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오랫동안 침략자로 여겨졌던 이집트 제15왕조의 통치자 힉소스족, 대체 어디서 왔을까?

이집트의 '침략자'로 오랫동안 묘사되어 온 힉소스(Hyksos)라는 이름이 재평가되기 시작한 지 겨우 20년 남짓입니다. 최근 연구 데이터들이 이들의 기원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밝혀내고 있지만, 여러 학계 연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오랫동안 침략자로 여겨졌던 이집트 제15왕조의 통치자 힉소스족, 대체 어디서 왔을까?

히크소스는 고대 이집트 제14왕조와 제15왕조 시기에 하(下)이집트를 통치했습니다.

히크소스를 둘러싼 수많은 가설이 존재합니다. 이들은 나일강 동부 삼각주에서 외국 출신으로 처음으로 통치권을 장악한 인물들로, 기원전 1638년부터 1530년경까지 고대 이집트 제14·15왕조로 불리는 시기에 권력을 유지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렇다면 이집트어로 '외지의 지배자들'이라 불리는 힉소스는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요?

잘못 전해져 온 역사

이 역사에 대한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힉소스가 제13왕조 말기에 나일 삼각주를 침공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왕국과 제2중간기를 전문으로 하는 이집트학자 줄리엔 시에세(Julien Siesse)는 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실제로 힉소스 '침입' 이론은 적어도 1990년대 후반 이후로는 학계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한 "오히려 제12왕조 때부터 힉소스의 거점이었던 항구 도시 텔 엘 다바(Tell el-Dab'a)로 레반트 상인들일 가능성이 있는 시리아-팔레스타인 계통 인구가 나일강 동부 삼각주로 점진적으로 이주해 들어온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즉 힉소스는 침입설이 암시하듯 무력으로 진입한 것이 아니라, 정권 장악 수 세대 전부터 이미 이 지역에 정착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적 오류는 이집트 사제 마네토(Manetho)가 전한 기록에서 비롯됩니다. 힉소스 통치가 끝난 후 수백 년이 지난 뒤에 작성된 그의 『이집트사』는 이 시기를 다룬 몇 안 되는 문자 기록 중 하나로, 이집트를 지배하려는 외래 왕조의 침입으로 이 시기를 서술합니다. 하지만 그의 기록 자체도 힉소스 이후 시대의 자료들에 의해 영향을 받아 편향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당시 기록들은 이들을 강대하고 위험한 민족으로 그려냄으로써, 그 뒤를 이어 집권한 테베 왕들의 위업을 부각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이 있습니다. 힉소스는 근동 지방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다만 정확한 위치는 오늘날까지도 논쟁 중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북레반트(북부 시리아와 현재의 레바논)를, 다른 학자들은 남레반트(팔레스타인)를 지목하지만, 아직까지 확신할 만한 고고학적 증거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점진적 이주 가설을 뒷받침하는 동위원소 분석

영국 본머스 대학교(Bournemouth University) 연구팀이 바로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나섰습니다. 2020년 7월 15일 공개 저널 PLOS ONE에 발표된 연구에서 연구자들은 나일 삼각주 북동부 인구의 유골을 분석해 그들의 출신이 현지인인지 아니면 외지인인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은 힉소스의 옛 수도였던 텔 엘 다바 유적에 매장된 개인 75명의 어금니 법랑질 시료를 분석했습니다. 이를 통해 치아의 스트론튬 동위원소 비율(87Sr/86Sr)을 환경의 동위원소 특성과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과 환경의 동위원소 비율이 유사하다면 그 개인이 생애 초반에 해당 지역에서 살았다는 뜻이며, 반대로 비율이 일치하지 않으면 그 유골의 주인은 성인이 되어서야 도시에 도착한 '비현지 출신'이라는 의미입니다.

국제 연구팀은 분석 결과에서 두 가지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우선 인구의 상당 비율이 비현지(non-local) 출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것만 보면 마치 침입설을 뒷받침하는 듯합니다. 그러나 이 비율은 제15왕조보다 제12왕조(힉소스 이전 시기)에서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는 힉소스 대부분이 권력 장악 훨씬 전인 이 시기에 이미 텔 엘 다바에 도착했음을 시사합니다. 급속한 침입 이론을 반박하는 과학적 데이터가 제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히크소스의 기원 문제, 곧 풀릴까?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관찰된 동위원소 특성이 다양한 비현지 출신을 반영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번 연구는 영토로의 점진적 유입 이론을 확증했지만, 텔 엘 다바 주민들은 실제로 폭넓은 다양성을 지닌 출신 배경을 지니고 있었으며, 그중에는 아직 위치가 밝혀지지 않은 힉소스의 원향도 포함되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머스 대학교 연구팀은 향후 몇 년간 더 폭넓은 연구를 통해 이 미스터리의 기원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연구의 제1저자이자 본머스 대학교 생물고고학 박사인 크리스 스탠티스(Chris Stantis)는 Sciences et Avenir에 "탄소와 산소 같은 다른 동위원소 기법을 활용해 인구 이동을 연구하고, 동지중해와 레반트 지역의 유적들을 살펴 이들 지역 간의 이동을 고민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줄리엔 시에세 역시 "레반트의 동시대 무덤에서 발굴된 유골과의 비교 분석을 통해서만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확증했습니다. 이집트 제15왕조의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를 풀 실마리가 유망하게 열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