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헬렌 켈러: 어둠과 침묵을 뚫고 세상을 밝힌 의지의 힘

헬렌 애덤스 켈러(Helen Adams Keller, 1880~1968)는 미국의 작가, 사회운동가, 강연가입니다.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시력과 청각을 잃고 말도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소설과 정치 에세이를 집필했으며 페미니즘과 사회주의 운동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그녀의 불굴의 의지는 오늘날까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존경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시력과 청각을 잃다

케이트 애덤스와 아서 H. 켈러의 딸로 태어난 헬렌 켈러는 1880년 6월 27일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태어났습니다. 1882년 2월, 생후 24개월이던 그녀는 급성 질환으로 인해 시력과 청각을 모두 잃게 되었고, 갑작스럽게 세상과 단절되었습니다. 이후 어린 헬렌은 부모나 친척들과 의사소통하기 어려워졌으며, 가정부의 딸과 간단한 몸짓으로만 소통할 수 있었습니다.

1886년, 헬렌의 어머니는 그녀를 데리고 전문의인 J. 줄리언 치솔름 박사를 찾아갔습니다. 박사는 청각장애 아동 치료에 힘쓰던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게 그들을 소개했고, 벨은 다시 보스턴에 있는 맹인 연구소인 '퍼킨스 맹학교'를 안내해 주었습니다. 학교 교장은 자신의 제자였던 앤 설리번에게 헬렌의 교육을 맡겼는데, 앤 역시 시각장애를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이 만남은 무려 49년간 지속될 특별한 관계의 시작이었습니다.

1887년 3월, 앤은 켈러 가족의 집에 도착하자마자 헬렌의 손바닥에 단어를 하나씩 새기며 의사소통을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는 헬렌은 좌절감에 자주 화를 냈습니다. 부모가 모든 것을 관대하게 받아주자, 앤은 가족의 허락을 받아 헬렌과 함께 외딴 헛간으로 들어가 두 사람만의 교육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앤 설리번과 함께한 시간

어느 날 정원에서, 앤은 헬렌의 손을 우물물에 닿게 한 뒤 'water(물)'라는 단어를 반복해서 손바닥에 새겨 주었습니다. 그 순간 헬렌은 앤이 손으로 표현하는 기호와 자신이 만지는 사물 사이의 연관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앤의 손을 붙잡고 정원 곳곳을 뛰어다니며 모든 사물의 이름을 물었고, 그날 하루에 무려 30개가 넘는 단어를 습득했다고 전해집니다.

헬렌은 점자를 배우며 읽는 법도 익혔고, 자신을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더 이상 화를 내거나 폭발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1888년에는 퍼킨스 맹학교에 입학했고, 1894년에는 앤과 함께 뉴욕으로 가 라이트-휴메슨 농학교에서 공부했습니다. 1900년에는 캠브리지의 여자 문리대학인 래드클리프 칼리지에 입학하여 1904년 우등으로 졸업했습니다. 그녀는 발화 훈련을 통해 말을 배웠고, 상대방의 입술을 손으로 만져 움직임을 읽어 대화 내용을 '들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연설가이자 사회운동가

1905년 앤이 존 메이시와 결혼했지만, 그녀는 계속 헬렌 곁에 머물렀습니다. 두 사람은 함께 미국맹인재단(American Foundation for the Blind)을 설립했습니다. 헬렌은 여러 사회적 현안에 참여하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연가로 성장했습니다. 1915년에는 시력 연구, 보건, 영양 분야를 위해 '헬렌 켈러 인터내셔널(Helen Keller International)'을 설립했고, 1920년에는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시민자유연맹(ACLU) 창설에도 기여했습니다.

사회당 당원이었던 그녀는 1909년부터 1921년까지 활발히 활동했으며, 여성 참정권을 요구하는 서프러제트(suffragette)로서 여성의 투표권 운동에도 앞장섰습니다. 또한 세계 곳곳을 여행하며 유명 인사들과 교류했는데, 그레이엄 벨, 찰리 채플린, 마크 트웨인 등과 친분을 쌓았고 여러 미국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그녀는 평생 소설, 자서전, 에세이 등 12권의 저서와 수많은 기고문을 남겼습니다.

1936년, 앤 설리번이 세상을 떠났고 헬렌은 끝까지 그녀의 손을 잡고 있었다고 합니다. 앤의 죽음 이후 헬렌은 그녀를 용감하고 헌신적인 스승이자 '선생님'이라고 회고하며 추모했습니다. 1961년 헬렌은 심장마비를 겪은 후 집에서 요양하며 지냈고, 1968년 6월 1일 잠든 사이 조용히 생을 마감했습니다. 생전과 사후에 걸쳐 헬렌 켈러는 수많은 영예와 추모를 받았으며, 1965년부터 미국 여성 명예의 전당(National Women's Hall of Fame)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