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이집트 제19왕조의 파라오 람세스 2세가 가장 사랑한 왕비 네페르타리(Nefertari). 그녀의 미라에서 남은 것은 단 두 개의 다리뿐입니다. 그런데 최근 연구진의 작업을 통해 이 유해의 정체가 마침내 확인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에 소장된 네페르타리 여왕으로 추정되는 미라화된 다리 유해
토리노 박물관 진열장 속 미스터리한 다리
1933년 프랑스의 샹송 가수 미스탱게트(Mistinguett)는 "사람들이 내 다리가 아름답다고 말하죠…"라는 노래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흥미롭게도 같은 말을 3200년 전에도 했을지 모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고대 이집트의 명왕비 네페르타리입니다. 그녀의 미라 다리가 이탈리아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Museo Egizio)의 진열장에서 발견된 것입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진화의학연구소(IEM)의 인류학자 프랑크 J. 뤼리(Franck J. Rühli)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탈리아 기관이 100년 넘게 보관해 온 이 유해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연구팀은 한쪽 다리(대퇴골, 슬개골, 정강이뼈)와 다른 쪽 다리 일부(대퇴골과 정강이뼈 일부)에 대해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유전학 및 해부학적 분석, 역사적 비교 검증 등 다양한 과학적 검사를 실시했습니다.
그 결과, 이 유해는 이름 자체가 "그녀에게 아름다움이 있다"는 뜻인 네페르타리, 즉 신왕국 제19왕조의 통치자 람세스 2세(기원전 1250년경)의 총애받는 왕비의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참고로 아케나텐의 왕비였던 또 다른 유명한 이집트 통치자 네페르티티(기원전 1370~1333년)와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테베 왕비들의 계곡 QV66 무덤 벽화. 여신 이시스와 함께 있는 네페르타리 여왕의 모습 ©Mary Evans / SIPA
과학적 분석이 밝혀낸 것들
"이 다리는 약 40세 전후의 성인 여성, 키 165~168cm의 것으로, 사용된 방부 처리 재료는 람세스 시대의 미라 제작 전통과 부합합니다." 프랑크 J. 뤼리는 학술지 PLOS ONE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특히 비투멘(천연 아스팔트)이 사용되지 않은 점이 특징적입니다. 비투멘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기는 그보다 늦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신왕국 시대에는 오일이나 동물성 지방이 주요 방부 처리제로 사용된 것으로 보입니다." 뤼리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리넨 붕대에는 동물성 지방이 아낌없이 발라져 있었는데, 당시 방부 처리 절차를 담은 파피루스인 『방부 처리 의례서』에서는 이러한 사용법을 권장하지 않았음에도 말입니다.
1904년, 약탈당한 무덤에서 발견되다
이 인골의 소유자에 대한 의심은 예전부터 존재했지만, 과학적 분석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유해는 1904년 이집트학자 에르네스토 시아파렐리(Ernesto Schiaparelli)와 프란체스코 발레리니(Francesco Ballerini)가 테베 근교 왕비들의 계곡(Valley of the Queens)에서 네페르타리 여왕의 무덤(QV66)을 발굴하면서 토리노로 운반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무덤은 고대에 이미 완전히 약탈당한 상태였습니다. 고고학자이자 외교관이었던 시아파렐리가 발견한 것은 심하게 훼손된 분홍색 화강암 석관, 부서진 가구, 항아리들, 나무로 만든 우샤브티(ushabti, 장례 종복을 상징하는 작은 조각상), 샌들 한 켤레… 그리고 황금 관이 훼손되는 과정에서 도굴꾼들이 시신에서 뜯어낸 미라화된 두 다리뿐이었습니다.
알록달록한 벽화로 장식된 이 영원한 안식처는 파라오 시대 이집트 전체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 중 하나로 꼽힙니다. 그 화려함에 비하면 남겨진 유물이 너무나 적어 더욱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람세스 2세와 대등했던 왕비
파리 소르본 대학교의 이집트학자 피에르 탈레(Pierre Tallet)는 "네페르타리는 이집트의 어떤 왕비도 누려보지 못한 최고의 위상을 인정받았습니다. 남편 람세스 2세의 거상 곁에 그녀 자신의 거상이 세워진 아부심벨 작은 신전 정면에서 알 수 있듯이, 그녀는 람세스 2세와 대등한 존재로 묘사되었습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는 그녀와 파라오 사이의 신성한 상호보완성이, 테베 지역 고대 이집트의 왕조 신들인 아문-라(Amun-Re)와 무트(Mut) 부부와 겹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이집트 남부 아부심벨에 위치한 네페르타리 신전. 여왕의 석상은 람세스 2세와 동일한 크기로 조각되어 그녀의 지위와 중요성을 보여준다 © 토리노 이집트 박물관
확인된다면 최초의 람세스 왕조 여왕
만약 이번 연구의 결론이 사실로 입증된다면, 네페르타리는 현재까지 제대로 신원이 확인된 유일한 람세스 왕조의 여왕이 됩니다. 이 시대의 왕비, 왕자, 공주들의 미라 대부분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발견될지도 모릅니다. 1881년 테베 남쪽 데르 엘바하리(Deir el-Bahari) 은신처에서 신왕국 시대(기원전 1550~1070년)의 50여 명에 달하는 파라오와 유명 인사들의 미라가 발견되었던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