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선사시대 조상들도 '깡통'을 보관했습니다… 사슴뼈 속 골수, 최장 9주간 보관

약 40만 년 전부터 20만 년 전 사이, 우리 조상들은 사냥이 어려운 시기를 대비해 사슴뼈를 몇 주간 보관한 뒤 속에 든 영양 가득한 골수를 꺼내 먹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선사시대 조상들도  깡통 을 보관했습니다… 사슴뼈 속 골수, 최장 9주간 보관

먹거리를 아껴 쓴 선사시대 인류

지금까지 구석기 시대 인류는 그날 잡은 것을 그날 먹고 버텼던 수렵채집인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사냥이 부진하면 긴 굶주림을 견뎌야 했다는 것이 통설이었죠. 그러나 새로운 연구는 이러한 통념과 정반대의 사실을 보여줍니다.

우리 조상들은 생각보다 훨씬 내다보는 눈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약 40만 년 전부터 20만 년 전 사이에 살았던 구석기 인류는 이미 자연산 '깡통', 즉 사슴뼈를 활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뼈 안의 골수는 영양분이 풍부한 지방 덩어리로, 몇 주 동안 신선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성과는 이스라엘 케셈(Qesem) 동굴에서 출토된 약 8만 2천 점의 뼈 조각 분석에 기반하며, 학술지 Science Advances에 게재됐습니다.

이스라엘 동굴에서 나온 8만 2천 점의 뼈 조각

연구진은 케셈 동굴에서 발견된 약 8만 2천 점의 동물 뼈 조각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대부분 사슴뼈였고, 조각 크기는 대개 2cm를 넘지 않았습니다. 뼈 표면에 남은 긁기 흔적들은 골수를 추출했음을 보여주는데, 동물성 지방은 당시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칼로리 공급원이었습니다.

문제는 이골수가 동물이 죽은 직후 바로 섭취된 것인지, 아니면 몇 주가 지난 뒤에야 먹혔는지였습니다.

선사시대 조상들도  깡통 을 보관했습니다… 사슴뼈 속 골수, 최장 9주간 보관

실험자가 힘줄을 제거하고 해체하는 모습. 뼈와 거의 평행한 각도로 도구를 사용하는 점에 주목할 것. © Maite Arilla.

선사시대 조상들도  깡통 을 보관했습니다… 사슴뼈 속 골수, 최장 9주간 보관

6주간 보관한 뼈 속에 남아 있던 골수. © Dr. Ruth Blasco/AFTAU.

가을에는 최장 9주까지 보관 가능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진은 스페인 보호구역에서 확보한 현대 사슴의 골수를 온도·습도 등 환경 조건을 달리해 보관하며 영양가 변화를 측정했습니다. 뼈들은 가을 실외, 봄 실외, 봄 실내 조건에서 각각 보관됐습니다.

그 결과 계절성이 골수 변질에 결정적인 요소로 드러났습니다. 가을 조건에서는 9주째까지 골수가 양호한 상태를 유지한 반면, 봄 조건(실내·실외 모두)에서는 3주째부터 영양소 함량이 크게 떨어졌습니다.

'늦은 추출'을 가리키는 특징적 흔적

매주 각 집단의 뼈를 같은 실험자가 해체한 뒤 골수를 추출하도록 했습니다. 도구는 케셈 동굴의 기술적 맥락과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암석에 부합하는 부싯돌과 규암제 도구를 사용했으며, 별도의 지침은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두 주 이상 지난 후 가죽을 벗길 때는 짧은 절흔과 톱질 흔적이 우세하게 나타났습니다. 마른 살점은 뼈에 더 단단히 붙어 있어 제거에 더 큰 힘이 들고, 그 과정에서 독특한 흔적 패턴이 남기 때문입니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마른 고기는 뼈에 더 잘 붙어 있어 제거하려면 더 많은 힘이 들고, 이때 뚜렷한 흔적 패턴이 남는다"고 설명합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흔적이 선사시대 뼈의 약 80%에서 관찰됐습니다. 동물이 죽은 뒤 골수를 추출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는 방증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론 바르카이(Ron Barkai) 교수는 "뼈는 골수를 오랫동안 보관하는 '깡통' 역할을 했습니다. 마른 가죽을 벗기고 뼈를 깨서 골수를 먹을 때가 되면 그때 꺼내 먹은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선사시대 조상들도  깡통 을 보관했습니다… 사슴뼈 속 골수, 최장 9주간 보관

케셈 동굴 아무디안·야브루디안층 사슴 중족골에서 관찰된 관절 분리 및 가죽 벗기기 흔적의 예. © Ruth Blasco.

생각보다 유능했던 우리의 조상들

"약 42만 년 전부터 20만 년 전 사이 케셈 동굴의 선사시대 인류가 특정 조건에서 동물의 일부 뼈를 보관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 만큼 충분히 정교하고, 지적이며, 숙련되어 있었다는 점을 처음으로 보여준 것이 이번 연구입니다." 연구에 참여한 아비 고퍼(Avi Gopher) 교수가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식품 저장과 후기 섭취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루스 블라스코(Ruth Blasco) 박사는 "네안데르탈인들이 햇볕 건조, 훈제, 냉동 등을 통해 부패하기 쉬운 자원을 보존하는 기술을 발전시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프랑스에서 중기 구석기 후반기(약 25만 년 전~1만 년 전)로 추정되는 사례가 발견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고생물학자들이 이런 징후를 탐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케셈만이 유일한 사례가 되지 않을 것이며, 앞으로 여러 유적에서 이런 유형의 활동이 확인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발견은 케셈 동굴에서 확인된 도구 재활용, 불의 정기적 사용, 고기 조리와 구이 등 혁신적 행위를 보여주는 증거들과도 하나로 연결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