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0년 전 스페인 신석기 농부들의 식인 풍습
치아 흔적과 긁은 자국, 조리 흔적까지… 스페인 엘토로 동굴(El Toro)에서 발굴된 인골은 기원전 5000년경 유럽 최초의 농부들이 식인 풍습을 행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 그릇으로 변형된 인간 두개골(절단면)
동굴에서 발견된 흉측한 흔적들
씹힌 뼈, 껍질을 벗기고 곱게 닦아 삶은 두개골… 이것은 스페인 남부 말라가 인근 엘토르칼데안테케라(El Torcal de Antequera)의 엘토로 동굴에서 최근 발견된 식인 행위의 흔적들입니다. 이 유물들은 약 7000년 전 유럽에 도착해 유목 수렵채집 집단을 이어받은 초기 신석기 시대 농경 민족의 것이로 추정됩니다.
"이 뼈 일부에는 골수를 추출하며 남긴 절단 흔적이나 타격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치아 자국과 씹은 흔적까지 확인됩니다. 이는 6000년 이상 전 이베리아 반도 남부 선사시대 민족들 사이에서 식인 관습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행해졌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라고 영국 더럼대학교의 조나단 산타나(Jonathan Santana) 박사가 설명했습니다. 그는 2019년 2월 학술지 『미국 물리인류학 저널(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에 발표된 논문의 공동 저자입니다.
고고학자에 따르면 분석된 인골은 두 개의 서로 다른 맥락에서 출토되었습니다. 하나는 '두개골 컵'이라 불리는 그릇과 네 점의 토기와 함께 나온 성인의 턱뼈이며, 다른 하나는 생활 폐기물과 뒤섞인 채 발견된 뼈들입니다.
유럽 전역에서 반복되는 발견
이번 연구 결과는 처음 밝혀진 사실이 아닙니다. 과거 영국의 고우 동굴(Gough's Cave), 프랑스 샤랑트 지방의 플라카르 동굴(La Grotte du Placard), 폴란드의 마슈치카(Maszycka), 독일 라인 계곡 등에서도 유사한 '두개골 단면' 유물이 발견된 바 있습니다. 이 유물들은 기원전 15000년부터 10000년경에 걸친 마들렌 문화권 집단의 것으로 추정됩니다.

▲ 두개골 단면과 식인 증거가 발굴된 유럽 선사시대 유적 분포도. 출처: Jonathan Santana /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
결국 신석기 농부들은 이미 매우 오래된 전통을 이어받았던 셈입니다. 실제로 2003년에는 독일 헤르크스하임(Herxheim) 유적에서 보르도대학교 과거 인구 인류학 연구소의 브뤼노 불랭스탱(Bruno Boulestin)이 두개골과 정강이뼈에서 유사한 도축 흔적을 관찰하며, 다수의 개인을 대상으로 한 이러한 관습의 존재를 입증한 바 있습니다.
유럽의 동서남북 어디를 보더라도, 식인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덜 예외적인 활동이었다는 사실에는 더 이상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수렵채집민들 사이에서도, 그들을 계승한 농경·목축민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인간 집단 간의 폭력적 갈등과 연관된 '공격적 식인'이었을까요, 아니면 장례 의식과 결부된 관습이었을까요? 안달루시아 쿠에바델토로(Cueva del Toro) 사례의 경우, 초기 DNA 분석 결과를 근거로 볼 때 같은 혈족, 즉 가족 구성원을 소비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현재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용어 정리
식인(Cannibalism): 자신과 같은 종의 개체를 소비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이 용어는 같은 종의 구성원을 잡아먹는 동물(예: 사마귀)에게도 적용되지만, 인간이 인육을 섭취하는 경우에도 사용됩니다. 인간의 식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자기 집단의 구성원을 소비하는 내부식인(endocannibalism)과, 다른 집단의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외부식인(exocannibalism)입니다.
인육 섭취(Anthropophagy): 인간이라는 종에 한정된 식인의 한 형태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