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아즈텍 문명을 멸망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살모넬라균? 학계의 뜨거운 논쟁

16세기 중반, 멕시코 원주민 인구를 집어삼킨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전염병 중 하나의 배후에는 살모넬라균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2018년 1월 15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 생태학·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게재된 이 연구는 2017년 2월 온라인 저널 bioRxiv를 통해 선공개되며 학계의 큰 주목을 받은 바 있습니다.

코코리스틀리(Cocoliztli). 이는 1519년 스페인 정복자들이 도래한 뒤 중앙 멕시코의 아즈텍인들을 덮친 끔찍한 전염병을 가리키는 이름입니다. 이 재앙의 정확한 기원과 정체를 규명하기 위해 수십 년간 역사학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논쟁이 이어져 왔는데, 독일 예나(Jena) 막스 플랑크 인문과학연구소의 유전학자들이 그 실체의 한 조각을 마침내 밝혀낸 것입니다.

아즈텍 문명을 멸망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살모넬라균? 학계의 뜨거운 논쟁

16세기 에르난 코르테스와 황제 모테쿠소마의 회동을 그린 19세기 삽화

멕시코 인구의 80% 소멸, 살모넬라가 원인?

요하네스 크라우세(Johannes Krause) 교수 연구팀은 bioRxiv에 게재한 논문에서, 유럽에서 건너온 병원성 균주 중 하나인 살모넬라 파라티피 C(Salmonella enterica Paratyphi C)가 멕시코 인구의 무려 80% 소멸을 초래했을 수 있다는 최초의 직접적 증거를 발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아즈텍 제국의 종말을 알린 극적인 인구 붕괴였습니다.

연구진은 멕시코 남부 오아하카(Oaxaca) 지역 테포스쿨라-유쿤다아(Teposcolula-Yucundaa) 묘지에서 발굴된 29명의 유해에서 채취한 세균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분석 결과 다섯 사례를 제외한 대부분의 유해에서 1545년부터 1550년 사이 치명적인 장티푸스성 열병(enteric fever)의 흔적이 확인되었습니다.

아즈텍 문명을 멸망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살모넬라균? 학계의 뜨거운 논쟁

살모넬라균의 현미경 이미지. 출처: Rocky Mountain Laboratories, NIAID, NIH, Wikimedia

에르난 코르테스(Hernán Cortés)가 이끄는 스페인인들이 도착했을 당시 멕시코의 인구는 약 2,500만 명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전염병과 전쟁이 연이어 닥친 뒤 한 세기가 지났을 때는 겨우 100만 명만이 남았습니다. 이번 연구를 소개한 네이처는 "1545년과 1576년의 두 차례 대규모 코코리스틀리가 고지대에서 700만~1,8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회의적: "아즈텍 사회는 이미 그 전에 무너졌다"

그러나 이번 결론이 학계의 만장일치를 얻은 것은 아닙니다.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학교의 아즈텍 문명 권위자 마이클 E. 스미스(Michael E. Smith) 교수는 이러한 해석이 과도하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16세기 내내 심각한 전염병이 연달아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살모넬라가 아즈텍 사회 소멸의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아즈텍 사회는 훨씬 이전에 이미 무너졌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연구진은 이 전염병의 기원을 1545년으로 보지만, 아즈텍의 정복과 파괴는 무려 25년 전인 1519~1521년에 이미 일어났다"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아즈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Tenochtitlan)의 함락에는 천연두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1520년 스페인인들이 들여온 천연두가 대유행하면서 도시의 방어력이 무너졌고, 결국 1521년 8월 13일 테노치티틀란은 함락되고 말았습니다.

파리 1 팡테옹 소르본 대학교 소속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아메리카 고고학 연구소장 그레고리 페레이라(Grégory Pereira) 박사도 같은 견해입니다. 그는 타라스칸 왕국(현 미초아칸 주 일대)의 마지막에서 두 번째 군주가 단 한 명의 스페인인도 만나보기 전에 천연두로 사망했다는 사실을 예로 듭니다. 당시 멕시코시티 공성전 중 아즈텍 사절단이 그에게 스페인인에 맞선 지원을 요청하러 왔다가, 자신도 모르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전염시킨 것이었습니다. 전염병이 얼마나 빠르게 확산되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대목입니다.

페레이라 박사는 "이번 살모넬라 연구가 1545년 코코리스틀리의 주범으로 이 세균을 지목한 점은 아마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접촉 초기 몇 년 안에 일어난 아즈텍 사회의 파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아즈텍 문명을 멸망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살모넬라균? 학계의 뜨거운 논쟁
아즈텍 문명을 멸망으로 몰고 간 장본인은 살모넬라균? 학계의 뜨거운 논쟁

멕시코 정복의 폭력성을 담은 리엔소 데 틀라스칼라(Lienzo de Tlaxcala) 장면. 아즈텍의 숙적이었던 틀라스칼라 동맹 세력이 제작한 16세기 문서로, 1552년 스페인으로 전해졌습니다. 코르테스는 바로 이 아즈텍 적대 세력들의 연합을 통해 제국을 무너뜨릴 수 있었습니다. 출처: Lienzo de Tlaxcala

정복 이전부터 시작된 '병원균의 교환'

1519년 코르테스가 멕시코에 상륙했을 때, 그는 이 땅에 발을 디딘 최초의 유럽인이 아니었습니다. 그보다 앞서 에르난 데 코르도바(Hernández de Córdoba)와 후안 데 그리할바(Juan de Grijalva)가 이끄는 스페인 탐사 원정대가 이미 이곳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더욱이 코르테스는 항해 도중 몇 년 전 원주민 추장들에게 포로로 잡혀 있던 카스티야 출신 난파선 생존자들을 발견합니다. 이는 유럽에서 유입된 병원균들이 이미 훨씬 이전에 메소아메리카에 침투해 퍼지기 시작했음을 의미합니다.

여기에 1500년경부터 시작된 콜롬비아·파나마 방면의 원정, 그리고 정복자들이 카라벨선에 실어 나른 개와 말 등 유럽산 동물들이 옮긴 인수공통감염병까지 감안하면, 구대륙의 질병이 신대륙으로 유입된 통로는 결코 하나가 아니었던 셈입니다.

결국 살모넬라균은 1545년의 대재앙, 즉 코코리스틀리의 주범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아즈텍 제국의 멸망 자체는 정복 전쟁과 천연두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던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