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버딘 대학교(University of Aberdeen) 고고학팀의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스코틀랜드 북동부 모레이(Moray) 해안에 자리했던 스코틀랜드 최대 규모의 픽트족(Pictish) 요새 '버그헤드(Burghead)'가 천 년 전의 원래 모습으로 3D 재구성돼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역사환경(Historic Environment Scotland)의 지원을 받아 제작된 이 영상은 픽트족 유산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넓히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두께 약 8m·높이 약 6m로 추정되는 거대한 방어벽과 요새 내부의 주거 공간을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버그헤드가 픽트족 정착지의 중심지였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19세기 현대 도시 개발로 이 중요한 시기의 흔적 대부분이 침식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현대 항구를 건설하면서 흙벽은 평탄화됐고, 해상 방어벽의 일부는 파괴됐습니다.
요새가 훼손되는 과정에서 픽트족이 새긴 조각 돌 30점 이상이 발견됐지만, 현재까지 남아 있는 것은 조각된 황소 여섯 점과 초기 기독교 조각품 파편들뿐입니다. 애버딘 대학교 고고학자들이 2015년 발굴을 시작할 당시에는 광범위한 유물이나 건물 흔적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의 발굴은 전혀 다른 그림을 보여주었습니다. 고든 노블(Gordon Noble) 교수가 주도하고 스코틀랜드 역사환경과 레버홈 트러스트(Leverhulme Trust)의 지원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에서는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중요한 픽트족 유물과 건물 유적 일부가 확인됐습니다. 이 성과 덕분에 당시 이곳의 모습을 매우 구체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었습니다.
노블 교수는 "발견된 주거지와 건물의 규모는 이곳이 인구 밀도가 높고 매우 중요한 픽트족 유적지였음을 보여준다"며 "야금술 도구부터 무기, 심지어 머리핀과 의복 장식에 이르기까지 서기 6~10세기 버그헤드 주민들의 일상생활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수많은 유물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수 세기에 걸친 의도적인 파괴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성벽의 기초는 예상보다 훨씬 잘 보존돼 있었으며, 픽트족이 쓰레기를 버린 퇴적층은 당시 사람들의 삶에 대한 놀라운 통찰을 제공했다"면서 "5년간의 발굴 성과가 이처럼 인상적인 재구성으로 완성돼 버그헤드의 모습을 놀랍도록 가까이 볼 수 있게 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재구성 작업은 던디 대학교(University of Dundee)의 앨리스 와터슨(Alice Watterson) 박사가 총괄했으며, 추가 촬영과 편집은 키어런 던컨(Kieran Duncan)이, 드론 촬영은 던디 대학교 3DVisLab 연구단 소속 키어런 백스터(Kieran Baxter) 박사가 각각 맡았습니다. 영상에는 벽으로 둘러싸인 웅장한 우물도 담겼는데, 이 우물의 일부는 현재도 볼 수 있으며 고고학자들은 우물이 주택 등 다른 건물들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었는지 분석했습니다.

또한 기존 발굴에서 초기 기독교인들의 거주 흔적이 확인된 바 있어, 유적 입구에 예배당이 있었다는 가설이 제기됐고 이는 3D 설계에 그대로 반영됐습니다.
버그헤드 요새는 10세기 화재로 소실됐습니다. 바이킹들이 모레이 해안을 약탈하면서 수 세기에 걸쳐 이어져 온 생활 방식이 급격히 끝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후 요새는 12세기경까지 버려진 상태로 남았습니다.
스코틀랜드 역사환경의 고고학 담당 케빈 그란트(Kevin Grant) 박사는 "버그헤드 요새는 중세 초기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가운데 하나로, 극적이고 인상적으로 세워진 곳"이라며 "이번 재구성은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이 멋진 장소의 경험을 상상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픽트족 스코틀랜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바꾸고 중요한 고고학 유적이 파도에 유실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발굴을 지원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와터슨 박사는 "버그헤드는 확실히 지금까지 수행한 프로젝트 중 가장 어려운 작업 중 하나였다"며 "재구성한 유적지 가운데 규모가 가장 컸을 뿐만 아니라, 전체 윤곽을 모델링하려면 현대 도시를 지우고 침식된 절벽을 복원하는 등 경관 전체를 다시 만들어야 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녀는 이어 "시각화와 홍보 작업에는 해석과 연구를 설득력 있는 시각적 스토리텔링으로 엮는 과정이 필요하다. 팀에게는 버그헤드의 '장소감'을 포착하는 일이 특히 중요했다. 모레이 해안의 드라마틱한 위치는 고고학적 해석의 핵심일 뿐만 아니라, 오늘날 이곳을 방문하기에 특별한 장소로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코틀랜드 역사환경의 추가 자금 지원으로 현장에 대한 후속 발굴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며, 이를 통해 당시 이곳에 살았던 사람들이 전 세계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