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남부 헬만드 강 유역에는 천 년 된 왕성의 폐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고학자들은 주변 전투로 쫓겨난 수백 명의 실향민들이 이 특별한 유적군에 거주하면서 앞으로의 운명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27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라슈카르가 인근 11세기 카라에 코나(Qala-e-Kohna) 왕성 폐허
헬만드주의 주도 라슈카르가 외곽, 거의 말라버린 하천을 굽어보며 서 있는 것은 황갈색 점토로 지어진 놀랍도록 웅장한 궁전 건축물입니다. 풍화로 윤곽이 무뎌진 이 유적은 현지 주민들에게 '카라에 코나'로 불리며 그 역사가 1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고고학자들이 '라시카리 바자르(Lashkari Bazaar)'라고 부르는 이곳은 가즈니 왕조와 이후 구르 왕조 술탄들의 겨울 궁전으로 확인된 유일한 사례입니다. 이 두 왕조는 10세기부터 13세기까지 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 일대를 다스리며 이슬람 미술을 북인도까지 전파했습니다.

2021년 3월 27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라슈카르가 인근 칼라에 보스트 요새의 아치 (AFP - WAKIL KOHSAR)
이곳에서 남쪽으로 약 10킬로미터에 걸쳐 흩어져 있는 다른 건축물들은 활 모양 아치로 유명한 보스트 요새까지 이어집니다. 이 유적군 전체는 그 규모와 뛰어난 건축 기술, 벽화로 인해 학계의 커다란 관심을 받아왔습니다.
"이슬람 세계 어디에도 이런 곳은 없습니다. 이렇게 통일감 있고 정교하게 짜인 전체가,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비교적 온전히 보존되어 있는 곳이요." 프랑스 아프가니스탄 고고학 조사단(DAFA)의 필립 마르키(Philippe Marquis) 단장은 AFP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2021년 3월 29일, 카불에서 AFP 인터뷰에 응하는 DAFA 필립 마르키 단장 (AFP - WAKIL KOHSAR)
그는 "결국 우리가 아는 것은 매우 적다"고 강조하며, "확실히 이 시기에 대해 많은 것을 알려줄 것이기 때문에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나 벽돌과 흙벽돌로 지어진 이 기념비적 건축물들은 도시 확장에 따른 현대식 주택과, 탈레반이 장악한 농촌 지역에서 쫓겨난 가족들이 성벽 안으로 들어오면서 위협받고 있습니다. 이들은 화려한 아치 사이, 일부 무너진 탑 옆, 한때 회화와 조각품이 안치되었던 니치 사이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2021년 3월 27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라슈카르가 인근 칼라에 보스트 요새 근처 왕성 폐허 (AFP - WAKIL KOHSAR)
새로운 거주자들은 창문과 문, 철조망을 설치했고, 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점토와 짚을 섞은 혼합물로 벽면을 발랐습니다.
"유령들의 도시"
파란 연철 문을 열면 아가 무함마드(Agha Mohammad)의 '집'이 나타납니다. 매우 높은 벽을 지닌 작은 방 두 개로 이루어진 이곳은 그가 직접 점토 혼합물로 칠해 만든 곳입니다. 방 하나에는 대나무 지붕을 얹었고, 그 밑에는 즉석 요람이 걸려 있습니다.

2021년 3월 27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라슈카르가 인근 칼라에 보스트 요새 폐허 (AFP - WAKIL KOHSAR)
"나다알리 구역(라슈카르가 인근)이 함락됐을 때 몇 달 전에 이곳으로 왔습니다." 33세 경찰관 아가는 말합니다. "정부가 살 집을 내주길 바랍니다. 지붕의 금균 좀 보세요. 어느 날 밤 무너질까 두렵습니다." 이곳에는 수백 명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상당수는 실제 주거지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경찰 가족들입니다.
이들은 어떠한 지원도 받지 못하고 있으며 전기나 수도도 이용할 수 없습니다. 격전지인 인근 그리시크 지역에서 피신했다는 48세 비비 할리마는 "정부를 위해 싸우다 세 아들을 잃었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한숨짓습니다. 또 다른 실향민 후다이 나자르(54세)는 이곳을 "사람이 아니라 유령이 사는 자리"라고 탄식합니다. "집마다 과부들로 가득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죽어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라고 55세 사예드 아가는 덧붙이며, 새 보금자리를 제공해준다면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2021년 3월 27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라슈카르가 인근 칼라에 코나 궁전 앞 다리를 건너는 남성 (AFP - WAKIL KOHSAR)
라슈카르가에서는 관리들이 유적 대부분을 차지해 난민들에게 임대했다는 소문이 돌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카불 고고학 부서 관계자 파리드 하이다리(Farid Haidari)는 "위험 지역에서 피해 온 사람들에게 집을 빌려주는 사람들이 이 유적지를 장악했다"고 인정했습니다.
유적지를 지켜라
DAFA는 1950년대 이 유적지를 조사했으며, 그 이후 별다른 고고학적 발굴은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조사단은 궁전과 모스크, 그리고 도자기·공예 작업장, 신선한 음식을 보관하던 저온 저장고 같은 부속 건축물들을 확인했습니다.

2021년 3월 25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라슈카르가의 항공 뷰 (AFP - WAKIL KOHSAR)
또한 궁정 장면을 묘사한 유명한 벽화들도 발굴했습니다. 당시 이슬람권에서 생물을 형상화한 그림이 이미 기피 대상이던 시절이라 이 벽화는 매우 희귀한 유물이었습니다. 카불 박물관으로 옮겨졌던 이 벽화들은 1990년대 내전 당시 파괴되거나 도난당했습니다. 다행히 사진은 남아 있습니다.
필립 마르키 단장은 무단 거주자와 도굴꾼들이 일으키는 파괴를 우려하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의 영향도 걱정거리입니다. 기후 변화로 강이 범람하면 유적지 전체가 초토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실향민들을 보존 사업에 참여시켜 생계를 꾸리게 하고, 이들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고고학 공원'으로 유적지를 조성하고 싶어 합니다. 그는 "역설적으로 사람들은 자기들 방식대로 이곳을 보호한다. 자신들의 집이기 때문이다"라고 인정합니다.

2021년 3월 27일, 아프가니스탄 헬만드주 라슈카르가 인근 칼라에 코나 왕성 폐허에 사는 실향민 가족들 (AFP - WAKIL KOHSAR)
보스트 요새에 관한 책을 펴낸 74세 샤흐 마흐무드 하세아트(Shah Mahmud Haseat)는 라슈카르가에서 더 멀리 떨어져 있어 무단 거주가 없었던 보스트 요새의 미래에 대해서는 더 신중한 입장입니다. 그는 "정부에 유적지 보호를 설득하려 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며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였습니다. "우리의 역사가 파괴될지도 모른다는 것이 정말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