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최초의 여성 종군사진기자 게르다 타로(Gerda Taro), 카파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

뛰어난 재능과 용기를 지닌 사진가 게르다 타로는 세계 최초의 여성 종군사진기자로, 스페인 내전을 취재했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연인이자 동료였던 로버트 카파의 그늘에 가려져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습니다.

혁명가를 꿈꾸던 젊은 시절

최초의 여성 종군사진기자 게르다 타로(Gerda Taro), 카파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게르다 타로는 본명 게르타 포호릴레(Gerta Pohorylle)로, 1910년 8월 1일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습니다. 폴란드 갈리치아 출신 유대인 중산층 가정의 딸로, 스위스 기숙학교에서 부르주아적 교육을 받으며 미술과 정치를 배웠습니다.

1930년 경제적 어려움으로 포호릴레 가족은 라이프치히로 이주했고, 게르타는 그곳에서 의대생 게오르크 쿠리츠케를 만나 혁명적 사상을 키워갔습니다. 나치즘에 반대하는 좌파 단체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그녀는 1933년 반나치 전단지를 배포하다 체포됩니다. 같은 해 말, 정치적 반대세력에 대한 탄압이 거세지자 게르타는 독일을 떠나 파리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후 가족들도 하나둘 망명길에 올랐지만, 게르타가 다시 가족을 만나는 일은 끝내 없었습니다.

로버트 카파와의 운명적 만남

세계 대공황으로 황폐해진 프랑스에서 게르타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애썼지만, 임시 비서직 정도밖에 얻지 못했습니다. 몽파르나스의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며 좌파 지식인과 활동가들의 모임에 자주 드나들었고, 그곳에는 망명 중인 독일 사회주의 노동자당(SAP) 회원들도 있었습니다.

게르타는 결국 사진통신사 얼라이언스-포토(Alliance-Photo)에서 어시스턴트 자리를 얻게 됩니다. 그곳에서 헝가리 출신 젊은 사진작가 엔드레 프리드만(Endre Friedmann)을 만났는데, 그 역시 좌파 활동에 가담했다가 체포된 전력이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첫 만남부터 잘 통했고, 곧 불같은 연애에 빠져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엔드레의 재능을 눈여겨본 게르타는 그의 커리어를 직접 관리하기로 결심합니다. 신문사들이 그의 사진을 헐값에 사가던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녀는 '유럽에 막 도착한 미국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라는 인물을 만들어냅니다. 이 작전은 성공을 거두었고, 게르타는 연인의 작품을 신문사에 좋은 값에 판매하는 데 성공합니다.

게르다 타로로서의 새로운 시작

최초의 여성 종군사진기자 게르다 타로(Gerda Taro), 카파의 그림자에 가려진 삶

연인의 커리어를 지원하던 게르타는 자신도 '게르다 타로(Gerda Taro)'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그의 곁에서 사진술을 배우기 시작합니다. 1936년 2월에는 첫 언론기자증을 발급받았고, 정치적 열정을 잃지 않았던 두 사람은 같은 해 5월 프랑스 인민전선 집권을 함께 취재했습니다. 공동 작업으로 찍은 사진들은 서로 섞여 '카파'라는 이름으로 서명되었습니다.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자 게르다와 로버트는 즉시 전선으로 향해 국제여단과 공화파 진영과 함께 전황을 취재했습니다. 공화파에게 '붉은 머리 꼬마'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그들의 대의에 깊이 공감했던 게르다는, 전투와 군사 작전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 위험을 무릅쓰고 사진을 담아냈습니다. 사진에는 '카파와 타로'라는 서명이 붙었지만, 로버트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는 동안 그의 파트너였던 게르다는 정당한 평가를 받지 못했습니다.

브루네트 전투, 그리고 마지막 순간

독립을 쟁취하고자 했던 게르다는 로버트의 청혼을 거절하고, 그가 파리로 돌아갈 때 스페인에 남아 발렌시아 폭격을 취재하며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으로 사진에 서명합니다. 마드리드 근교 브루네트 전투 당시 국민파 선전이 해당 지역을 이미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와중에도, 현장의 실제 상황을 목격하고 보도한 유일한 기자는 게르다였습니다.

1937년 7월, 공화군이 브루네트에서 후퇴하던 중 게르다 타로는 공화군 전차에 치여 크게 다칩니다. 다음 날, 27세 생일을 조금 앞두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순직한 최초의 여성 종군기자이자 반파시즘의 상징으로서, 그녀의 장례식에는 수천 명이 몰렸으며 그녀는 파리 페르 라셰즈 묘지에 안장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