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대초원의 작은 비너스

러시아 서부 브랸스크(Bryansk) 지역에서 섬세한 구석기 시대의 '비너스' 조각상이 새롭게 발견되었습니다.

대초원의 작은 비너스

브랸스크의 비너스(러시아) 양면 모습.

매머드 상아로 빚어진 5cm의 걸작

높이가 겨우 5cm에 불과한 이 조각상은 약 2만 3천 년 전으로 추정되는 새로운 구석기 시대 '비너스'입니다. 털코끼리(매머드) 엄니의 상아를 깎아 만든 이 정교한 입체 조각은 풍만한 엉덩리와 가슴을 지니고 있어, 그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여성상 조각상들이 갖춘 '고전적' 기준에 충실히 부합합니다.

모스크바 고고학·민족학 연구소 구석기 고고학 연구실의 전문가들이 1993년부터 꾸준히 연구해 온 코틸료보-2(Khotylyovo-2) 유적지에서 이 감동적인 유물이 발굴되었습니다. 2017년 4월 17일 '시베리안 타임스(Siberian Times)' 웹사이트를 통해 공개된 이 발견의 주역인 콘스탄틴 가브릴로프(Konstantin Gavrilov)에 따르면, 다리를 굽힌 자세의 이 조각상은 아직 광물성 안료의 흔적이 남아 있는 매머드 뼈 근처 땅 위에 놓여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바이칼호 인근 앙가라 강 유역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발견된 바 있습니다.

대초원의 작은 비너스

러시아 고고학자 콘스탄틴 가브릴로프의 손에 들린 브랸스크의 비너스. © Courtesy Institute of Archeology and Ethnography

약 250점의 비너스상, 수천 년간 이어진 일관성

풍만한 형태와 생략된 얼굴이 특징인 이 인간형 조각들은 현재까지 약 250점에 달하며, 19세기 말부터 대서양 연안부터 러시아 초원 지대에 이르는 광범위한 지역에서 출토되어 왔습니다. 그중 가장 먼저 발견된 것은 1864년 프랑스 도르도뉴의 라제리 바스(Laugerie-Basse)에서 출토된 '무례한 비너스(Vénus impudique)'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런 조각상들은 이베리아 반도에서는 단 한 점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조각상의 높이는 4cm에서 25cm까지 다양하며, 가장 오래된 것은 2008년 독일 슈바벤 쥐라의 호흘레 펠스(Hohle Fels) 유적지에서 출토된 것으로 3만 5천 년 이상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부분의 조각상은 시대와 장소에 관계없이 수천 년에 걸쳐 놀라울 정도로 일관된 외양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고인이 된 인류학자 알랭 테스타르(Alain Testart)가 지적했듯이, 이들 모두 "발이나 받침대 없이" 만들어져 스스로 설 수 없는 형태입니다. 상아나 부드러운 암석을 깎거나 테라코타로 빚어 만든 이 실루엣들의 역할과 기능은 오늘날까지도 학계의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 프랑스에서 마지막으로 발견된 비너스는 높이 15cm의 석회암 조각상 '르낭쿠르(Renancourt)'로, 2014년 아미앵(Amiens) 지역에서 출토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