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2000년 전 고대 미국인들의 문신 도구 발견… 북미 문신 역사 1000년 앞당겨지다

한 개의 문신 바늘이 북아메리카 대륙의 문신 역사를 무려 1000년이나 더 거슬러 올려놓았습니다. 미국 유타주 남동부 그레이터 베어스 이어스(Bears Ears) 지역 절벽 유적 '터키 펜(Turkey Pen)'에서 출토된 이 작은 도구는, 선주민들이 이미 2000년 전부터 몸에 문신을 새기며 살았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입니다.

2000년 전 고대 미국인들의 문신 도구 발견… 북미 문신 역사 1000년 앞당겨지다

2000년 전 문신 도구 확대 사진. ©워싱턴 주립대학교(WSU)

먼지 쌓인 박물관 창고에서 우연히 발견되다

흔히 말하는 '건초더미에서 바늘 찾기'처럼 드문 발견입니다. 미국 워싱턴 주립대학교(WSU) 박물관의 먼지 쌓인 수장고에서 약 40년간 보관되어 온 고고학 유물 목록을 정리하던 중, 한 젊은 인류학자의 시선이 낯선 도구 하나에 멈췄습니다. 선인장 일종인 용설란(prickly pear) 가시 두 개를 둑나무(sumac, Rhus trilobata) 손잡이에 부착하고, 유카(Yucca spp.) 잎으로 감아 마무리한 물건이었습니다. 연구자의 호기심을 끈 결정적 단서는 다름 아닌 가시 끝이 검게 변색되어 있었다는 점, 마치 문신 바늘처럼 보였다는 사실이었습니다.

2000년 전 고대 미국인들의 문신 도구 발견… 북미 문신 역사 1000년 앞당겨지다

유타주 터키 펜 유적에서 발견된 당시 모습 그대로의 완전한 문신 도구. ©워싱턴 주립대학교 / WSU

2019년, 학술지를 통해 공식 입증되다

앤드루 길리스-브라운(Andrew Gillreath-Brown)과 워싱턴 주립대학교 동료 연구진은 2019년 2월 28일자 고고과학저널(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에 실린 논문을 통해, 터키 펜 유적의 유물 상자 속에서 분명히 귀중한 문신 도구를 발굴해냈다고 밝혔습니다. 터키 펜은 1972년, 미국 유타주 남동부의 장엄한 풍경이 펼쳐진 그레이터 베어스 이어스 지역 절벽에서 조사된 유적입니다.

오티와 이집트 미라에도 새겨진 문신

문신은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예술 표현입니다. 5300년 전 이탈리아 돌로마이트 산맥에서 발견된 '얼음 인간' 오티(Ötzi)의 시신에도 문신이 새겨져 있었고, 2300년 된 이집트 미라들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작업에 실제 사용된 도구를 직접 손에 넣는 일은 매우 드뭅니다. 특히 아메리카 대륙의 경우, 이번 발견은 훗날 뉴멕시코 북부 차코 캐니언과 푸에블로 보니토(Pueblo Bonito)의 웅장한 아도베(adobe) 건축으로 명성을 얻게 되는 푸에블로족의 조상 문화가 수행했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문신 관행의 증거를 제공합니다.

2000년 전 고대 미국인들의 문신 도구 발견… 북미 문신 역사 1000년 앞당겨지다

유타 절벽에 자리한 과거 푸에블로 주거지, 터키 펜 유적과 유사한 모습. ©George Frey / Getty Images North America / AFP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 사용 시기는 2000년 전

모발, 숯, 옥수수 이삭, 심지어 코프롤라이트(화석화된 배설물) 같은 유기물 잔해로 자연스럽게 보호된 동굴에서 수습된 이 유물은 정밀한 연대 측정이 가능했습니다. 방사성 탄소 분석 결과, 그레이터 베어스 이어스 지역의 거주 흔적이 기원전 50년부터 서기 200년경까지 살았던 정착 농경 문화인 소위 '바스켓메이커(Basketmaker)' 집단과 연결되었습니다. 이는 미국 남서부 고대 주민들이 문신 바늘을 사용한 시기를 적어도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립니다.

2000년 전 고대 미국인들의 문신 도구 발견… 북미 문신 역사 1000년 앞당겨지다

문신과 신체 장식을 한 채 묘사된 캐니언 데 첼리(애리조나주) 바스켓메이커 농부의 점토 인형. ©워싱턴 주립대학교 / WSU

X선 형광 분석으로 확인된 탄소 기반 안료

당초 학계는 이보다 1000년 늦은 시기부터 문신이 행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선인장 가시 끝의 화학 성분과 아직도 배어 있는 검은 색조를 확인하기 위해 X선 형광 분광법(X-ray fluorescence spectrometry) 분석을 실시했고, 그 결과 탄소 기반 안료임이 밝혀졌습니다.

고고과학저널의 게재 논문은 또한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 출토된 많은 도자기와 장식 항아리들에 몸과 얼굴에 문신·채색을 한 인물들이 그려져 있다는 점도 상기시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푸에블로, 밈브레스(Mimbres), 호호캄(Hohokam)의 조상 전통, 그리고 호피(Hopi)와 모하비(Mojave) 인디언들의 전통 속에서 묘사된 것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