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모든 선박에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는 장치가 있습니다. 바로 음파를 이용해 수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음향 수심 측정기)입니다. 이 장치를 발명한 사람은 독일 메클렌부르크 출신의 엔지니어 알렉산더 벰(Alexander Behm)이며, 그 발명의 계기는 안타깝게도 '타이타닉'호의 침몰이라는 대참사였습니다.
글: 코르넬리우스 코브(Cornelius Kob)
1912년 4월 14일, 세계를 뒤흔든 비극
1912년 4월 14일, 당시 가장 크고 빠른 여객선이었던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해 침몰하면서 약 1,500명이 목숨을 잃습니다. 이 참사는 전 세계에 충격을 안겼고, 젊은 엔지니어였던 알렉산더 벰 역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당시 벰은 빈(Vienna)의 물리기술연구소所长을 맡아 음파의 전파 현상을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 연구에서 착안해 음파를 이용해 빙산의 위치를 탐지하는 장치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립니다. 이 장치가 실현되면 밤이나 짙은 안개 속에서도 빙산을 미리 발견할 수 있어 같은 참사를 막을 수 있으리라 기대했습니다.
벰은 프로젝트에 대한 지원을 찾다가 뮌헨 대학교의 추천으로 헤르만 안쉬츠켐페(Hermann Anschütz-Kaempfe)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1905년 킬(Kiel)에서 자이로 컴퍼스(회전 나침반)를 생산하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초기의 시련을 극복한 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독일 해군에 납품하며 성공을 거두고 있었습니다.
1913년 7월 22일, 에코사운더 특허 등록
소나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물속으로 음파를 발사하고, 장애물에 반사되어 되돌아오는 신호를 포착하는 것입니다.
안쉬츠켐페에게 아이디어를 발표한 벰은 그 회사의 기술 설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고, 재정적 지원도 받게 됩니다. 처음에는 총을 발사해 소리를 내고 반사된 신호의 강도를 측정한 뒤 이를 통해 거리를 계산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이 방법은 실용성이 떨어져 결국 방식을 바꾸게 됩니다.
새로운 원리는 음파가 목표물에 닿았다가 되돌아올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계산하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장치의 이름인 '에코사운더(Echolot, 반향 수심계)'가 붙여졌습니다. 이제 요란한 폭발음 대신 작은 삑삑 소리만으로도 측정이 가능해졌습니다. 이 공정은 1913년 7월 22일 특허로 등록되었는데, 특허 출원과 비용 부담은 헤르만 안쉬츠켐페가 맡았습니다. 그는 벰에게 특허를 넘기면서 단 한 가지 조건을 달았습니다. 바로 회사를 설립해 이 특허를 실제 제품화하라는 것이었습니다.
1920년, 킬에서 양산 시작
에코사운더 100주년을 맞아 알렉산더 벰을 기리는 우표도 발행되었습니다.
필요한 자금이 마련되지 않아 벰이 직접 회사를 설립할 수 있었던 것은 1920년이 되어서였습니다. 그는 킬에 '벰 에코사운더 회사(Behm-Echolot-Gesellschaft)'를 세워 장치의 대량 생산에 나섭니다. 이 회사는 1952년 벰이 사망한 뒤에도 운영을 이어가다 1970년에야 문을 닫았습니다.
이후 측정 방식의 세부 사항이 조금씩 다른 경쟁 제품들이 잇달아 등장했습니다. 당시 해운 분야 신기술의 최대 고객이었던 독일 제국 해군은 이 장치들을 철저하게 시험 평가했습니다. 군사적으로 활용하려면 수심을 아주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검증된 소나는 곧 모든 대형 선박의 필수 장비로 자리 잡게 됩니다.
알렉산더 벰 연보
- 1880년 11월 11일: 메클렌부르크의 슈테른베르크(Sternberg)에서 출생
- 1888~1896년: 김나지움(중등학교)에 다니며 졸업 후 하더슬레벤(Hadersleben)에서 총포공으로 1년간 견습 수련
- 1903년까지: 카를스루에에서 물리학 전공, 이후 물리학 연구소 조교로 수 년간 근무, 그리고 빈으로 옮겨 물리기술연구소所长 취임
- 1913년 7월 22일: 에코사운더 발명에 대해 제국 특허 획득
- 1920년: 킬에 벰 에코사운더 회사 설립
- 1928년: 킬 대학교에서 명예 박사 학위 수여
- 1952년 1월 22일: 플렌스부르크 인근 타르프(Tarp)에서 71세로 별세
잠수함 탐지와 어군 탐지기로의 발전
에코사운더의 발전형인 소나(Sonar)는 수중에서 잠수함의 위치를 찾아내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습니다. 배를 빙산 충돌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발명한 벰이 상상하지 못했던 용도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소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잠수함 승조원들은 적의 위치를 간파할 수 있는 적군 소나의 삑삑거리는 소리를 몹시 두려워했다고 합니다. 에코사운더와 달리 소나는 음파를 수평 방향으로 발사하기 때문에 송신기에서 먼 거리에 있는 물체도 탐지할 수 있습니다.
한편 순수한 민간 용도로 발전된 형태가 바로 어군 탐지기(피시 파인더)입니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어부들이 배 아래 물고기 떼의 규모와 종류를 파악해 어획량을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빙산 탐색에는 레이더가 더 적합
흥미롭게도 에코사운더는 벰의 최초 목표였던 빙산 탐지에는 그다지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이 역할에 어울리는 또 다른 발명이 있었으니, 음파가 아닌 전자기파의 반사를 이용해 멀리 있는 물체를 표시하는 장치입니다. 1904년 니더작센 출신의 크리스티안 휠스마이어(Christian Hülsmeyer)가 발표한 '텔레모빌로스코프(Telemobiloskop)'가 바로 그것으로, 훗날 우리가 알고 있는 '레이더(Radar)'의 원형이 되었습니다.
110건의 특허를 낸 다작의 발명가
에코사운더는 벰의 유일한 발명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평생 총 110건의 특허를 등록했는데, 그중에는 사람의 귀에 들리지 않는 '무음 개 호루라기'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열렬한 낚시 애호가이기도 했던 그는 낚싯바늘이나 낚싯대, 릴 등 이 분야에서도 수많은 새로운 장치를 개발했습니다. 끊임없이 개선된 미끼와 낚싯대, 릴을 고안해냈으며, 가장 잘 알려진 발명품은 선체 모양에 안정용 키(舵)를 단 인공 미끼 '벰 블링커(Behm Blinker)'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