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밤의 마녀들'을 창설한 소련의 전설적 여성 비행사, 마리나 라스코바

마리나 미하일로브나 라스코바(Марина Михайловна Раскова, 1912~1943)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소련의 여성 비행사입니다. 붉은 군대에 입대한 그녀는 여성으로만 구성된 항공 연대 세 개를 창설했으며, 그중 588 야간폭격항공연대(NBAP)는 독일군에게 '밤의 마녀들(Night Witches)'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습니다.

 밤의 마녀들 을 창설한 소련의 전설적 여성 비행사, 마리나 라스코바

소련 공군 최초의 여성 항법사

 밤의 마녀들 을 창설한 소련의 전설적 여성 비행사, 마리나 라스코바마리나 미하일로브나는 1912년 3월 28일 모스크바에서 교수 안나 리우바토비치와 오페라 가수 미하일 말리닌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그녀의 숙모 타티야나 리우바토비치 역시 유명한 가수였습니다. 어린 시절 마리나는 부모의 권유에 따라 음악가의 길을 걷도록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일곱 살이 되던 해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은 소녀는 결국 음악을 포기하기로 마음먹습니다.

이후 마리나는 화학 공부에 매진했고, 1929년 졸업 후 한 염료 공장에서 화학자로 취직했습니다. 그곳에서 항공 기술자 세르게이 라스코프를 만나 곧바로 결혼하여 딸 타티야나를 낳았지만, 몇 년 뒤 두 사람은 이혼하게 됩니다.

결혼 무렵부터 마리나는 항공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결혼 다음 해 그녀는 주콥스키 항공 아카데미에 채용되었고, 1934년에는 소련 공군 최초의 여성 항법사가 되었습니다. 이듬해에는 자격을 갖춘 조종사이자 교관이 되었으며, 1937년에는 시험 비행사로 임명되었습니다.

1938년, 마리나는 발렌티나 그리조두보바, 폴리나 오시펜코와 함께 모스크바에서 콤소몰스크까지 5,900km를 비행하며 여성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웠습니다. 비행 도중 추락 위기에 처해 강제 사출을 해야 했던 그녀는 물 없이, 거의 식량 없이 눈 덮인 설원에서 10일을 버텨야 했습니다. 같은 해 11월, 세 사람은 이 업적으로 소련 영웅 칭호를 받았는데, 이는 여성 최초로 수여된 영예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과 여성 항공 연대의 탄생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1941년, 마리나 라스코바는 여성 조종사들이 전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당시 여성의 참전이 공식적으로 금지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는 지원이 강력히 만류되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스탈린과의 개인적 인맥을 활용해 여성 연대 창설을 성사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941년 10월, 스탈린은 여성으로만 구성된(기술자와 지상 요원 포함) 제122 항공단 창설을 명령했습니다. 이 부대는 세 개의 연대로 이루어졌습니다.

  • 제586 전투기 연대 — 타마라 카자리노바가 지휘
  • 제587 폭격기 연대 — 마리나 라스코바 본인이 지휘
  • 제588 야간 폭격 연대 — 옙도키야 베르샨스카야가 지휘. 훗날 독일군이 붙인 별명 '밤의 마녀들'로 널리 알려졌으며, 소련 항공대 중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연대가 되었습니다.

1943년 1월 4일, 스탈린그라드 전투 중 마리나는 페틀랴코프 Pe-2 폭격기 2기를 전선으로 이송하던 중 갑작스러운 폭풍우를 만나 볼가 강변의 절벽에 충돌했습니다. 탑승한 승무원 전원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스탈린은 국장(國葬)을 명했고, 마리나 라스코바의 유해는 크렘린 궁벽에 안치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