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진이 식민지 시대 멕시코의 역사적 유골 샘플에서 완전한 매독 게놈 3개를 처음으로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매독을 일으키는 세균인 트레포네마 팔리듐(Treponema pallidum)의 디지털 재구성 이미지
유럽을 강타한 '번개 같은 전염병'
프랑스인들은 이 병을 '나폴리의 악질'이라 불렀고, 이탈리아인들은 '프랑스 악질'이라고 불렀습니다. 생식기 궤양과 온몸에 퍼지는 농포, 뼈를 갉아먹는 병변, 흉측하게 변형된 얼굴까지… 1494년 프랑스 국왕 샤를 8세(1470~1498)가 벌인 전쟁 이후 이탈리아에서 갑자기 출현한 매독은 군인들을 통해 유럽 전역으로 놀라운 속도로 퍼져나갔고, 이후 나머지 세계로도 확산되었습니다.
150년간 대립해 온 두 가지 기원설
매독의 진정한 기원을 두고 두 가지 주요 학설이 충돌해 왔습니다. 하나는 '콜럼버스 기원설'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의 선원들이 1492년 신대륙 발견 후 이 병을 유럽으로 가져왔다는 주장입니다. 다른 하나는 매독이 이미 수백 년 동안 구대륙(유럽)에 존재해 왔다는 견해입니다.
고대 DNA 분석으로 답이 나오다
PLOS Neglected Tropical Diseases에 게재된 이번 연구에서 독일 예나 막스 플랑크 연구소와 튀빙겐 대학교, 멕시코 국립인류학역사연구소(INAH),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소속 연구진은 5명의 개인에서 채취한 역사적 샘플로부터 최초로 매독의 완전한 게놈 3개를 복원했습니다. 이 성과는 오랫동안 논쟁거리였던 매독의 기원 문제를 곧 해결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매독은 세균 Treponema pallidum에 의해 발생하며, 고대 유골에서 이 질환을 확인하는 방법은 뼈에 남겨진 특징적인 병변을 연구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또 다른 트레포네마증인 야우즈(yaws)였습니다. 야우즈는 단순한 피부 접촉으로 전파되는 비성병성 질환이지만, 매독과 동일한 유형의 뼈 흉터를 남기기 때문에 골격학적으로만으로는 두 질환을 구별할 수 없었습니다.

멕시코에서 발견된 매독 감염 개인 중 한 명의 손가락 뼈 클로즈업. 유골에는 트레포네마증의 특징적인 징후가 나타납니다. © Rodrigo Barquera. 산타이사벨 수도원 유물, ENAH 골격학 연구실 소장
17세기 아동 유골에서 밝혀진 세균 아종
연구진은 멕시코 산타이사벨 프란체스코회 수도원에 묻힌 17세기 어린이들의 감염된 뼈에서 DNA 샘플을 채취했고, 그 결과 처음으로 매독 게놈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분석 결과 두 사례에서는 매독을 일으키는 세균 아종인 TPA(T. pallidum ssp. pallidum)가 확인되었고, 세 번째 사례에서는 야우즈를 일으키는 TPE(T. pallidum ssp. pertenue)가 확인되었습니다.

1883년 매독 환자의 모습. © Mary Evans / Sipa
이 연구가 중요한 이유
이러한 아메리카 사례에서 얻어진 결과는 오랫동안 논쟁이 되어 온 매독의 기원이 신대륙인지 구대륙인지를 최종적으로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지금까지 연구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이 질환의 진화 역사에도 새로운 빛을 던집니다. 매독은 현재도 매년 수백만 건의 새로운 감염이 발생하는 재유행 질환이기 때문에, 그 기원과 진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은 현대 공중보건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