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남부에서 발견된 선사시대의 거대한 매머드 뼈 구조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남쪽으로 500km 떨어진 지점에서, 약 2만 5천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원형 구조물이 발견됐다. 이 구조물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 중 가장 오래된 매머드 뼈 건축물일 가능성이 제기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60마리 이상의 매머드 뼈로 만들어진 직경 12.5m의 원형 유적
직경 12.5m의 이 원형 구조물은 무려 60마리 이상의 털매머드(Mammuthus primigenius)에게서 채취한 거대한 두개골과 하얀 굵은 뼈로 이루어져 있다. 갈비뼈, 턱뼈, 척추뼈, 엄니, 어깨뼈 등이 층층이 쌓인 일종의 '뼈 납골당'이라 불릴 만한 이 유적은, 영국 엑서터 대학교 연구진이 러시아 보로네시에서 남쪽으로 70km 떨어진 돈 강 기슭에서 발굴했다. 연구 결과는 학술지 앤티쿼티(Antiquity)에 게재됐다.
연구에 따르면 이 거대 구조물은 빙하기 최성기, 즉 플라이스토세 말기에 스텝 초원에서 생활했던 수렵·채집 집단과 동시대의 것이다.
'코스텐키' 유적 옆에 숨어 있던 거대 구조물
고고학자들은 뼈가 하나라도 움직이거나 부러지거나 훼손되는 것이 두려워, 마치 달걀 위를 걷듯 조심스럽게 발굴을 진행했다고 한다. 이 뼈 더미는 1950년대 두 개의 작은 '뼈 오두막'이 발견된 박물관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자작나무 숲이 뿌리내리고 있었던 탓에 오랫동안 발견되지 못했다.
이 건축물은 매머드 뼈 주거지와 매머드 엄니 상아로 조각된 '비너스' 여성상으로 유명한 선사시대 유적지 코스텐키('작은 뼈'라는 뜻의 러시아어) 인근에 위치해 있다.

코스텐키 11의 뼈 더미는 한때 빙하기 매머드 뼈로 만들어진 거대 구조물이었다. ©Alexander Pryor
동유럽 전역에 분포한 70여 개의 매머드 뼈 구조물
'코스텐키 11'로 명명된 이 새로운 유적은 상부 구석기 시대에 이 초식동물들이 대거 서식했던 광활한 '매머드 스텝'의 건축물 목록에 합류하게 됐다. 동유럽 전역에서는 지금까지 70여 개의 이러한 구조물이 확인되었으며, 우크라이나 드니프로 강 유역의 메즈히리치(Mezhyrich), 체코의 모라비아, 폴란드 남부 등에서 대표적으로 발견됐다.

1966년 우크라이나 메즈히리치에서 진행된 매머드 뼈 주거지 발굴 현장. ©Public domain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피난처였을까?
이번 러시아 유적이 전문가들의 주목을 받는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그 규모 때문이다. 이 구조물은 지금까지 발굴된 매머드 뼈 건축물 중 가장 큰 것 중 하나로, 보존 상태도 놀랍도록 양호하다.
뼈 구조물 내부에서는 나무를 태운 흔적과 함께 침엽수에서 나온 약 400개의 숯 조각이 발견됐다. 또한 수백 개의 뼈 역시 연료로 사용된 흔적을 보인다. 이러한 단서들은 이 거대한 뼈 은신처가 기온이 영하 20도 이하로 떨어지는 혹독한 겨울철에 피난처로 사용되었음을 시사한다.
단순한 주거지를 넘어선 다양한 가설
그러나 이 구조물이 다른 용도로도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연구의 제1저자 알렉산더 프라이어(Alexander Pryor)는 "이 구조물의 점유 기간이 짧았던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던 이 건축물의 실제 기능이 무엇이었는지 의문이 든다"라고 설명했다.
학자들이 제시하는 가설로는 사냥용 은신처, 의식(제의) 장소, 식량 저장 창고 등이 있다. 전문가들은 코스텐키의 수렵·채집민들이 사냥으로 잡은 매머드의 거대한 사체를 활용해 이 구조물을 세웠을 것으로 추정한다. 그리고 구조물 주변에 파놓은 세 개의 구덩이에 고기와 지방을 저장해 스텝 초원의 혹독한 환경에 대비했을 것으로 본다.

털매머드(Mammuthus primigenius)는 약 12만 년 전부터 마지막 개체군은 약 4천 년 전까지 생존했다. ©Raul Lunia /Leemage / AFP
식물성 음식을 섭취했다는 새로운 증거
뼈 사이 틈새에 끼어 있던 식물 유체도 함께 회수됐다. 이들은 부유법(flotation)이라 불리는 정밀 분석 방법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물과 체를 이용해 작은 크기의 고고학 유물(식물 잔류물, 뼈 조각 등)을 걸러 수집하는 방식이다.
수집된 유물들은 이곳 거주자들이 뿌리와 식용 덩이줄기 같은 식물성 음식도 섭취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는 얼음 지역을 누비던 구석기 시대 인류의 식생활 적읊에 관한 귀중한 정보다.
프라이어는 스페인 일간지 라 반구르디아(La Vanguardia)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연구들은 뼈, 구덩이 등 구조적인 측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코스텐키 11에서 우리는 퇴적물 체질기를 통해 신중하게 수집된 유물에 주목했고, 처음으로 이러한 유적지에서 충분히 탐구되지 않았던 인류 활동의 측면들을 밝히기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