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환경을 살아낸 네안데르탈인, '통증에 민감한 유전자'를 지녔다
극한의 환경 속에서 생존해 온 네안데르탈인은 흥미롭게도 통증에 더 민감하게 만드는 유전적 변이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변이가 현대인에게까지 전해져, 현재 영국인의 약 0.4%가 이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평소 통증에 유난히 예민하다고 느끼시나요? 그 원인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일 수도 있습니다. 스웨덴 스톡홀름의 카롤린스카 연구소(Karolinska Institute)와 독일 라이프치히의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Evolutionary Anthropology)가 공동으로 수행한 이 연구는 2020년 7월 23일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게재되었습니다.

단백질의 효율을 높이는 세 가지 돌연변이
연구의 주저자인 스반테 페보(Svante Pääbo)와 휴고 제베르그(Hugo Zeberg)는 네안데르탈인이 특정 유전자에 세 가지 돌연변이를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해당 유전자인 SCN9A는 통증 감각을 척수와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만듭니다. 연구에서 발견된 세 가지 돌연변이는 이 단백질의 입체 구조를 변화시켜 통증 신호를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돌연변이는 크로아티아와 러시아에서 출토된 여러 네안데르탈인 게놈에서 확인되었습니다. 페보는 "양질의 완전한 게놈 서열을 확정할 수 있는 표본을 찾을 수 있어 행운이었다"며 연구의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동일한 유전자 변이가 여러 표본에서 반복적으로 발견되면서, 연구진은 이것이 모든 네안데르탈인 집단에 널리 퍼져 있던 공통적인 특징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영국인의 최소 0.4%가 이 돌연변이를 보유
세 가지 돌연변이의 실제 역할을 파악하기 위해 연구진은 개구리 난자와 인간 신장 세포에 네안데르탈인 버전의 단백질을 발현시켰습니다. 이 두 세포는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데 유용한 실험 모델입니다. 그 결과, 세 가지 돌연변이를 도입한 세포에서 단백질의 활성이 변이가 없는 세포보다 현저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이어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 버전의 단백질을 지닌 현대인을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50만 명의 영국인 게놈 정보를 축적한 대규모 데이터베이스인 영국 바이오뱅크(UK Biobank) 참가자 중 약 0.4%가 변이된 유전자의 사본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 참가자들이 보고한 통증 증상을 분석한 결과, 돌연변이 유전자 보유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 일상에서 평균적으로 더 많은 통증을 경험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다시 말해, 고대 호미닌으로부터 이러한 돌연변이를 물려받은 사람들은 타인보다 통증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경향이 있는 것입니다.
페보는 "현대인을 유전자 모델로 활용해 네안데르탈인의 생리적 특성을 파악하기 시작한 초기 사례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통증은 적응적인 것이다'
다만 연구진은 결과 해석에 신중을 기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이번 결론이 네안데르탈인이 현대인보다 더 많은 고통을 느꼈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단백질이 전달하는 감각은 척수와 뇌에서 처리·수정되며, 이 과정 또한 주관적인 통증 경험에 영향을 미칩니다. 제베르그는 "통증은 적응적입니다"라며 "통증을 느끼는 것이 반드시 나쁜 것만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현재까지 이 돌연변이가 어떤 유익한 측면 덕분에 지속되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는 없습니다. 네안데르탈인 집단은 규모가 작았고, 낮은 유전적 다양성은 오히려 종에 해로운 돌연변이가 유지되는 결과를 낳았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페보는 향후 약 100명 분량의 네안데르탈인 게놈 염기서열을 분석해 이 질문에 대한 더 많은 답을 찾을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