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노트』 시리즈 제16화에서는 룩소르에 위치한 이푸키와 네바문의 무덤에 그려진 매우 독특한 팔레트 표현을 관찰하며, 고대 이집트 화가들이 실제로 사용했던 도구와 그들의 색채 선택을 지배했던 개념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이집트 노트] 16화 – 고대 이집트 화가의 팔레트에 담긴 색채의 비밀](https://www.historyback.com/article/uploadfiles/202207/2022072215563845.jpg)
서기관의 팔레트와 물감통, 이푸키와 네바문의 무덤, 룩소르
큐비즘처럼 보이는 서기관의 팔레트?
이푸키와 네바문의 무덤에는 흥미로운 서기관 팔레트 그림이 등장합니다. 이 그림은 갈대 펜과 함께 적색과 흑색 두 가지 물감을 담은 통을 묘사하고 있는데, 특이하게도 이 물감통들은 위에서 본 모습과 옆에서 본 모습이 동시에 결합된 형태로 그려져 있습니다. 마치 입체파 회화를 연상시키는 이러한 표현 방식은 발굴을 통해 실제로 출토된 팔레트나 다른 장소에 묘사된 팔레트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입니다.
흑과 적, 서기관의 두 가지 잉크
서기관의 팔레트는 일반적으로 파피루스에 신성문자(히어로그리프)나 신관문자(히어라틱)를 기록할 때 사용된 두 가지 잉크, 즉 흑색과 적색을 담고 있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적색은 제목이나 소제목 같은 부분에 사용되어 검은색으로 쓰인 본문과 구별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실제 발굴 과정에서도 이러한 팔레트가 발견되었으며, 일부는 아직도 안료가 남아 있기도 했습니다.
흑색 잉크는 유기물을 태워 얻은 그을음으로 만들었고, 결합제로는 주로 아랍검이 사용되었습니다. 이 잉크는 매우 안정적이어서 색이 바래거나 변하지 않으며 파피루스에 손상을 주지 않았습니다. 반면 적색은 산화철이 풍부한 천연 흙(적토)으로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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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멘데스(Smendes, 아문 신전의 최고 사제)의 이름이 새겨진 팔레트, 제3중간기(기원전 1000년경).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화가를 위한 더 복잡한 팔레트
일부 팔레트는 훨씬 더 정교한 형태를 보여줍니다. 이는 화가가 파피루스, 목재, 오스트라카(글을 쓰는 용도로 사용된 도기 조각이나 석회암 조각), 그리고 벽면 작업에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담겨 있는 물감의 양이 실제 벽화 작업에 충분하지 않다는 점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습니다.
이런 화가용 팔레트에는 더 많은 물감 홈이 있으며, 보통 청록, 녹색, 노란색, 빨간색, 검은색, 흰색 등 여섯 가지 색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 색이 빠져 있거나 어떤 색이 두 번 들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 이유는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이집트 노트] 16화 – 고대 이집트 화가의 팔레트에 담긴 색채의 비밀](https://www.historyback.com/article/uploadfiles/202207/2022072215563992.jpg)
여섯 개의 물감 홈이 있는 상아 팔레트. 타원형 카르투슈에는 아멘호테프 3세의 왕실 이름 '네브마아트레 메리엔레(Nebmaâtrê Mérienrê)', 즉 '레 신은 정의의 주인이시며, 레 신의 사랑을 받는 자'라는 의미가 새겨져 있습니다. 기원전 14세기.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장식 띠에도 나타난 팔레트의 색들
무덤 예배당의 벽화에는 각 장면의 경계를 이루는 프리즈(frieze)가 그려져 있으며, 여기에도 고대 이집트의 대표적인 색채가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이 장식 띠는 연속된 선과 직사각형 무늬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청색·노란색·적색·녹색의 직사각형들이 흰색 공간과 검은 선으로 구분된 형태입니다.
이러한 장식 띠는 연구자들에게 귀중한 단서가 됩니다. 섞이지 않은 순수한 색, 즉 화가들이 물감통에 담아두었던 원래의 색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푸키와 네바문의 무덤(룩소르 귀족의 계곡)에서 시행된 X선 형광 분광 분석에 따르면, 녹색과 청색(이른바 '이집트 블루'와 '이집트 그린')에 함유된 비소 불순물의 양이 동일한 0.35%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두 안료를 합성하는 데 필수적인 구리가 동일한 광산에서 공급되었음을 강력히 시사합니다. 반면 약간 더 후대에 만들어진 아메누아수(Amenouahsou)의 무덤에서는 비소 불순물이 구리량의 0.05%에 불과했는데, 이는 다른 금속을 사용했거나 광석 정제 방식이 달라졌음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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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외선 램프를 들고 장면 테두리를 관찰하는 리에주 대학의 연구원 카트린 드페(Catherine Defeyt), 이푸키와 네바문의 무덤 ©MAFTO-LAMS CNRS
보색의 짝, 그리고 의도된 선택
이러한 장식 요소들과 화가들의 도구는 룩소르의 이집트 벽화를 연구하는 학제간 연구팀의 일원이자, 분자 및 구조 고고학 연구소(소르본 대학교-CNRS)에서 특히 니콜라 푸생(Nicolas Poussin)의 회화 기법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미술 기술 전문가 헬렌 글랑빌(Helen Glanville)에게 흥미로운 질문을 던집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우리가 단순한 장식 띠라고 여기는 이 무늬들에는, 늘 같은 순서로 배열된 세계의 색들이 담겨 있습니다. 청색과 노란색, 그리고 녹색과 적색. 수천 년 후 과학자들이 '보색(complementary colors)'이라 이름 붙인 색의 짝들이 여기 이미 등장하며, 이후 미술사 전반을 관통하게 됩니다." 또한 "장인이 붉은색 아래에는 엄격하게 흰 바탕칠을 하면서 노란색 아래에는 그렇게 하지 않은 점은 명백히 의도된 선택이며, 반드시 특정한 목적이 있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것이 개인의 취향인지 아니면 당대의 보편적 관행인지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장식 무덤을 조사해야 할 것입니다.
그녀는 덧붙여 이렇게 설명합니다. "보색 개념이나 채색된 밑그림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작품에 대한 우리의 지각의 복잡성을 고려한 이런 개념들은 겨우 몇 세기 전에야 이해되었고, 이집트 화가들이 이를 인식했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녀는 잊지 않습니다. "현상에 과학적 이름이 붙지 않았다고 해서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 말입니다. 토머스 영(Thomas Young)은 19세기 초, 눈에 세 가지 색 수용체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실제 관측보다 훨씬 먼저 제시했고, 레오나르도 다 빈치는 레일리(Rayleigh)와 틴들(Tyndall)보다 훨씬 앞서 하늘이 푸른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집트 노트』 시리즈 전체 목록
- 1화: 고대 이집트 화가들은 어떻게 작업했는가?
- 2화: 나크타몬의 장례 예배당 발굴 현장
- 3화: 이집트 회화의 안료
- 4화: 벽화의 현대적 기록 기법
- 5화: 람세스 2세의 영원한 기념물 재발견
- 6화: 빛으로 드러내는 안료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 7화: 이미지로 체험하는 연구 현장
- 8화: 네바문과 이푸키의 무덤 벽화 연구 시작
- 9화: 아멘호테프 3세 치세, 두 화가가 함께 쓴 무덤
- 10화: 고대 이집트 화가 아메누아수의 무덤이 밝히는 것
- 11화: 이집트 미라의 기이한 용례들
- 12화: "왜 모든 화가가 이곳에 오지 않는가?"
- 13화: 이집트인은 왜 인물을 옆모습으로 그렸는가?
- 14화: 이집트 무덤에서 관찰하는 장인의 작업 방식
- 15화: 이집트 향료에 관하여
- 16화: 이집트 팔레트의 색상
- 17화: 이집트어에는 '예술'을 지칭하는 말이 없다
- 18화: 이집트에서의 과학 탐사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