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5250년 전 원시 상형문자 절벽 발견… 파라오 문자의 기원을 밝히다

5250년의 세월을 견뎌온 원시 상형문자 절벽

연구자들이 이집트 룩소르(Luxor) 남쪽에서 예외적인 발견을 이뤄냈다. 고대 이집트 문자의 탄생을 예고하는 원시 상형문자(proto-hieroglyphs)로 덮인 암벽이다.

5250년 전 원시 상형문자 절벽 발견… 파라오 문자의 기원을 밝히다

알카위(Al-Khawi) 유적 절벽에는 등을 맞댄 두 마리 황새와, 그 위에 흰머리따오기가 새겨져 있다.

이집트학. 태양의 뜨거운 빛을 약 5250년 동안 그대로 받아 온 이 유적. 이집트 룩소르에서 60km 남쪽 알카위 마을 인근 사암 절벽에 새겨진 탁월한 원시 상형문자와 다수의 암각 문자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프랑스의 이집트학자 파스칼 베르누스(Pascal Vernus)는 "센세이션을 불러일 만한 발견"이라고 단언했다. EPHE(국립 고등 실용학교) 명예 연구소장인 그는 하필 '나일 계곡의 문자'를 주제로 한 학술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독일 본(Bonn)에 머무는 중이었다.

미국 예일대학교(Yale University), 이집트 문물부, 벨기에 브뤼셀 왕립미술역사박물관의 전문가들은 엘카브 사막 조사 프로젝트(Elkab Desert Survey Project)의 일환으로, 선왕조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한 동물 형상을 포함한 여러 각문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는 곧 고대 이집트의 신비롭고 시적인 문자 체계의 기원을 보여주는 자료다.

5250년 전 원시 상형문자 절벽 발견… 파라오 문자의 기원을 밝히다

예일대학교 이집트학자 존 콜먼 대넬(John Coleman Darnell)이 절벽 꼭대기에서 발견된 원시 상형문자를 살펴보고 있다. ⓒ 이집트 문물부/예일대학교

'신들의 문자'의 첫걸음

연구를 이끈 예일대학교의 존 콜먼 대넬(John Coleman Darnell)에 따르면, 이 형상들은 "상형문자의 초기 단계 중 일부"에 해당한다. 파스칼 베르누스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문자라고 보기는 아직 이르지만, 훗날 파라오 시대에 문자 기호로 자리 잡게 될 상징들을 활용해 그린 그림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절벽에는 황소 머리와 함께 특히 커다란 황새의 일종인 저버루(jabiru)가 새겨져 있다. 이 새는 후에 "존재가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 이집트 개념 '바(ba)'를 표현하는 상형문자"가 되었다. 다른 형상 가운데 흰머리따오기(Geronticus eremita)도 눈에 띄는데, 이 새의 상형문자는 죽은 자가 내세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변모를 의미하는 '아크(akh)' 개념을 담게 된다.

거대한 암벽에 등을 맞대고 새겨진 두 마리 새는 무엇보다 파라오 시대 이집트에서 널리 알려진 주제, 즉 태양 여정의 출발과 도착을 상징하는 모티프를 나타낸다. 이 역할은 훗날 황소나 사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베르누스는 "두 저버루 새는 각각 동쪽에서 떠올라 하늘을 가로질러 서쪽으로 지면서 야간 태양이 되는 태양의 현현을 상징한다"고 말한다.

매우 정교한 상징 체계

발견자들은 이 절벽에서 발견된 그림 구성을 기원전 3250년경으로 추정한다. 즉 나르메르(Narmer) 왕이 이집트를 통일하며 파라오 국가가 성립한 시기(기원전 3000년경)보다 약 250년 앞선 것이다. 무엇보다 이 '그림'은 이집트 문자의 최초 확실한 증거, 곧 기원전 3100년경 나르메르 왕의 직계 전임자들 시대에 등장한 문자 이전부터 이집트인들이 이미 이 문자 체계의 씨앗을 품은 매우 정교한 상징 체계를 발전시켰음을 보여준다.

"이 상징 체계는 방금 발견된 그림과 거의 같은 시기의 것으로, 아비도스(Abydos)의 유명한 U-j 무덤에서 출토된 술통 라벨(각문)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확인된다." 베르누스는 『전갈 왕들의 이집트』(Sciences et Avenir 제711호) 보도를 언급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5250년 전 원시 상형문자 절벽 발견… 파라오 문자의 기원을 밝히다

룩소르에서 60km 남쪽 알카위 인근 상형문자 절벽의 전경. ⓒ 이집트 문물부/예일대학교

이 그림을 구성하는 기호들의 비범한 크기(높이 약 60cm)는 파라오 시대에 확고히 자리 잡았던 한 경향의 발현이기도 하다. "이데올로기가 세계에 부여한 해석은 흔히 특별히 눈에 잘 띄고 잘 보이는 격식 있는 장소와 형식으로 전시되었다." 바로 여기, 고대 네크헤브(Nekheb)였던 엘카브와 히에라콘폴리스(Hierakonpolis)라는 두 대도시를 잇던 분주한 교통로를 따라 펼쳐진 이 절벽이 그러하다. 파라오들이 영토 경계에 세운 경계비, 혹은 누비아 동골라(Dongola) 북쪽 바위 언덕 벽면에서 발견된 나우리(Nauri) 칙령 같은 포고문도 떠올릴 만하다.

이렇듯 엘카브 사막에서 발견된 이 각문들은 고대 이집트 사상사의 중요한 과도기, 그리고 훗날 '신들의 문자'로 불리게 될 문자 체계의 탄생 과정을 생생하게 반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