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멕시코 정복으로부터 약 60년 후에 기록된, 거의 들려지지 않았던 1차 증언이 있다. 바로 스페인 편에 선 인디언 엘리트의 생생한 목소리다. 역사가 세르주 그루진스키(Serge Gruzinski)가 이를 담아낸 감동적인 저작이다.

▲ 에르난 코르테스가 원주민 출신 조력자이자 연인인 말린체(도냐 마리나)와 함께 멕시코에 도착하는 모습. 두 사람 사이에서는 아들이 태어났다.
역사가 세르주 그루진스키가 이끄는 여정은 유럽 최초의 식민 사회, 곧 16세기 멕시코를 발견하는 동시에 이베리아식 세계화의 실상을 조명한다.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전임 교수이자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원(CNRS), 사회과학고등연구원(EHESS)의 연구책임자인 그는 『뉴스페인의 메스티조와의 대화』(파야르 출판사)를 통해 자신이 깊이 이해하고 있는 세계, 즉 르네상스기 멕시코 '뉴스페인'으로 독자를 안내한다.
이미 『메티스적 사유』(1999)를 집필한 바 있는 그루진스키는 이번 책에서 콩키스타도르와 틀라스칼라 귀족 가문의 인디언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메스티조), 디에고 무뇨스 카마르고의 진실한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틀라스칼라는 1519년 아즈텍 제국의 정복자 에르난 코르테스와 동맹을 맺었던 도시다. 역사가는 이처럼 특별한 목소리와 삶의 궤적이, '정치적 올바름'의 시대에 고착된 "스페인인과 인디언의 충돌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재검토하도록 우리를 이끈다고 강조한다.
교양 있는 메스티조와의 상상 속 대화
신대륙에서 태어나 교양과 권력을 모두 갖춘 이 메스티조와의 상상 속 대화에서 그루진스키는 그가 실제로 남긴 말들을 활용한다. 카마르고가 편찬한 『지리 관계서(Relaciones geográficas)』와 『틀라스칼라 기술서(1585)』에 담긴 기록들이다. 이 정보들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에게 제출하기 위한 것으로, 인도 평의회(Council of the Indies)가 뉴스페인에 발송한 일련의 설문지에 대한 응답이었다.
당시의 통계 조사라 할 수 있는 이른바 '240개 질문'은 멕시코 원주민 사회와 그 운영 방식에 관한 정보를 폭넓게 수집했다. 국가의 광물·농업 자원은 물론 지리적 특성까지 망라한, 알려지지 않았던 방대한 목록이었다. 인구의 신체 및 건강 상태, 식생활, 종교와 옛 신들, 가장 영향력 있는 가문들의 묘사 등 모든 분야가 조사 대상에 포함되었다.
이 조사 덕분에 우리는 정복 전쟁(1519~1521)으로부터 500년이 지난 오늘, 미셸 드 몽테뉴와 동시대를 살았던 이 인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는 카스티야어와 나우아틀어를 모두 유창하게 구사했으며, 심지어 스페인 본토까지 건너가 마드리드에서 펠리페 2세를 직접 알현하기도 했다. 당시 유럽 전역과 지구 상당 부분을 지배하던 이 가톨릭 군주의 명령은 세비야, 릴, 안트베르펜, 밀란만큼이나 틀라스칼라, 고아, 마닐라, 마카오에서도 유효했다.
구질서의 붕괴 이후 새롭게 탄생한 아메리카 사회에 스스로 적응해 나간 귀족 출신 인디언들, 그중에서도 스페인 진영을 선택한 이들의 알려지지 않은 역사를 이해하기에 더 좋은 자료가 있을까. 메스티조라는 신분이 그들의 성공에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이 책을 통해 드러난다.
"'서구'의 돌입으로 붕괴된 사회 속에서도 살아남은 집단의 해석자"가 된 한 사람이, 식민지 멕시코 주민들에 관한 풍부한 정보를 자신의 눈으로 직접 전해 준다. 주변의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계화의 시대에 어떻게 적응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이야기다. 매혹적인 독서 경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