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에서 약 50km 떨어진 이탈리아 라치오 주에 위치한 고대 도시 팔레리이 노비(Falerii Novi). 최근 연구를 통해 이 도시에 숨겨져 있던 놀라운 상수도망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20년 6월 4일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가 공개한 사진으로, 로마 인근 고대 로마 도시 팔레리이 노비를 지관투과레이더(GPR)로 측량한 장면입니다.
목욕장, 시장, 신전, 그리고 방대한 상수도 관망까지… 연구진은 단 한 개의 돌도 옮기지 않은 채 고대 로마 도시의 정밀 지도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와 벨기에 헨트 대학교 소속 과학자들은 지관투과레이더(ground penetrating radar, GPR) 기술을 활용해 팔레리이 노비의 30.5헥타르 부지 깊숙이를 탐사하며, 지표면 아래에 잠들어 있던 흔적들을 차례로 발굴해냈습니다.
2020년 6월 9일 학술지 '안티쿼티(Antiquity)'에 게재된 이번 연구의 공동 저자인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마틴 밀렛(Martin Millett) 교수는 AFP 통신에 "이 기술을 활용해 도시 전체를 매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습니다.
폼페이보다 덜 획일화된 도시 설계
팔레리이 노비에는 기원전 240년경부터 서기 700년경까지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1990년부터는 발굴 및 학술 조사가 이루어져 왔지만, GPR 덕분에 연구진은 다양한 깊이를 탐사하며 도시가 수 세기에 걸쳐 어떻게 변모해 왔는지까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보도자료에 따르면, 조사 결과 팔레리이 노비의 도시 계획은 "폼페이 같은 다른 많은 로마 도시들보다 훨씬 덜 획일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예상을 뛰어넘는 정교함과 놀라운 상수도망
이번 조사에서 발견된 신전, 시장 건물, 목욕장 시설 역시 "소규모 도시치고는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건축적으로 정교"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의외로 복잡하게 얽힌 상수도 관망입니다. 관거는 거리를 따라 흐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팔레리이 노비에서는 도시 블록 아래까지 꿰뚫으며 도시 곳곳을 관통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마틴 밀렛 교수는 "팔레리이 노비에서 확보한 놀라운 디테일의 수준과 GPR이 드러낸 놀라운 특징들은, 이러한 연구 방식이 고고학자들의 도시 유적 조사 방법 자체를 혁신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다만 연구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GPR이 축적한 막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데만 몇 달이 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