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새 연구, '베링 해협 이전 북미 정착' 이론에 의문 제기… 미국 최초 인류 도착 시기 재조명

아메리카 대륙 주요 고고학 유적지에 대한 새로운 분석 결과가 발표됐다. 이번 연구는 '최초의 인류가 아시아에서 베링 해협을 건너 북아메리카로 이주하기 전에 이미 대륙에 도착했다'는 비교적 최근의 이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와이오밍 대학교(University of Wyoming)의 토드 수로벨(Todd Surovell) 교수와 와이오밍대를 비롯한 5개 기관 소속 연구진이 수행한 이번 분석은, 북미·남미 일부 유적지에서 발견된 고고학적 증거가 잘못 해석되면서 해당 이론이 등장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인류가 약 13,000년~14,200년 전에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 결과는 공공과학도서관(Public Library of Science)이 발행하는 학술지 PLOS One에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아메리카 대륙 인류 분포를 둘러싼 오랜 논쟁의 최근 전개다. 기존에는 '최초의 미국인은 약 14,200년 전 베링기아(Beringia) 육교를 통해 아시아에서 북미로 들어온 수렵채집인이며, 이후 당시 대륙 대부분을 덮고 있던 두 개의 거대 빙하 사이를 따라 남쪽으로 퍼져나갔다'는 합의가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새 연구,  베링 해협 이전 북미 정착  이론에 의문 제기… 미국 최초 인류 도착 시기 재조명

수로벨 교수팀의 결론은 연구진이 개발한 '겉보기 층위 무결성 지수(Apparent Stratigraphic Integrity Index)'라는 새로운 통계 지표를 활용해 매장된 고고학적 퇴적물을 분석한 데 기반한다. 분석 결과, 초기 알래스카 고고학 유적지는 층위학적 완전성이 높아 모호하지 않은 인간 거주 증거를 뒷받침하는 반면, 더 남쪽에 위치하며 초기 인류 거주 가능성이 제기된 유적지들은 여러 시대의 유물이 뒤섞인 흔적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류가 13,000년 전보다 훨씬 이전에 대륙 빙상을 횡단할 수 있었다면, 유물 수가 많고 층서적으로 구분된 고고학적 구성 요소의 형태로 명확한 증거가 남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그러한 검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어 "우리의 연구 결과는 인류가 최소 14,200년 전 베링기아 육교를 통해 신세계에 처음 도착했으며, 약 13,000년 전 온대 북아메리카에서 확산되었다는 가설을 뒷받침한다. 이 시기 이전 인류 존재를 입증할 강력한 증거는 아직 고고학 기록에서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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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으로 연구진은 초기 인류 거주 증거가 담겼다고 주장된 세 곳(텍사스 2곳, 아이다호 1곳)의 층위학적 완전성을 알래스카·와이오밍·펜실베니아 지역 유적지의 완전성과 비교했다. 그 결과, 13,000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진 세 유적지에서는 상당한 혼합 패턴이 확인된 반면, 다른 지역 유적지에서는 그런 양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13,000년 전 이전 인류 거주 증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북미·남미의 다른 지역들에 대한 상세 정보를 확보하지 못했다.

"13,000년 전보다 오래됐다고 주장되는 유적지는 극히 드물며, 해당 유적지의 상태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역시 거의 공개되지 않았다." 수로벨 교수팀은 이어 "이용 가능한 데이터의 수준을 고려할 때, 빙상 남쪽 미주 대륙에서 충분한 양의 인공 유물을 포함하고 층서적으로 명확히 구분된 문화층을 보여주는 유적지가 실제로 존재하는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새 연구,  베링 해협 이전 북미 정착  이론에 의문 제기… 미국 최초 인류 도착 시기 재조명

다만 이번 연구가 인류가 더 이른 시기에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했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그랬다면 층위학적으로 구분된 거주면이 형성됐어야 하며, 그중 일부에는 다량의 유물이 포함됐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인류가 대륙 빙하 남쪽이 아니라 베링기아에서 먼저 정착했다는 사실은, 클로비스 이전 인류의 행동 양식 또는 빙상 남쪽 지형에 근본적으로 다른 무언가가 존재했거나, 빙상 남쪽의 인류 흔적이 잘못 해석됐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최소한 층위학적으로 구분된 거주층이 없는 경우, 유물과 연대 측정된 지층 간의 층위학적 연관성을 입증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반드시 수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