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2000년 전 고대 로마 제국에도 말라리아가 만연했었다

말라리아는 이미 2000년 전 유럽에 존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탈리아 로마 시대 묘지에서 발굴된 고대인의 유해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번에 처음으로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2000년 전 고대 로마 제국에도 말라리아가 만연했었다

이탈리아 벨리아(Velia) 로마 묘지에서 발굴된 35세 남성의 치수(치아 신경 조직)에서 말라리아 흔적이 발견되었다.

'나쁜 공기', 말라리아의 어원

고대 사람들은 '말라리아(mal aria)'를 곧 '나쁜 공기'로 여겼다. 당시에는 로마 주변의 정체된 물에서 올라오는 악취 나는 증기가 이 무서운 늪병(沼澤病)을 일으키는 원인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그리스 의사 히포크라테스(기원전 460~370년)와 갈레노스(129~199년), 로마의 첼수스(기원전 25년~서기 54년)는 여름이 끝나갈 무렵 걸리는 악명 높은 '삼일열' 또는 '사일열'이라 불리는 치명적인 열병을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열병이 정확히 어떤 병이었는지는 명확하지 않았다. 간접적인 사료나 비문 같은 역사적 기록 외에, 로마 유적에서 이 질병이 존재했다는 구체적 증거는 지금까지 한 번도 제시된 적이 없었으며, 병원체를 직접 검출한 사례는 더더욱 없었다.

그러나 이제 그 진실이 밝혀졌다. 캐나다 해밀턴 근교 맥마스터 대학교 고대 DNA 센터의 헨드릭 포이너(Hendrik Poinar) 고생물유전학자 팀이 이탈리아 세 개 네크로폴리스(고대 묘지)에서 출토된 성인 58구와 아동 10구의 유해를 분석한 것이다. 연구 대상은 서기 1~4세기의 유적으로, ▲로마에서 25km 떨어진 고대 항구 도시 포르투스 로마에(Portus Romae)와 연관된 이솔라 사크라(Isola Sacra) 묘지 ▲이탈리아 남서부의 작은 항구 도시 벨리아(Velia) ▲남동부의 농촌 마을 바그나리(Vagnari)다.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 저널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 치아 치수에서 추출한 미토콘드리아 DNA(mtDNA) 단편의 유전자 분석 결과 두 개체에서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병원체인 열대열원충(Plasmodium falciparum)의 존재가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것이 제정(帝政) 로마 시대에 이 기생충성 질병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최초의 직접적 증거라고 밝혔다.

흥미롭게도 연구진이 가장 말라리아 흔적을 발견할 것으로 예상했던 포르투스 로마에 묘지의 인골 샘플에서는 말라리아 흔적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 프로젝트를 이끈 맥마스터 대학교의 생체인류학자 스테파니 마르치니악(Stephanie Marciniak)은 "말라리아에 걸린 유해가 아직 발견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연구의 주목할 만한 성과 중 하나는 말라리아가 항구든 농촌 마을이든, 이탈리아 남부 고대 공동체에서 잠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했음을 입증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로마 멸망을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그녀는 "이러한 결과가 로마 제정 시대의 종언이 이 기생충이 초래한 전반적 재앙 때문이었다고 설명하는 데 확대 적용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이제 이 기생충이 고대 세계에서 어떻게 퍼져나갔는지 규명하고자 한다. 이번 연구 결과는 매년 전 세계 2억 1400만 명 이상의 환자를 내는 열대열원충이 지난 2000년간 어떻게 진화해 왔는지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늘날의 말라리아

열대열원충 형태의 말라리아가 이미 로마 제국에서 큰 피해를 일으켰다면, 오늘날에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는 여전히 만연하다. 이 질병은 감염된 암컷 얼룩날개모기(Anopheles)에 물려 인간에게 전파된다. 2000년 이후 발생률은 37% 감소했지만, 미국 애틀랜타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2015년 통계에 따르면 여전히 매년 약 43만 8000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한편 말라리아 원충의 존재는 136년 전 프랑스 군의관이자 기생충학자인 알퐁스 라베랑(Alphonse Laveran)이 알제리 콩스탄틴에서 처음 규명했으며, 그는 이 공로로 1907년 노벨 의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