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위를 걷으면 행운이 찾아온다는 말도 있지만,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미국 과학자들이 인간과 동물의 배설물에서 추출한 생체지표(biomarker)를 활용해 북미 선콜럼버스 시대 유적지인 카호키아(Cahokia)의 정착과 쇠퇴 과정을 더 정확하게 추정해냈다.
12세기 전성기를 맞았던 카호키아는 당시 북미에서 가장 큰 아메리카 원주민 도시 중 하나였다.
배설물 속 '코프로스타놀'이 담고 있는 역사
"사람은 누구나 대변을 봤습니다. 분변 스타놀(faecal stanol)을 이용해 한 집단의 인구 동태를 측정하고 추적하는 것은 매우 유망한 연구 분야입니다"라고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UC Berkeley)의 인류학자 A.J. 화이트(A.J. White)는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코프로스타놀(coprostanol)은 인간 대변에 포함된 콜레스테롤이 분해되며 생성되는 물질로, 고고학 토양 속에서 수백 년간 보존될 수 있을 뿐 아니라 정량 분석도 가능하다. 그는 이 방법을 일리노이주 세인트루이스 근교에 위치한 카호키아 유적지의 정착 과정을 규명하는 데 적용했으며, 그 결과를 학술지 저널 오브 아키훌로지컬 사이언스(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발표했다. 일리노이·미주리·미시시피 강이 만나는 곳에 자리한 이 거대한 원주민 도시는 서기 1050년부터 1350년 사이에 주로 거주되었으며, 웅장한 흙 구조물 복합단지로 가장 잘 알려져 있다.
마야·아즈텍 문명과 동시대였던 도시
북미 대륙의 평원에는 티피(tepee)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미시시피 강 동쪽에서는 기원후 800년부터 1550년까지 오대호에서 멕시코만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 걸쳐, 대중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마운드 빌더(Mound Builders, 무덤 축조자)'라 불리는 문화가 수 세기에 걸쳐 웅장한 건축물들을 세웠다. 이들 '조형 토루(effigy mound)' 중 일부는 독특하고 놀라운 건축 양식으로 지금도 풍경 속에 남아 있다. 길이 400m에 달하는 오하이오주의 '거대한 뱀(Great Serpent)' 토루나 '몽크스(Monks)' 토루가 대표적이다. 1982년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카호키아는 북미 최초이자 최대의 도시로 평가받으며, 수백 개의 마운드와 넓은 단지 위에 건물과 마을이 들어섰다. 중앙 광장을 갖춘 이 도시는 중남미의 마야·아즈텍 도시들과 많은 공통점을 지녔다.

현대 세인트루이스 동쪽에 위치한 카호키아 유적지는 길이 3km의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넓은 중앙 광장, 수많은 공동체 건물, 웅장한 토루들을 갖추고 있었다. © Lloyd K. Townsend 그림. 일리노이주 카호키아 마운즈 주립역사공원 제공.
수 세기 동안 토루를 쌓아 올린 미시시피 문화권 사람들은 1500년경 갑자기 이곳을 떠났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여러 가설 가운데 하나는 심각한 환경 문제로 인한 위기설이다. 수백 미터에 달하는 이 거대한 흙 구조물들은 대부분 테네시·컴버랜드·미시시피 같은 대하천 유역을 따라 집중적으로 분포했는데, 파괴적인 홍수의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캘리포니아 연구진은 카호키아 인구 감소의 원인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인접한 호스슈 호(Horseshoe Lake)에서 채취한 호수 퇴적물 코어에 보존된 인간 및 동물 기원의 분변 스타놀*에 주목했다.

인간 분변 스타놀의 형성, 퇴적, 분해 과정을 보여주는 개략도. © A.J. White,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지질학과.
방대한 샘플 분석 끝에 연구진은 토양 내 높은 스타놀 농도로 입증되는 인구 정점이 12세기에 나타났음을 확인했다. 당시 도시 인구는 최대 2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 물질들의 농도는 이후 1400년까지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며, 이미 12세기 중반부터 나타난 환경 스트레스 요인이 도시 쇠퇴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을 시사한다. 미시시피 강의 홍수와 옥수수(콩, 호박과 함께 주요 식량이었다) 집약 재배에 불리한 잇따른 가뭄이 1150년경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스타놀 분석에 기반한 유사 연구는 노르웨이에서 이미 성공적으로 수행된 바 있다. 현재는 미국 피츠버그대학교 팀이 페루 티티카카 호 유역을 대상으로 후속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인간 외에도 개, 당나귀, 말, 소 등 다른 포유류도 코프로스타놀을 생성한다. 다만 사람 기원 농도를 가릴 만큼 많은 양을 생성하는 것으로 알려진 동물은 양과 돼지뿐이다. 카호키아에는 돼지나 양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