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 줄리엣 올가 블랑제(Marie Juliette Olga Boulanger), 예명 릴리 블랑제(Lili Boulanger, 1893~1918)는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걸작을 남긴 프랑스의 작곡가입니다. 그녀는 로마 대상(Grand Prix de Rome)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작곡가로서, 음악사에 특별한 족적을 남겼습니다.
남다른 재능의 음악 신동
릴리 블랑제는 1893년 8월 21일 파리에서 음악가 집안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 라이사 미셰츠카야(Raïssa Myshetskaya)는 러시아 출신 성악가였고, 아버지 에르네스트 블랑제(Ernest Boulanger)는 작곡가이자 성악 교사였습니다.
하지만 릴리의 어린 시절은 순탄하지 않았습니다. 두 살 때 폐렴에 걸린 이후 평생 건강 문제와 싸워야 했습니다. 언니 나디아(Nadia)와 함께 어린 나이에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릴리는 놀라운 재능을 보였는데, 글자를 읽기 전에 이미 악보를 해독할 수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허약한 건강 때문에 집에서 피아노, 하프, 바이올린, 오르간, 첼로 등 다양한 악기를 배웠으며, 아주 어린 시절부터 작곡을 시작했습니다. 열세 살에 작곡한 마장조 왈츠(Valse en mi majeur)는 그녀의 초기 작품 중 하나로 오늘날까지 전해집니다.
로마 대상을 수상한 최초의 여성
1909년, 릴리 블랑제는 파리 음악원의 작곡과에 입학했습니다. 1912년에는 아버지가 1835년에 수상했던 로마 대상에 도전했지만, 건강 악화로 인해 대회를 끝까지 마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인 1913년, 그녀는 칸타타 파우스트와 헬레네(Faust et Hélène)로 로마 대상을 수상하며 역사상 최초의 여성 수상자가 되었습니다. 이 작품은 대중과 평론가들 모두에게 큰 호평을 받았으며, 같은 해 11월 24일에는 엘리제 궁전에서 레몽 푸앵카레 대통령으로부터 공식 축하를 받았습니다.
질병과 싸우며 이어간 창작
1914년, 릴리는 로마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이탈리아로 건너가 활발히 창작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피아노, 오르간, 오보에, 바이올린, 첼로, 플루트를 위한 곡들과 시에 붙인 다수의 성악곡들을 작곡했습니다.
하지만 장결핵 진단을 받으면서도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작곡을 계속했습니다. 병마 앞에서 느낀 절망과 갈망은 그녀의 작품 곳곳에 깊은 흔적을 남겼습니다. 1918년, 생애의 마지막 순간이 다가오자 힘을 잃은 그녀는 마지막 작품 Pie Jesu를 언니 나디아에게 구술로 남겼습니다.
릴리 블랑제는 1918년 3월 15일, 불과 스물네 살의 나이로 일드프랑스 지역 이블린(Yvelines)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짧지만 강렬했던 그녀의 삶과 음악은 오늘날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