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4900년 전 스웨덴 무덤에서 발견된 흑사병, 예상보다 일찍 유럽을 덮치다

흑사병의 역사가 학자들의 추정보다 훨씬 깊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교 사이먼 라스무센(Simon Rasmussen)이 이끄는 국제 연구진은 고대 DNA 데이터베이스에 수록된 1,058개의 인간 게놈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페스트균(Yersinia pestis) 균주를 확인했다. 연구 결과는 2018년 12월 6일 국제 학술지 셀(Cell)에 게재되었다.

4900년 전 스웨덴 무덤에서 발견된 흑사병, 예상보다 일찍 유럽을 덮치다

이 균주는 약 4,900년 전, 즉 신석기 시대 스웨덴 남부 팔뷔덴(Falbygden) 지역 프렐세고르덴(Frälsegården) 공동묘지에서 생을 마감한 20세 여성(표본명 게켐2·Gökhem2)의 유골에서, 그리고 같은 무덤에서 발굴된 농경민(게켐4·Gökhem4)의 유전체에서 검출됐다.

한꺼번에 매장된 78명, 집단 전염병의 흔적

이른바 '게켐(Gökhem)'으로 명명된 이 균주에는 폐페스트, 즉 폐렴형 흑사병의 유전적 특징이 뚜렷하게 남아 있었다. 같은 유적에서 진행된 기존 연구에 따르면 약 4,900년 전 짧은 기간 동안 무려 78명이 한자리에 매장되었는데, 연구팀은 이들이 모두 전염병 창궐 당시 목숨을 잃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게켐 균주와 기존에 알려진 페스트균 균주들을 비교 분석한 결과, 이 균주는 약 5,783년 전 다른 계통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게켐 균주는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흑사병 균주로 기록되었다.

유목민이 가져온 것이 아닌, 이미 유럽에 있던 병

이번 발견은 기존 통설을 뒤집는 의미도 갖는다. 2017년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실린 논문은 유라시아 초원의 유목 목축민들이 유럽 농경 사회에 흑사병을 들여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그들이 도래하기 이전부터 유럽 대륙에 페스트균이 존재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약 4,700년 전 중앙아시아 스텝에서 유럽으로 이주한 얌나야(Yamnaya) 유목민들은, 이미 전염병으로 크게 약화된 인구와 마주쳤을 것이라고 라스무센은 설명한다. 그는 "흑사병이 확산되던 바로 그 시기에 마차 운송과 동물 동력 같은 위대한 기술 혁신이 등장했다"며 "이는 병원체를 장거리로 퍼뜨리기에 더없이 좋은 조건이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따라서 흑사병이 대규모 이주 물결이 아니라 초기 무역 네트워크를 통해 퍼져나갔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나아가 스웨덴의 이 유적이 인류 최초의 대유행병, 즉 팬데믹의 흔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4900년 전 스웨덴 무덤에서 발견된 흑사병, 예상보다 일찍 유럽을 덮치다

벨기에 브뤼셀 왕립도서관 소장 질 드 뮈지(Gilles de Muisit) 연대기에 그려진 1349년 투르네의 '흑사병' 창궐 장면.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관들은 전염병이 낳은 대량 사망의 참상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Snark Archives / Photo 12 / AFP

저스티니아누스 역병부터 검은사망까지, 점점 더 치명해진 재앙

다만 연구진은 신석기 시대와 청동기 시대의 흑사병이 이후 찾아온 참혹한 범유행들만큼 치명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밝힌다. 6세기 비잔틴 황제 저스티니아누스 재위기에 약 4,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역병, 14세기 중세 유럽 인구의 절반을 몰살시킨 '검은사망', 1855년 인도와 중국에서 약 1,200만 명을 섬멸한 제3차 페스트 대유행이 그 예다.

라스무센은 "우리는 이런 초강력 병원체가 처음부터 존재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상기시킨다. 페스트균은 원래 독성이 약한 미생물에서 진화한 것이다. 청동기 시대에는 세균이 사람에서 사람으로 기침을 통해 전파되며 주로 호흡기를 침범하는 형태였다. 여러 차례의 유전적 변이를 거친 끝에, 기원전 1000년경에 이르러서야 이 간균은 쥐와 벼룩을 매개로 전염되는 무시무시한 선열페스트(림프절형 흑사병)로 진화한 것이다.

청동기 시대 정착지 쇠퇴의 열쇠

연구진은 이러한 선사시대의 대유행이 청동기 시대를 앞둔 시기 유럽 일부 정착지가 겪은 쇠퇴의 배경일 수 있다고 보며, 이 문제는 현재 학계에서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고대 DNA 분석 기술의 발전은 인류 문명사를 뒤흔든 전염병의 진짜 기원을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