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시리아 문화유산을 지켜라…압둘카림 총국장의 절박한 호소, '우리를 버리지 말라'

전쟁 속 시리아 문화유산, 시간과의 싸움

프랑스가 동부 시리아의 다에시(IS·이슬람국가) 거점에 대한 첫 공습을 개시한 무렵, 시리아 수도 다마스커스에서는 고고학자들이 시간과의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전국 각지 박물관에서 목숨을 건 위험을 무릅쓰고 수도로 옮겨진 수만 점의 고대 유물을 한 점씩 확인하고 촬영해 안전한 장소에 보관하는 작업이 한창 진행 중인 것이다.

시리아 문화유산을 지켜라…압둘카림 총국장의 절박한 호소,  우리를 버리지 말라

다마스커스에 도착한 유물들은 안전한 장소에 옮겨지기 전에 하나하나 기록·촬영된다.

시리아 고대유물박물관총국의 마문 압둘카림(Maamoun Abdulkarim) 총국장을 다마스커스에서 전화로 만나, 프랑스 과학지 시앙스 에 라베니르(Sciences et Avenir)가 단독으로 시리아 문화유산의 현황을 들어보았다.

팔미라 참극 이후 시리아 문화유산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2003년 이라크 바그다드 박물관에서 벌어진 참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팔미라의 발샤민 신전과 벨 신전이 파괴되기 훨씬 전부터 수천 점의 유물을 다마스커스로 옮기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30만 점이 넘는 시리아 문화유산, 즉 시리아 고대유물 소장품의 99%가 이런 방식으로 구조됐습니다! 모든 유물은 안전한 장소에 보관되기 전에 기록되고 촬영됩니다. 팔미라에 있던 400점의 석상도 도시 함락 직전에 옮길 수 있었고, 현재 다에시 수중에 놓인 동부 데르에즈조르 박물관의 3만 점 유물 역시 미리 옮겼습니다. 북부 이들리브에는 아직 1만5천 점의 유물이 남아 있으며, 현지 주민들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구조 작업에는 누가 참여합니까?

시리아 문화유산을 지켜라…압둘카림 총국장의 절박한 호소,  우리를 버리지 말라

시리아 고대유물총국 소속 공무원 2천500명입니다. 수백 명의 고고학자, 엔지니어, 건축가, 기술자, 경비요원이 포함됩니다. 우리 유산이 구원받고 있는 것은 바로 이들 덕분입니다. 일부 직원들은 정부 통제 지역이 아닌 곳에서도 모든 위험을 감수하며 계속 일하고 있습니다.

다에시 등에 의한 약탈 실태는 어느 정도입니까?

약탈자들은 불도저를 몰고 직접 고고학 유적지로 들어와 유물과 석상을 파내기 위해 유적을 유린합니다. 고고학자 입장에서 이런 유적지는 영원히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유물이 원래 놓여 있던 맥락 자체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남부의 마리(텔 하리리) 유적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습니다.

유네스코와 여러 국제기구는 고고학 약탈 물품이 테러 자금으로 쓰인다고 지적합니다. 도난 유물은 어디로 향합니까?

다에시나 또 다른 극단주의 조직인 알누스라 전선이 장악한 지역에서든, 밀수업자들은 인접국에서 넘어옵니다. 시리아 북부에서 약탈이 일어나면 잠재적 매수인들은 터키나 이스라엘에서 오고, 서부 아파메아 지역이라면 레바논에서, 남부라면 요르단에서 옵니다.

테러 조직에 의한 첫 약탈은 언제 확인됐습니까?

2013년 초 첫 경고가 접수됐습니다. 약탈자들이 이미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지, 즉 정부 통제 도시에서 가장 먼 유적지를 찾아 나서고 있었던 것입니다. 2013년 6월 4일 우리는 국경 통제 강화를 국제 사회에 공식 요청했습니다. 불행하게도 유네스코, 이콤(ICOM), 이코모스(ICOMOS)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우리 말에 귀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이들 기구만이 계속 우리를 지지해 왔습니다.

시리아 문화유산을 지켜라…압둘카림 총국장의 절박한 호소,  우리를 버리지 말라

다마스커스에 도착한 모든 유물은 은닉 장소에 보관되기 전에 기록·촬영된다. © 마문 압둘카림

다에시는 한편으로는 유적을 파괴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되파는데, 어떻게 설명할 수 있습니까? 역설적이지 않습니까?

약탈은 이념적 성격의 파괴와 병행해 진행됩니다. 지하드 조직은 이교도의 물건이라며 석상을 파괴합니다. 하지만 문화재란 석상만이 아닙니다! 모자이크, 조각상, 화폐, 도자기, 설형문자 점토판, 금 장신구, 상아 공예품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 보물 판매 대금이 테러 조직의 자금으로 재투자되는 것입니다.

국제기구들의 태도 변화는 언제 감지했습니까?

2014년 7월 이후 매우 분명해졌습니다. 헬레니즘·로마·비잔틴 시대 유적인 아파메아 유적이 입은 참화를 보여주는 최초의 위성사진이 공개된 것입니다. 그때 전 세계적 각성이 일어났고, 그 이후로 관련 노력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유네스코도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시리아에서 벌어진 파괴와 만행 앞에서 지칠 줄 모르고 각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미 300곳에 가까운 고고학 유적지가 피해를 입었습니다.

시리아 고대유물총국은 어떤 나라들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습니까?

프랑스와 프랑스 연구자들이 시리아 유산을 줄곧 도와온 주요 협력국의 선두에 있다고 말씀드려야겠습니다. 비록 프랑스 정부가 공식적으로는 시리아와 접촉하지 않지만요. 독일, 이탈리아, 영국, 일본, 그리고 미국에 본부를 둔 비정부기구 세계기념물기금(World Monuments Fund)도 언급해야 합니다. 스페인, 덴마크, 네덜란드 같은 나라들도 협력하고 있습니다.

복잡하고 혼돈스러운 상황, 빠르게 진행되는 사태 속에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십니까?

우리는 항상 문화유산 문제의 정치적 이용을 거부해 왔습니다. 시리아 문화유산은 그 자체로 구해야 합니다! 정치는 변하고 사람은 변하지만, 유산은 남습니다. 유산은 한 민족의 기억이자 정체성입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이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 모두 어떻게 함께 일할 수 있는가입니다. 시리아 박물관 소장품 전체를 피난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합니다. 물론 우리 삶은 매우 힘듭니다. 늘 위협을 느낍니다. 다마스커스에서 15km만 떨어져도 이미 위험을 감수하는 셈입니다. 매일 동료들이 살해당하고, 그들의 집이나 친척의 집이 파괴됐다는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남기를 선택했습니다. 한 민족의 영혼을 구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합니다. 다마스커스를 지켜야 합니다. 다마스커스를 잃으면 시리아의 역사 전체를 잃게 됩니다! 시리아 문화유산이 세계 문화유산이라면, 세계는 우리를 버려서는 안 됩니다. 이 유산은 여러분의 것이기도 합니다!

'국경에서 약탈 유물 6천500점 확보'

시리아 국경에서 이뤄진 검색과 관련해 상충하는 정보가 많이 흘러나왔다. 시리아 고대유물박물관총국의 마문 압둘카림 총국장이 처음으로 수치화된 평가를 내놓았다.

'시리아에서 약탈된 물건이 유럽 시장에서 발견될 리 없다는 주장이 곳곳에서 벌어지는 것을 봤습니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제 시리아 경찰과 세관이 유럽, 미국, 중국 방향 국경에서 대대적인 검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레바논은 검문을 실시하고 압수한 물건을 돌려주는 등 정말로 우리와 협력하는 유일한 인접국입니다. 시리아 쪽에서도 6천500점의 물건을 회수했는데, 그중에는 가짜도 끼어 있었습니다! 특히 3세기 제노비아 여왕 시대의 화폐 1천600점으로 이루어진 중요한 화폐 보물을 손에 넣었습니다. 하지만 마피아 조직의 배후 인물들이 더 좋은 날을 기다리며 약탈품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10년 아니면 15년 후, 이 약탈 물건들이 서서히 다시 모습을 드러낼 것입니다.'

용어 설명

유네스코(UNESCO):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
이콤(ICOM): 국제박물관협의회(위험에 처한 시리아 문화재 긴급 레드 리스트 작성)
이코모스(ICOMOS):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다에시(Daesh): 이슬람국가(IS)의 아랍어 명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