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학적 발견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

스킵(skip), 스케이오(skeiô), 크뢰르(knörr)… 바이킹들이 부르던 배의 이름들이다. 노르웨이에서 바이킹 선박무덤이 발견된 것은 무려 100년 만의 일이었다. 2018년 발견된 옐레스타드(Gjellestad)의 배가 이제야 잠을 깨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하고 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

2021년, 노르웨이 옐레스타드(9세기) 바이킹 선박무덤 발굴 현장.

배의 뱃머리에는 말과 개가 장식되어 있었을까? 아니면 정교하게 조각된 환상적인 괴물 문양이나 용의 머리가 새겨져 있었을까? 1904년 오세베르크선(Oseberg Ship, 9세기) 발견 이후 노르웨이에서는 발굴된 바이킹 배가 없었다. 그렇기에 2021년 말, 스칸디나비아 고고학자들은 옐레스타드의 배 뱃머리에 마지막 붓질을 끝내며 큰 자부심을 느꼈다. 이 배는 노르웨이 남동부 할덴(Halden) 근처 옐레스타드에서 2018년 가을, 지표 투과 레이더(GPR) 탐사를 통해 흙무덤 아래 매장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2018년 10월 15일 노르웨이 문화유산연구소(Niku)가 공개한 사진으로, 지하 레이더로 확인된 바이킹 배의 윤곽. 노르웨이 할덴 인근. 출처: Niku/AFP

서기 800년경, 족장의 무덤으로 매장된 배

이 배에 대한 연구가 최근 완료되었다. 직경 32m의 풀이 덮인 흙무덤 아래, 이 배는 서기 800년경 바이킹 사회의 일부 족장을 장사 지내는 관습에 따라 매장되었다. 배는 통나무 위에 얹혀 인근 강에서 운반된 뒤 파낸 구덩이 바닥에 안치되었다. 수많은 사람, 어쩌면 노예(트렐, traell)들이 동원되어야 했을 힘든 작업이었으리라. 이후 고인의 유해를 안치하기 위한 장례실이 배 위에 세워졌고, 장례 의식이 거행된 뒤 배를 으깨지 않도록 정교하게 쌓아 올린 두터운 흙층으로 덮였다. 그리고 긴 세월이 흘렀다. 시간이 이루어 놓은 일이 있었다면, 도굴꾼들이 저지른 일 또한 있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2020년 10월, 노르웨이 고고학자들이 진행한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발굴 작업. 출처: Marghrethe K.H. Havgar

배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발견되면서, 오슬로 대학교 연구원 크리스티안 로흐센 로드수드(Christian Lochsen Rodsud)는 미세 곰팡이가 진행하는 파괴보다 앞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확보하기 위해 작업 속도를 끊임없이 높였다. 옐레스타드 선박 발굴 프로젝트의 책임자인 그는 모든 유물을 흙 덩어리째로 추출해, 오슬로 한복판 국립역사박물관 실험실에서 정밀 분석하도록 지시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

11월, 옐레스타드에서 오슬로 국립박물관으로 옮겨진 흙 덩어리 하나. 실험실 발굴이 진행된다. 출처: Kulturhistorisk museum

현장에서는 장례실에서 나온 철과 구리 합금 조각, 상자 부품과 장식 부속, 그리고 선체 판재를 이어붙이는 데 쓰인 수백 개의 못과 리벳이 추출되었다. “모든 못의 위치는 선체 구조를 보존하고 3D 재구성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세밀하게 기록되었습니다.”라고 로드수드 연구원은 과학지 Sciences et Avenir와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선체에서 발견된 못과 리벳을 보호하는 작업. 출처: Marghrethe K.H. Havgar

오세베르크와 곡스타드(Gokstad)의 바이킹 배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도굴의 흔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많은 단서를 수집할 수 있었습니다.”라고 그는 덧붙였다. 장례실에서는 다량의 말 치아와 함께 560개의 소 뼈, 화석된 인골이 발견되었다. “바이킹 엘리트의 다른 무덤 유적에서도 동물 참수 사례를 이미 접한 적이 있습니다.” 고고학자들을 놀라게 한 발견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배 바닥재에 예상되던 참나무가 아닌 침엽수 목재가 사용된 점, 그리고 선체 아래에 놓인 커다란 도끼의 녹슨 자국이었다. 이것은 의식에 쓰인 유물이었을까? 해당 퇴적물 덩어리는 곧 3D 스캔과 X선 촬영을 거치게 된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X선 촬영된 흙 매질 속 철제 리벳. 출처: Kulturhistorisk museum

로드수드 연구원은 이렇게 말한다. “저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배 전체에 대한 종합 문서화입니다. 이를 통해 모든 유물의 디지털 모델을 제작하고, 훗날 복원 작업의 기초로 삼을 수 있습니다. 오슬로 자연사박물관으로 옮겨진 자료의 분석에는 앞으로도 수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X선과 CT 촬영을 통한 조사, 출토 유물과 선체 유구의 보존 처리가 저희 연구의 우선순위입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발견된 유물 중 하나인 거대한 호박 구슬. 유사한 사례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출처: Kultuhistorisk museum

실험실 분석 과정에서 또 다른 놀라움이 기다리고 있다. 일부 퇴적물 덩어리 속에서 이미 알록달록한 구슬들이 엿보였고, 곧 정밀 검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그중 하나인 거대한 호박 구슬은 이미 추출되었다. “검에 달린 구슬, 즉 소드 비드(sword bead)일 가능성이 있습니다.”라고 노르웨이 고고학자는 말했다. 바이킹들은 호박에 보호의 힘이 깃든다고 믿었으며,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검에 이런 구슬을 장식했다. 끈으로 칼집에 매달린 이 구슬들은 일종의 부적으로 작용했다. 옐레스타드 배에서 회수된 구슬은 고인이 발키리, 즉 바이킹 전사의 낙원으로 향하는 여정을 무사히 지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했을지도 모른다.

오세베르크와 곡스타드의 무덤 배

2018년 옐레스타드 배가 발견되기 전까지 노르웨이에서 발굴된 바이킹 무덤 배는 단 두 척뿐이었다. 하나는 1880년 니콜라이 니콜라이센(Nicolay Nicolaysen)이 산다르(Sandar)에서 발굴한 곡스타드선이고, 다른 하나는 1904년 가브리엘 구스타프손(Gabriel Gustafson)이 발굴한 길이 21m의 오세베르크선이다. 곡스타드선은 원양 항해용으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한 남성의 무덤이었다. 그의 유해 근처에서는 공작 두 마리와 맹금류 두 마리의 유해가 나왔고, 배 밖에는 열두 마리의 말과 일곱 마리의 개가 묻혀 있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노르웨이 오슬로의 '바이킹 선박 박물관'에 전시된 몇 안 되는 바이킹 배 중 하나인 오세베르크선. 출처: AFP

오세베르크 무덤 배에서는 열다섯 마리의 말, 네 마리의 개, 두 마리의 소, 썰매, 그리고 귀중한 직물을 포함한 방대한 양의 유기물 등 인상적인 유물이 출토되었다.

노르웨이 옐레스타드 바이킹 배, 100년 만에 밝히는 고대의 비밀1904년 발견 당시의 오세베르크선. 출처: AFP

1948년에는 이곳에서 신분 높은 두 여성의 유골도 추가로 발견되었다. 이들은 노르웨이의 초대 국왕인 '곱게 빗질한 하랄(Harald Fairhair)'과 혈연 관계일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스칸디나비아 장례 관습에서 배의 활용에 대한 해석 중 하나는 죽은 자를 내세로 인도하는 데 도움을 준다는 생각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실제 배는 점차 사라지고, 배 모양으로 늘어놓은 돌 무덤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