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3,200년 전 지중해 난파선 화물이 밝혀낸 키프로스·사르데냐의 숨겨진 무역망

지중해 분지의 후기 청동기 시대는 정교한 초지역적 관계망과 외교가 발달했던 시기로, 상품 교역과 선물 교환이 일상적인 관행으로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 가이사랴 해안에서 발견된 고대 난파선의 화물, 그중에서도 납 주괴와 돌 닻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두 먼 나라 간의 무역 관계를 드러내며, 약 3,200년 전 이 지역의 상업과 외교 활동에 새로운 빛을 던져 주고 있습니다.

예루살렘 히브리 대학교(HU) 고고학 연구소의 나아마 야할롬-막(Naama Yahalom-Mack) 교수는 같은 대학 지구과학 연구소의 이갈 에렐(Yigal Erel) 교수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해, 가이사랴 항구 인근 난파선 화물 중 4개의 납 주괴 출처를 규명했습니다.

3,200년 전 지중해 난파선 화물이 밝혀낸 키프로스·사르데냐의 숨겨진 무역망

연구팀은 납의 기원을 추적하고 해당 발견물을 지중해 각지의 고고학 유물과 비교 분석한 결과, 이 주괴들이 지중해 중부의 섬 사르디니아에서 채굴된 납으로 만들어졌음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주괴 표면에 키프로-미노아(Cypro-Minoan) 문자가 새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 문자는 아직 완전히 해독되지 않았지만, 후기 청동기 시대 키프로스에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를 근거로 연구자들은 원자재 운송을 목적으로 두 집단 간에 광범위한 무역 관계가 존재했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야할롬-막 교수는 "키프로스와 사르디니아는 서로 2,500km 이상 떨어져 있음을 감안하면, 이번 연구는 당시 키프로스인들이 얼마나 활발하게 교역했는지, 그리고 명품 제작에 쓰일 납을 확보하기 위해 얼마나 먼 거리까지 진출할 의향이 있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3,200년 전 지중해 난파선 화물이 밝혀낸 키프로스·사르데냐의 숨겨진 무역망

"그들은 납과 함께, 청동 생산에 필수적이면서도 키프로스와 그 주변에서 매우 귀하게 여겨진 금속인 주석도 수입한 것으로 믿어집니다. 구리, 납, 주석 이 세 가지 금속은 현재 이스라엘 해안을 포함한 연안 항구 도시들에서 판매되었습니다."라고 그녀는 덧붙였습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국제 학술지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Reports에 게재되었습니다. 지난 2월 수행된 이 연구는 하이파 대학교 해양연구소의 아사프 야수르-란다우(Assaf Yasur-Landau) 교수와 에후드 갈릴리(Ehud Galili) 박사와의 공동 작업으로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