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이스라엘 고고학자들, 몽골 초원에 잊혀진 만리장성 구간의 실체를 밝혀내다

중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스라엘에서 활동하는 고고학자들이, 역사가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만리장성의 한 구간 경로를 성공적으로 재구성했습니다.

2020년 6월 7일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가 공개한 항공 사진은 몽골 초원에 펼쳐진 만리장성 일부 구간의 경로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이스라엘 고고학자들, 몽골 초원에 잊혀진 만리장성 구간의 실체를 밝혀내다

'중세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2020년 6월 9일(화) 공개된 연구에 따르면, 이스라엘 고고학자들은 몽골 초원에 유목민들을 통제하기 위해 축조되었지만 역사 기록에서 거의 잊혀진 만리장성 구간의 경로를 복원해 냈습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 아시아연구 학과 교수이자 연구를 이끈 기디온 셸라흐라비(Gideon Shelach-Lavi) 교수는 AFP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이 만리장성 구간의 건축은 중세 시대의 대규모 프로젝트임에도 불구하고, 역설적으로 역사 문헌에는 매우 드물게 언급되어 있습니다."

셸라흐라비 교수는 아마도 이 구간이 지리적으로 너무 외진 곳에 위치했기 때문에 이번 연구가 이 성벽 부분에 대한 최초의 심층 조사라고 분석했습니다. 정확한 경로를 파악하기 위해 그는 연구팀과 함께 현지를 직접 답사하고, 위성 영상과 항공 이미지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이스라엘 고고학자들, 몽골 초원에 잊혀진 만리장성 구간의 실체를 밝혀내다

2020년 6월 7일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가 공개한 항공 사진으로, 몽골 초원에 위치한 만리장성 일부 구간의 경로를 보여줍니다(히브리대학교/AFP 제공).

잊혀진 구간까지 더하면 만리장성의 총 길이는 21,000km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만리장성은 기원전 3세기부터 중국 북방 지역에 축조된 군사 요새들의 집합체로, 북방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방어하기 위해 세워졌습니다. 만리장성의 전체 길이는 약 9,000km로 추정되며, 현재 남아 있지 않은 구간까지 모두 합산하면 무려 21,000km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훨씬 더 북쪽에는 셸라흐라비 교수 연구팀이 발굴한 흙으로 만든 성벽이 737km에 걸쳐 뻗어 있습니다. 초원에 뿌리내린 이 성벽은 풀로 덮여 있으며, 오늘날의 중국, 러시아, 몽골에 걸쳐 있는 '북방선(Northern Line)'을 형성합니다.

이 성벽은 12세기에 태어나 정복 사업을 통해 거대한 몽골 제국을 세운 유명한 군주를 기리며 '칭기즈칸의 성벽(Wall of Genghis Khan)'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이스라엘 고고학자들, 몽골 초원에 잊혀진 만리장성 구간의 실체를 밝혀내다

2020년 6월 7일 예루살렘 히브리대학교가 공개한 사진으로, 몽골 초원에서 만리장성 구간을 연구하는 셸라흐라비 교수의 모습입니다(히브리대학교/AFP 제공).

셸라흐라비 교수는 "학자들은 원래 이 성벽이 대칸과 그의 유목민 무리로부터 현지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지어졌다고 생각했다"며, "하지만 이것은 침략을 막기 위한 군사적 성벽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이 성벽의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은 편(약 2m)이며, 낮고 전략적 가치가 크지 않은 지역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이 성벽이 외부의 침입을 막는 용도보다는 유목민들과 그들의 가축 떼의 이동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데 더 적합했음을 시사합니다.

셸라흐라비 교수는 결론적으로 "이것은 일종의 내부 정치 도구였다"고 말하며, 이 성벽이 군사 방어선이 아니라 자국민을 관리하기 위한 행정적·정치적 수단이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