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시베리아 남부 투바 공화국에서 발견된 기원후 2~4세기 무덤군에 대한 연구는 고대 초원 유목민들이 남긴 폭력적인 행위의 흔적을 세상에 드러내고 있습니다.

시베리아 남부 툰누그 1(Tunnug 1) 유적에서 발견된 폭력의 흔적을 지닌 스텝 유목민의 유골
양의 척추뼈로 대체된 두개골
머리가 잘리고, 그 자리가 양의 척추뼈로 대체된 채 어두운 무덤 바닥에 누워 있던 한 유목민. 다른 이들은 날카로운 검격에 사지가 꿰뚫린 채, 혹은 뾰족한 화살촉에 관통된 상태로 발견되었습니다.
이처럼 과거의 폭력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손상 흔적들은 스위스 베른 대학교와 러시아과학아카데미 연구진이 이끄는 국제 고고학팀이 확인했습니다. 대상은 기원후 2~4세기로 추정되는 시베리아 유목 민족의 네크로폴리스(공동묘지)였습니다.
이 묘지는 최근 툰누그 1 유적 주변에서 발굴되었으며, 2017년 확인된 가장 오래된 스키타이 '왕실' 무덤 중 하나인 위욕(Uyuk) 계곡의 쿠르간(kurgan, 돌무지무덤)과 인접해 있습니다.

툰누그 1 묘지 33호분에서 출토된 철제 화살촉 5점 © Trevor Wallace / Tunnug 1 Research Project
전쟁만이 원인은 아니었다
연구진은 학술지 American Journal of Physical Anthropology에 발표한 논문에서 툰누그 1 고분 주변과 코켈(Kokel) 대묘지에서 진행된 발굴 결과를 상세히 소개했습니다. 코켈 묘지에서는 무려 87명의 유해가 발굴되었습니다.
논문의 주 저자 중 한 명인 베른 대학교의 고고학자 지노 카스파리(Gino Caspari)는 "무덤의 상태를 보고 매우 놀랐다"며, "그러나 유해에서 관찰된 외상을 검토한 결과, 이러한 극단적인 폭력의 흔적이 오직 전쟁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유라시아 스텝 유목민들의 삶에서 전쟁이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분명하지만, 두개골 수집과 같은 잘 알려지지 않은 의식도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시베리아 스텝에 위치한 툰누그 1 묘지의 일부. 고고학자들은 2019년 가을까지 물, 얼음, 눈 속에서 발굴 작업을 진행했다 © T. Wallace / Tunnug 1 Research Project
인간 머리 모양 속의 숫양 두개골
흥미롭게도 시베리아 남부의 다른 지역에서도 기이한 관습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예니세이 강 유역 타가르(Tagar) 문화(기원전 6세기~기원후 2세기)의 약 2000년 된 점토 인두(人頭)에 대한 방사선 촬영 분석 결과, 사람 머리를 본떠 만든 점토 조형물 안에 숫양의 두개골이 들어 있는 것이 확인된 것입니다.
이 문화권이 툰누그 1의 주민들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행위들은 광활한 시베리아 대지에 존재했던 수수께끼 같은 의식과 기이한 풍습들을 반영합니다.
중국 및 그리스·로마의 고대 역사가들, 특히 기원전 5세기의 헤로도토스는 스텝 유목민들을 끊임없이 다른 집단의 안전을 위협하는 잔인하고 야만적인 전사들로 묘사했습니다.
전쟁과 의식 사이
연구 결과에 따르면 툰누그 1 네크로폴리스 개체 중 무려 25%가 대인 폭력으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주요 원인은 백병전이었으며, 참수나 두피를 벗기는 두피 박탈(scalping)의 흔적도 발견되었습니다. 폭력의 희생자는 주로 남성이었지만, 여성과 아이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화살촉에 의한 뼈 관통 흔적 © T. Wallace / Tunnug 1 Research Project
흉노 제국의 몰락과 정치적 불안정
시베리아 남부의 투바 공화국과 사얀·알타이 산맥 지역은 구석기 시대부터 초기 철기 시대, 즉 스키타이 세계에 이르는 풍부한 고고학적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툰누그 1 묘지가 속한 기원후 2~4세기를 포함한 이후 시기에 대한 자료는 드물습니다.
카스파리는 "이 시기에 대해 우리는 거의 알지 못하며, 관찰된 폭력은 일정한 규칙성을 보이는 것 같다. 이것이 얼마나 오래 지속되었는지 이해하려면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이 표본을 통해 우리가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오늘날 몽골 지역에 해당하는 유목 부족 연합체이자, 바이칼 호수와 중국 북방 사이 스텝에서 활동했던 흉노 제국의 쇠퇴 이후 이 지역의 정치적 안정성이 약화되었을 가능성"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현재 이 문화의 정체성을 규명하기 위한 유전자 분석이 진행 중입니다. 후속 연구 결과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