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기에 이미 버려진 앙코르 도시에서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호주와 캄보디아 고고학자들이 이끄는 국제 공동연구팀은 퇴적물 시추 코어 분석을 통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고대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던 앙코르가 쇠퇴한 원인을 그 어느 때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15세기, 왕도 앙코르톰은 이미 완전히 버려진 상태였다.
열대 기후의 높은 습도 때문에 당시의 문자 기록 대부분은 사라지고 돌로 지은 건축물만 남았다. 그렇다면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한 도시 중 하나였던 크메르 왕국의 옛 수도 앙코르가 왜 버려졌는지는 어떻게 알아낼 수 있을까?
15세기, 완전히 버려진 도시
연구팀은 캄보디아 왕도 앙코르톰의 해자에서 길이 70cm의 퇴적물 코어를 채취해 분석함으로써 과거로 시간 여행을 떠났다. 앙코르톰이 15세기에 완전히 버려졌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져 있다.
시드니대학교 지리학자 댄 페니(Dan Penny)는 AFP 통신에 "15세기 앙코르에 관한 역사 기록은 전무하다. 사람들이 언제, 왜, 어떻게 떠났는지 알려주는 문자 기록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19년 2월 25일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PNAS)에 게재되었다.
엘리트층은 서서히 앙코르에서 등을 돌렸다
페니 연구원은 이 퇴적물 코어를 "토지 이용, 기후, 식생 변화를 해마다 기록해 온 자연사의 책"이라고 설명했다. 인간이 한곳에 정착하면 나무를 태우고 토양을 침식시키며 식생을 교란하게 되는데, 그들이 떠나면 흔적의 양상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석 결과, "14세기 초반 수십 년 동안 이미 쇠퇴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14세기 말이 되자 앙코르 남쪽 해자는 잡초로 뒤덮였고, 연구진은 "이는 토지 관리가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고 결론지었다.
역사학자들은 오랫동안 앙코르가 버려진 방식을 두고 논쟁해 왔다. 일부 학자들은 1431년 아유타야 왕조의 침공 이후 도시의 끝이 갑작스럽게 닥쳤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입장의 학자들은 그보다 1세기 앞선 시점부터 왕실·종교·상업 엘리트층이 점차 떠나면서 도시가 쇠퇴하기 시작했다고 보았다.
페니는 "붕괴 같은 것은 없었다. 앙코르에서 등을 돌리기로 한 의식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라며, 엘리트층은 대신 메콩 삼각주 일대의 무역 거점 인근으로 자리를 옮겼다고 설명했다. 향후 해당 지역에서 진행될 추가 시추 조사가 이러한 이주의 속도를 더욱 정확히 확인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