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부터 이집트 무덤을 찾은 방문객들은 자신이 목격한 장면들을 동시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했습니다. 종종 서투르고 천진난만한 그림들에서 오늘날의 탁월한 사진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어떤 과정을 거쳐 왔을까요? ‘이집트 노트’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입니다.
왕실 서기관의 장례식, 존 가디너 윌킨슨(John Gardiner Wilkinson)
판화로 담아낸 이집트: 우아한 환상과 그 한계
18세기에는 사진이라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방문객들은 자신이 본 것을 판화를 통해 간행하는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물은 흔히 서투른 드로잉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판화 과정에서 선은 더욱 딱딱하게 굳어지곤 했지요. 당시 이런 작품들은 고대 이집트인의 습속과 관습을 파악할 수 있게 해주는 역사적 문서로만 인식되었습니다.
1798년 이집트 원정 당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는 학자들뿐 아니라 건축가와 화가도 함께 데리고 갔습니다. 이 원정의 결실인 『이집트지(Description of Egypt)』는 수백 점의 우아한 판화판을 담은 기념비적인 집대성 저작으로 탄생했습니다. 그러나 이 그림들은 고대·고전·그리스로마의 ‘아름다움’을 관찰하며 미감이 형성된 드로잉맨들의 손에서 완성된 것이었습니다. 안타깝게 사라진 기념물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소중하지만, 이집트 화가가 실제로 만들고자 했던 형상을 충실히 재현했다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장 레옹 제롬(Jean-Léon Gérôme), 〈스핑크스 앞의 나폴레옹〉, 1886 ©Wikimedia
1845년부터는 리하르트 레프지우스(Richard Lepsius)가 이끄는 프로이센 탐사대가 카메라와 셀 수 없이 많은 은염 유리건판을 함께 가져갔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건판들은 긴 귀국 여정을 견디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 새로운 복제 기술은 곧 동양주의 화가들이 강렬하게 낭만화한 이색적인 동방의 보물을, 호기심에 목말랐던 대중에게 보여주는 데 집요하게 반복해서 활용됩니다.
존 프레더릭 루이스(John Frederick Lewis), 〈테베의 라메세움〉, 예일 영국미술관 소장 ©Google Art Project
프랜시스 프리스(Francis Frith), 〈테베의 라메세움, 이집트〉, circa 1857
이집트학 역시 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1960년대까지는 드로잉 형태의 모사본과 더불어 이집트 회화가 주로 흑백 사진으로만 재현되었고, 경제성 때문에 흑백 간행은 한동안 계속 이어졌습니다. 지난 30년간의 디지털 사진 전환과 이 기술의 끊임없는 발전은 점점 더 정밀한 해독을 가능하게 했으며, 과학자들과 일반 대중에게 훨씬 쉽게 전파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비지에르 라모제(Vizier Ramosé) 무덤의 채색 벽면. 1941년 흑백 간행물과 최근의 디지털 측량 비교 ©MAFTO / LAMS CNRS
“오늘날에는 매우 높은 해상도와 3D의 충실한 재현이 가능해졌습니다”
오늘날 저희 연구팀은 디지털 사진측량(포토그래메트리)과 기가픽셀 이미징 같은 광학 기록 기법을 매일 활용합니다. 이를 통해 벽면과 무덤 전체의 초고해상도 충실 재현은 물론 삼차원 모델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이제 벽화 장식을 가상으로 벗겨내며 무덤의 구조와 보존 상태를 ‘청진’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입니다. 이러한 혁신적인 자료 덕분에 컴퓨터 화면에서 기념물을 검안할 수 있어 현장보다 오히려 수월하며, 시간의 흐름과 관광 압력을 견디기 힘든 취약한 유적에 대해 일반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현실을 보완하는 유일무이하고 영구적인 열람 창구를 제공합니다.
파세르(Paser) 무덤 벽면의 기가픽셀 이미지와 높이 몇 센티미터에 불과한 상형문자 디테일 ©CEDAE – MAFTO/LAMS CNRS
“기술 곁에서 늘 강렬하게 다가오는 감동, 꿈과 현실 사이”
연구팀 멤버이자 분자·구조 고고학 연구소(소르본대–CNRS) 화학 교수인 마귀 자베르(Maguy Jaber)는 이런 유적에서의 과학 연구가 지닌 특별함을 잊지 않습니다.
“꿈인가 현실인가—설렘과 경이로움 사이에서 저는 레크미레의 무덤 문을 넘어 역사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시공간의 개념은 사라지고, 저는 하나의 역사, 하나의 문명, 하나의 전통과 종교 속에 완전히 몰입합니다. 상형문자를 해독할 줄 알 필요조차 없습니다. 마법 같은 보편적 언어 앞에서, 화가가 나에게 직접 말을 걸어 손을 잡고 신성의 문으로 인도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생명으로 가득한 색채의 푸른 상형문자를 따라 마침내 내세의 문 앞에 다다릅니다. 그 문 앞에도 이번에는 잿빛 초록의 상형문자가 줄지어 있지요. 저는 제18왕조의 한 이집트인처럼 두 세계 사이에 매달려 있습니다.”
기가픽셀 이미징과 사진측량 조사란 무엇일까?
기가픽셀 이미징은 로봇 헤드를 이용해 카메라가 렌즈의 초점을 중심으로 센서 위에서 회전하며 일련의 고해상도 사진을 순차적으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구현됩니다. 표면을 행과 열로 분할해 담은 이 이미지들은 사용된 광학계 고유의 왜곡을 광도 보정한 뒤 하나의 시각물로 투영·합성됩니다. 최대 3,600만 픽셀을 담는 각 이미지를 합성하면 빠르고 자동화된 방식으로 단일 초고해상도 이미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디지털 사진측량(포토그래메트리) 또한 대량의 촬영 시리즈(저희 예배당 중 하나의 경우 무려 2,000장 이상)에서 출발합니다. 촬영은 운용자가 마찬가지로 순차적으로 진행하되, 체계적인 격자를 따르고 대상 표면에 대해 90도 각도를 유지합니다. 예배당 바닥이 고르지 않고 벽의 높이가 때로 상당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폴대 위에 올리고 원격으로 셔터를 눌러야 하며, 촬영의 선명도 확보는 작업 성공의 필수 조건입니다. 약 75%의 최적 중복률을 유지하면서 서로 다른 시야 사이의 공통 픽셀을 인식함으로써 대상 벽면의 입체 텍스처 재구성이 이루어집니다. 광학 삼각측량을 통한 유사 픽셀의 연결은 기록된 표면의 정확한 토폴로지 인식과 삼차원 가상 복제본 생성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집트 노트’ 시리즈 전체 보기
이집트 노트 ① : 고대 이집트 화가들은 어떻게 작업했을까?
이집트 노트 ② : 낙타몬(Nakhtamon) 장례 예배당 발견하기
이집트 노트 ③ : 이집트 회화의 안료
이집트 노트 ④ : 채색 벽면의 현대적 기록
이집트 노트 ⑤ : 람세스 2세의 영원의 기념물 재발견
이집트 노트 ⑥ : 빛으로 안료 밝히기—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이집트 노트 ⑦ : 이미지를 통해 연구를 경험하다
이집트 노트 ⑧ : 네브아몬(Nebamon)과 이푸키(Ipouky) 무덤 벽화 연구의 시작
이집트 노트 ⑨ : 아멘호텝 3세 시대, 두 화가가 함께 쓴 무덤
이집트 노트 ⑩ : 고대 이집트 화가 아메누아수(Amenouahsou)의 무덤이 밝히는 것들
이집트 노트 ⑪ : 이집트 미라의 기이한 용도들
이집트 노트 ⑫ : “왜 모든 화가가 여기 오지 않을까?”
이집트 노트 ⑬ : 이집트인은 왜 인물을 옆모습으로 그렸을까?
이집트 노트 ⑭ : 이집트 무덤에서 관찰하는 장인의 기술
이집트 노트 ⑮ : 이집트의 향수(香水)에 관하여
이집트 노트 ⑯ : 이집트 팔레트의 색들
이집트 노트 ⑰ : 이집트어에는 ‘예술’을 지칭하는 단어가 없다
이집트 노트 ⑱ : 이집트에서의 과학 조사단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