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이집트 피라미드 곁에서 4,500년 된 고대 장례선 발견…고고학계가 주목하는 이유

이집트 카이로 인근 아부시르(Abusir) 네크로폴리스(왕릉 묘역)에서 약 4,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고대 장례선이 발굴되었다. 이번 발견은 고대 이집트의 조선 기술과 장례 문화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집트 피라미드 곁에서 4,500년 된 고대 장례선 발견…고고학계가 주목하는 이유

이집트 아부시르 유적지에서 발견된 제3~4왕조 시기 장례선의 잔해

모래 아래 잠들어 있던 4,500년의 시간

돌을 깐 바닥 위에 좌초된 채 발견된 이 장례선은 나무못으로 판재가 연결된 상태로 수천 년 동안 모래 더미 밑에 묻혀 있었다. 길이 18m에 달하는 이 배는 여러 파라오의 피라미드가 자리한 것으로 유명한 아부시르 묘역에서 발굴되었다. 기원전 2550년경으로 연대가 추정되며, 구왕국 시대(기원전 2686~2180년) 고위 인물의 거대한 무덤인 마스타바(mastaba) 근처에 안치되어 있었다.

"정말 중요한 발견입니다!" 이집트 해양고고학 전문가인 파트리스 포메(Patrice Pomey)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며, 이번 발굴을 주도한 프라하 카렐 대학교 체코 고고학연구소 팀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체코 탐사대를 이끄는 미로슬라프 바르타(Miroslav Barta) 소장은 "유물에 대한 정밀 발굴을 통해 고대 이집트의 선박 건조 기술과 장례 의식에서 배가 맡았던 정확한 역할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례선의 실제 역할을 두고 의견 분분

그럼에도 이런 배들의 용도에 대해서는 여전히 베일에 싸인 부분이 많다. 포메는 "이 장례선들이 실제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일부 연구자들은 이 배들이 '태양의 배', 즉 죽은 자가 사후 세계를 여행할 때 사용했던 배로 만들어졌다고 본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매장되기 전 실제 항해용 선박으로 쓰였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파라오 시대 이집트 전체에서 알려진 것은 겨우 20척 남짓입니다." 포메의 말처럼 이런 배는 극히 드물게 출토된다. 가장 오래된 배는 기원전 3000년경, 제1왕조 통치자 덴(Den)의 재위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은 2012년 가을 기자 근교 아부라와시(Abu Rawash) 유적에서 발견되었으며, 테베 북쪽 아비도스(Abydos)에서도 제1·2왕조 시기의 열두 척이 추가로 확인되었다.

이집트 피라미드 곁에서 4,500년 된 고대 장례선 발견…고고학계가 주목하는 이유

구왕국 시대(제4왕조) 파라오 쿠푸의 태양의 배. 삼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길이 43m, 무게 45t에 달한다. ©The Picture Desk/AFP

쿠푸의 배와 비교하면?

가장 유명한 장례선은 단연 파라오 쿠푸(Kheops)의 두 배다. 그중 가장 큰 배는 길이 43m에 달하며 1952년에 발견되었는데, 당시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선박 건축 지식이 집약된 작품이다. 현재 제4왕조의 이 위대한 통치자의 피라미드 바로 아래에 있는 박물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아부시르의 배가 특별한 이유

아부시르에서 발견된 이 배는 여러 면에서 학자들의 관심을 끈다. 우선 "이집트 초기 왕조의 배와 쿠푸 시대의 배 사이의 과도기를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포메는 강조했다. "이를 통해 최초의 목조 선박부터 후기에 결속(ligature) 방식으로 조립된 배까지 진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또 한 가지 연구자들을 매료시키는 점이 있다. 이 배는 왕실이 아닌 맥락에서 발견된 최초의 해당 종류 유물이라는 사실이다. 그동안 학자들은 이런 장례선이 왕족만을 위해 안치된 것이라고 믿어 왔다.

발굴 작업은 2017년 봄에도 계속될 예정이다. 체코 이집트학연구소와 미국 텍사스대학교 해양고고학연구소 간의 협약에 따라 선체 건조에 사용된 기술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