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사시대 기념물 스톤헨지(Stonehenge). 미래의 스톤헨지 터널 노선에서 진행된 첫 번째 발굴 조사에서 무려 7,0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는 인류 활동의 흔적이 잇달아 밝혀졌습니다. 고고학자들은 그중에서도 청동기 시대의 무덤들을 확인했으며, 이번 발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인근에 터널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둘러싼 논란에 또 한 번 기름을 붓고 있습니다.

거석 기념물군 인근 터널 건설 계획으로 인해 스톤헨지(잉글랜드)는 큰 논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스톤헨지는 아직도 비밀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2020년 여름 유적지 거석(巨石)의 기원이 밝혀진 데 이어, 최근 고고학 조사를 통해 수천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수많은 유물이 세상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번 조사는 스톤헨지 인근 터널 건설을 위한 일련의 사전 발굴 작업의 첫 단계로, 현재 거석 유적지를 따라 지나가는 도로 축을 대체하는 것이 목적인 이 프로젝트는 큰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작업을 총괄하는 웨식스 고고학(Wessex Archaeology)은 2021년 2월 5일 보도자료를 통해 1,700개가 넘는 토양 구덩이를 발굴하고 손으로 직접 체질(篩質)한 이번 발굴의 첫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곳곳에서 드러난 인류 활동의 흔적
고고학자들은 종형 비커 문화(Bell Beaker, 약 4,500년 전)로 추정되는 여러 매장지를 발굴했으며, 그 안에서 다량의 유물이 출토되었습니다. 토기 파편, 가공된 부싯돌, 동물 뼈는 물론이고 전문가들조차 정체를 알 수 없는 물건까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의 무덤에서 발견된 작은 원통형 편암(片岩) 조각은 학계의 깊은 호기심을 자아냈습니다.
웨식스 고고학의 자문 고고학자 맷 라이버스(Matt Leivers) 박사는 "이것이 무엇이었는지, 실제로 기능성 물체였는지 정의하기가 매우 어렵다"며 "유기물을 담는 용기였는지 확인하고 싶지만, 더 큰 물체의 일부였거나 매장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물건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후기 청동기 시대로 추정되는 C자형 둘레구조물도 발굴되었는데, 땅에서 다량의 열처리된 부싯돌이 나온 점을 미루어 고고학자들은 이곳이 과거의 작업 공간이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이버스 박사는 이번 발견들이 그 작은 편암 조각을 제외하면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범위 안이라고 설명합니다. "이 연구는 A303(예정된 터널) 노선을 정하는 과정에서 고고학적 조사 범위를 최대한 줄이려는 매우 긴 작업의 결과입니다. 그래서 무엇이 나오든, 무엇이 나오지 않든 발굴 결과에 놀라지 않았습니다."
경악할 만한 발견은 아니지만, 스톤헨지 주변 생활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
예상된 발견이었다 해도, 이번 성과는 수천 년 전 스톤헨지 주변의 생활상을 더 정밀하게 복원하는 데 큰 진전입니다. 라이버스 박사는 "대부분의 발견은 유적지가 건설되고 사용되던 시기, 스톤헨지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우리의 그림을 더욱 구체화해 준다"고 강조했습니다.
출토된 유물 대부분은 신석기 시대 말기 또는 청동기 시대 초기로 연대가 측정되었으며, 이는 사센(sarsen) 원형석과 트릴리톤(trilithon)이 세워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이 유물들은 스톤헨지 주변이 텅 빈 땅이 아니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사람들이 이곳에 살았고, 도구를 만들었고, 그릇을 사용했으며, 죽었고, 돌들의 배치를 고려하면 죽은 이를 매장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발굴된 무덤들은 당시 장례 관습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종형 비커 문화의 무덤과 청동기 시대 초의 화장 항아리는 분묘 언덕을 축조하는 방식보다 단순 매장이 더 널리 행해졌음을 시사합니다"라고 라이버스 박사는 덧붙였습니다.
발견된 유물들은 곧 솔즈베리 박물관(Salisbury Museum)에 전달되어 전시될 예정입니다.

미래 스톤헨지 터널 부지 인근에서 발견된 무덤 중 하나. 출처: 웨식스 고고학
논란 속에서 이뤄진 발견
중요한 성과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발견은 논란이 많은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뤄졌습니다. 올해 하반기 시작될 예정인 2차 발굴은 18개월간 진행되며, 약 150명의 고고학자가 2023년으로 예정된 공사 착공일 전에 최대한 많은 유물을 조사·목록화하게 됩니다. 그러나 공사가 다가오면서 일부 전문가들은 유적들이 제대로 기록되지 못한 채 영구적으로 파괴될까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스톤헨지 발굴을 이끌어 온 마이크 파커 피어슨(Mike Parker Pearson) 교수가 대표적입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The Guardian)에 "약 50만 점에 달하는 유물이 목록화되기도 전에 파괴될 것이다. '그저 오래된 부싯돌 무더기일 뿐'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들은 시대를 통틀어 스톤헨지 유적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를 알려주는 귀중한 자료다"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프랑스 과학지 사이언스 에 어베니르(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피어슨 교수는 입장을 재확인했습니다. "이것은 참사입니다. 터널은 너무 짧고, 세계유산(WHS)에 가할 피해는 되돌릴 수 없을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유네스코로부터 문제 제기를 받았고 계획을 담당한 엔지니어들에게도 거부당했지만, 교통부 장관은 그들의 결론을 무시했습니다." 그는 이 파괴의 책임이 고고학자가 아니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정부 당국에 있다고 지적합니다. "웨식스 고고학이 하이웨이 잉글랜드(Highways England, 영국 국가 교통 인프라 회사)의 제한된 자원 안에서도 훌륭한 작업을 해낼 것이라 확신합니다. 안타깝게도 하이웨이 잉글랜드가 내린 작업 지침은 이런 세계적 유적지에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기준과 전혀 맞지 않습니다. 책임은 고고학자가 아니라 웨식스 고고학이 일할 수밖에 없는 기준을 정한 정부의 교통·유산 당국에 있습니다."
이에 대해 라이버스 박사는 안심시키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수십 년간 스톤헨지 지역에서 작업해 왔으며 이곳 고고학의 과제를 잘 알고 있습니다. 웨식스 고고학은 영국에서 가장 크고 경험이 풍부한 고고학 기관 중 하나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수행 경험도 풍부합니다. 게다가 이 사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영국 내 여러 고고학자들과 함께, 그리고 INRAP(프랑스 국립 예방고고학연구소)과도 협력하여 기술적·학술적 전문성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파괴는 고고학 과정에서 불가피한 부분이지만, 그 과정에서 창출되는 지식이 그 손실 이상을 보상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