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AI와 싱크로트론으로 풀어내는 2000년 묵은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의 비밀

서기 79년 베수비오 화산 폭발로 순식간에 탄화된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 그리코·로만 고대에서 유일하게 우리에게 전해진 도서관의 보물인 이 두루마리들이 현재 영국에서 새로운 비침습 기술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과 강력한 X선의 결합으로 2000년 묵은 고문서의 비밀을 풀 날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워졌다고 확신합니다.

불꽃에 닿지 않아 살아남은 고대의 도서관

옥스퍼드 지방에 위치한 영국의 싱크로트론 다이아몬드 라이트 소스(Diamond Light Source)가 마침내 명성 높은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의 '암호'를 해독할 수 있을까요? 서기 79년 이탈리아 베수비오 화산 분출 당시 순간적으로 탄화된 이 무른 두루마리들은, 그리코·로만 고대의 도서관 가운데 유일하게 현존하는 보물입니다.

파괴적인 진흙과 용암의 열에 '익혀졌지만' 불꽃에는 직접 닿지 않았기에 완전한 소멸을 면했습니다.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바로 그 행운입니다. 국제 연구진은 전개하는 순간 파괴될 수밖에 없는 2000년 된 두루마리 두 개를 곧 비침습적 해독 기술로 '읽을' 수 있으리라고 믿고 있습니다.

AI와 싱크로트론으로 풀어내는 2000년 묵은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의 비밀

프랑스 학술원(파리) 소장 헤르쿨라네움 두루마리 두 개 가운데 하나가 영국 다이아몬드 라이트 소스에서 디지털화되는 모습.

에인 게디 필사본의 성공 사례를 넘어

미국 켄터키 대학교 '디지털 복원 이니셔티브(Digital Restoration Initiative)'를 이끄는 브렌트 실스(Brent Seales)는 이스라엘 에인 게디에서 발견된 1700년 된 히브리어 필사본을 디지털로 재구성해 '읽어낸' 것으로 유명한 학자입니다. 그에 따르면 X선 에너지와 인공지능(AI)의 혁신적인 결합이 이번에도 결실을 거둘 수 있다고 합니다.

AI와 싱크로트론으로 풀어내는 2000년 묵은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의 비밀

1970년 사해 남서부 에인 게디에서 발견된 고대 성경 필사본, 탄화된 에인 게디 필사본의 가상 전개 모습. ©Digital Restoration Initiative / University of Kentucky

X선 빛으로 구분하는 잉크와 탄소

고대 서기관들은 그을음이나 검댕의 잔여물에서 얻은 잉크를 사용했습니다. 그 조성이 탄화된 파피루스와 거의 같아 감지하기가 매우 어려운 물질입니다. AFP와의 인터뷰에서 다이아몬드 라이트 소스 물리과학 총괄 로랑 샤폰(Laurent Chapon)은 "잉크와 탄소 사이의 대비가 크지 않다. 하지만 이 장비의 강력한 광원 덕분에 글씨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습니다.

그는 "매우 강렬한 빛을 두루마리에 통과시키고(360° 회전시키며), 반대편에서 일정 수의 2차원 이미지를 검출한다. 이 데이터로 객체의 3차원 입체를 재구성해 텍스트를 비파괴적으로 읽어내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초고해상도 3D 이미지는 영국 싱크로트론의 I12 빔라인 덕분에 가능해졌습니다.

머신러닝이 잉크 신호를 증폭한다

이후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두루마리의 내용을 해독하려 시도합니다. 헤르쿨라네움 출토 작은 파피루스 조각 네 개의 표면에 아직 남아 있는 잉크를 학습 참고 자료로 삼는 방식입니다.

실스는 "개발 중인 도구는 컴퓨터 알고리즘이 디지털 사진에서 잉크를 픽셀 단위로 인식하도록 학습시켜 잉크 신호를 증폭시킬 것"이라며 "향후 몇 달 안에 이 과정을 완성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최근 앤드류 W. 멜론 재단(Andrew W. Mellon Foundation)으로부터 200만 달러의 지원금을 받으며 이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루마리의 내부 구조를 그 어느 때보다 정교하게 즉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텍스트가 담긴 고도로 압축된 페이지들을 구분하려면 바로 이런 수준의 디테일이 필요합니다." 실스의 팀은 2016년 이미 3D 객체 속 2차원 표면을 찾아 매핑할 수 있는 혁신 프로그램 '볼륨 카토그래퍼(Volume Cartographer)'를 개발한 바 있습니다.

AI와 싱크로트론으로 풀어내는 2000년 묵은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의 비밀

켄터키 대학교 디지털 복원 이니셔티브 책임자 브렌트 실스가 영국 다이아몬드 라이트 소스 싱크로트론에서 분석 중인 헤르쿨라네움 파피루스 조각 앞에 서 있는 모습. ©AFP

나폴레옹에게 선물된 두루마리들

영국에서의 실험은 2019년 9월 말, 헤르쿨라네움 출토 온전한 파피루스 두루마리 두 개와 파편 네 개로 진행되었습니다. 프랑스 학술원에 소장된 이들은 1802년 나폴리 국왕 페르디난도 4세가 제1집정관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에게 선물한 것입니다. 프랑스 학술원 도서관 관장 프랑수아즈 베라르(Françoise Bérard)는 두루마리에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주지 않기 위해 직접 영국까지 운반했습니다.

눌러 누운 식물 섬유로 만들어진 두루마리는 여러 장의 시트로 구성되며, 이를 끝에서 끝까지 이으면 길이가 10미터에 이릅니다. 이들은 나폴리 인근 헤르쿨라네움의 로마 저택 발굴(1752~1754년)에서 출토된 방대한 도서관의 일부로, 해당 저택은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장인 루키우스 칼푸르니우스 피소 카이소니누스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20세기 초까지 전문가들은 이 문서들을 물리적으로 펼치려 했고, 그 결과 대부분 수천 개의 파편으로 산산조각 나고 말았습니다.

그간의 시도들

켄터키 대학의 전문가가 이 필사본 해독에 비침습 기술을 처음 도입한 사람은 아닙니다. 2015년에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의 다니엘 들라트르(Daniel Delattre)가 그르노블 싱크로트론(ESRF)에서 텍스트 및 연혁 연구소(IRHT)와 이탈리아 CNR 연구자들과 함께 이 파피루스에 담긴 그리스 문자 약 20개를 구분해냈습니다. 당시 그는 X선 위상대비 단층영상(XPCT) 기법을 활용했습니다. 이 파피루스들은 아마도 고대에 에피쿠로스 학파 철학자 필로데무스(필로데모스, Philodemus of Gadara)가 수집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흩어진 필사본들의 현황

헤르쿨라네움 필사본 약 1800점의 대다수는 이탈리아 나폴리 국립도서관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는 옥스퍼드 대학교 보들리언 도서관, 영국 도서관, 프랑스 학술원, 나폴리 국립도서관 등 네 곳의 기관에 나뉘어 보관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