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만5000년 전 구석기 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 벽화와 암각 작품 100여 점이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 타라고나(Tarragona) 주의 에스플루가 데 프란콜리(L'Espluga de Francoli) 동굴에서 발견됐습니다. 바르셀로나 현지 언론 라 방과르디아는 이곳을 '카탈루냐의 알타미라'라고 명명했으며, 프랑스 라스코 동굴에 견줄 만한 선사시대의 성역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에스플루가 데 프란콜리 퐁마조르(Font Major) 동굴에 새겨진 말 암각화.
흥미로운 인연도 함께 전해집니다. 이 발견은 1940년 '선사시대의 시스티나 성당'이라 불리는 라스코 동굴을 발견한 네 명의 소년 중 마지막 생존자였던 시몽 쿠앙카(Simon Cuencas)가 세상을 떠난 지 며칠 뒤 이루어진 것으로, 우연의 연속처럼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말·사슴·소과 동물과 추상 기호 100여 개
발견된 장소는 퐁마조르 동굴입니다. 이 동굴의 갱도망은 1853년부터 그 존재가 알려져 있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긴 동굴 계열 중 하나로 꼽혀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도 몰랐던 어느 구간의 벽면에는 말, 사슴, 소과 동물 등의 형상과 다양한 추상 기호 100여 개가 침전층 실트 위에 섬세하게 음각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 에스플루가 데 프란콜리 동굴 출토 벽화 작품 가운데 기하학적 문양의 암각화. © Josep Maria Verges / IPHES
이 작품들은 약 1만5000년간 어둠 속에 잠겨 있었다가 2019년 10월 30일, 선사학 연구팀의 손전등 불빛 아래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공식 발표는 그로부터 몇 달 뒤인 2020년 2월 7일에 이루어졌습니다. 당시 공개 회견에서 카탈루냐 문화부 장관 마리안헬라 비야욘가 비베스(Mariangela Vilallonga-Vives)는 "카탈루냐 인류 고생태·사회진화 연구소(IPHES) 팀이 로비라 이 비르힐리 대학교(URV) 연구센터의 조셉 마리아 베르제스(Josep Maria Vergès) 지휘 아래 고고학 발굴 조사를 진행하던 중, 동굴의 미탐사 구역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성역이 드러났다"고 설명했습니다.

▲ 퐁마조르 동굴 선사시대 암각화의 3차원 실측 영상. © IPHES
지하 세계 깊은 곳에서 이뤄진 벽화 예술
연구진은 발견 사실을 수주 동안 비밀에 부쳤습니다. 외부의 방해 없이 차분하게 작업하기 위해서였는데, 덕분에 선사시대 음각과 조각에 대한 정밀한 3차원 실측을 완료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통해 연구팀은 이 그래픽 작품들이 후기 구석기 시대 마들렌 문명 초창기에 제작되었음을 확인했습니다.
당시 유럽 남서부의 기후는 오늘날보다 훨씬 건조하고 추웠으며, 문화적으로는 큰 확장기에 해당합니다. 이 지역에 살았던 수렵민들에게 동굴은 이런 그래픽 작업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였습니다. 물론 그 심층적인 의미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전문가들은 이 작품들이 상징적 표현에 필수적인 기능을 담당했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지하의 은밀한 세계 한복판에서 행해진 벽화 예술, 그 흔적이 1만5000년 만에 우리 앞에 나타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