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15일 카불이 함락되면서 국제사회는 아프가니스탄의 역사·고고학 유산이 마주하게 될 운명을 깊이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현재 고고학 유적지와 유물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파괴가 아닌 방치와 약탈입니다.

2010년 메스아이낙(Mes Aynak) 고고학 발굴 현장에서 작업 중인 아프가니스탄 근로자들
그리스, 불교, 이슬람 시대의 유적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역에 펼쳐져 있으며, 그 안에는 수천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동양의 뿌리일 뿐만 아니라 서양 문명의 기원까지 아우르는 풍부한 유산입니다. 그러나 카불이 탈레반에 넘어간 이후, 국제사회는 이 소중한 유산에 미칠 파장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당장은 의도적인 파괴 없어
2001년 탈레반은 바미얀(Bamiyan) 석불을 폭파로 파괴한 전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후 이 무장단체는 노선을 바꾼 것으로 보이며, 지난해 2월에는 지지자들에게 아프가니스탄 문화유산을 감시하고 보호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이러한 변화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는 듯합니다. 프랑스 아프가니스탄 고고학 대표단 필리프 마르키(Philippe Marquis) 단장은 학술지 라르셰슈(La Recherche)와의 온라인 인터뷰에서 "의도적인 파괴, 훼손 또는 약탈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대표단은 카불 성채에서 고고학 작업을 진행했지만, 급변하는 정세로 인해 프랑스로 철수해야 했으며,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마르키 단장의 조수 역시 8월 18일 귀국 조치되었습니다. 마르키 단장은 그럼에도 탈레반이 구축한 보호 체계에 대해 증언했습니다. 8월 15일 이후 탈레반은 카불 국립박물관을 순찰하며 약탈과 훼손 시도를 감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그는 탈레반이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질적인 유산 보존 정책을 시행할지, 그리고 정세에 따라 태도가 달라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지적합니다. 그는 "급진화가 일어날 경우 문화유산에도 악영향이 미칠 것이 우려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약탈과 자연·인위적 훼손의 위험
하지만 이 고고학자에게 진정한 위협은 약탈, 그리고 관리 부재로 인한 인위적·자연적 훼손입니다. 이에 대해 마르키 단장은 "현지 공동체의 도움에 기대볼 수 있다"며 희망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주변 마을 주민들은 불교 유적지인 메스아이낙을 자발적으로 감시하기로 합의한 사례가 있습니다.
약탈 대응과 관련해 대표단은 '문화유산 감시망'을 구축해 현지 정보원과 인터넷을 통해 유물의 불법 매각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할 계획입니다. 이러한 감시 활동은 문화재 밀매 대응 중앙국(OCBC)과 인터폴(Interpol)의 협력 하에 이루어집니다. 현재로서 마르키 단장은 아프가니스탄 고고학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습니다. 문화유산 문제에 한해서는 탈레반과의 대화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오히려 정치적인 측면에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탈레반과 협력할 것인지, 아니면 앞으로 수립될 새 정권과 협력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글: 사만다 디지에(Samantha Dizi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