지인 산 로렌조(San Lorenzo)와 유사한 특징을 공유한다는 점도 확인했습니다. 산 로렌조는 기원전 1400년~1100년경에 전성기를 맞았으며, 마야 지역의 아구아다 페닉스 등 후속 유적은 기원전 1100년경부터 산 로렌조의 형태를 본떠 체계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연구진은 산 로렌조에서 기존에 인식되지 않았던 직사각형 공간도 새롭게 발견했습니다. 이노마타 교수는 "이 저지대는 수평으로는 넓지만 수직으로는 낮아 사람들이 그 위를 걸어도 직사각형 구조임을 눈치채기 어렵다"며 "라이다로 보면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설명했습니다.

산 로렌조가 남긴 '설계도'

이번 연구는 산 로렌조가 아구아다 페닉스를 비롯한 이후 건축물의 원형 역할을 했음을 시사합니다. 이노마타 교수는 "사람들은 산 로렌조가 배치 측면에서 매우 독특하고 이후 유적과 다르다고 여겨왔다"면서도 "그러나 이제 산 로렌조가 아구아다 페닉스와 매우 흡사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가장자리 플랫폼 옆에 직사각형 광장이 놓인 구조는 라이다에서 뚜렷하게 확인되며, 그보다 약간 늦게 지어진 아구아다 페닉스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이는 산 로렌조가 훗날 마야인들이 활용한 건축 개념의 출발점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멕시코 남부서 478개 고대 의식 단지 발견…올멕·마야 문명 기원 재해석

천문 현상과 연결된 의식 공간

논문에 따르면 이노마타 교수팀이 발견한 유적들은 대규모 집회와 의식이 열린 만남의 장소였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 단지에는 많은 사람이 모여 의식을 함께 치를 수 있는 넓고 열린 중앙 광장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연구진은 또한 각 유적의 방위를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특정 날짜의 일출 방향과 일치함을 확인했습니다. 이노마타 교수는 "예외도 많다. 모든 유적이 원하는 방향으로 배치될 충분한 공간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가능한 경우 특정 날짜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특정 날짜가 선택된 정확한 이유는 아직 불명확하지만, 한 가지 유력한 가설은 태양이 하늘 꼭대기를 통과하는 '천정 통과일'과의 연관성입니다. 해당 지역에서는 5월 10일에 천정 통과가 일어나는데, 이날은 장마철의 시작이자 옥수수 파종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일부 집단은 천정 통과 40일, 60일, 80일, 100일 전의 일출 방향으로 유적의 축을 정렬했는데, 이는 훗날 메소아메리카 달력이 숫자 20을 기반으로 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실제로 산 로렌조, 아구아다 페닉스 등 일부 유적에서는 직사각형 광장의 동쪽과 서쪽을 따라 20개의 가장자리 플랫폼이 배열되어 있습니다. 가장자리 플랫폼은 큰 직사각형 광장의 테두리를 따라 늘어선 낮은 둔덕으로, 광장의 윤곽을 규정하며 높이는 대개 1미터를 넘지 않습니다. 이노마타 교수는 "이는 사람들이 이러한 의식 공간을 통해 우주론적 사상을 표현했음을 의미한다"며 "달력에 맞춰 사람들이 모인 공간"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계층 없이도 가능했던 대규모 건설

이노마타 교수는 이번 성과가 연구의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하며 "아직 답해야 할 질문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연구진은 특히 단지를 건설한 사람들의 사회 조직 방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조각품으로 미루어 볼 때 산 로렌조에는 통치자가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이노마타 교수는 "아구아다 페닉스에는 그런 흔적이 없다"며 "당시 사람들은 도자기를 막 사용하기 시작했고 지상의 임시 구조물에서 생활했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이동 생활을 이어가던 것으로 보인다. 사람들은 더 안정된 삶의 방식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있었고, 이런 영역 상당수는 계층적 조직이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매우 잘 조직된 방식으로 이런 센터를 건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노마타 교수팀과 다른 연구자들은 이러한 사회 조직의 차이를 설명할 증거를 계속 찾아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이런 답을 찾기 위해 유적을 계속 조사하는 데는 훨씬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다른 많은 학자들도 이 작업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