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96. 사르다르 파텔의 실용주의 — 왕족을 포섭한 인도 통합 전략

96. 사르다르 파텔의 실용주의 — 왕족을 포섭한 인도 통합 전략

결단력과 실용성을 겸비한 사르다르 파텔

사르다르 파텔은 결단력이 강한 만큼 철저하게 실용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반쯤 공허한 이상론을 무의미한 것으로 치부했고, 언제나 오직 목표에만 시선을 고정했다. 그렇기에 그는 왕들에게 강압이 아닌 실용적인 지혜를 동원했다. 다양한 왕실 특권, 막대한 금액의 '프라이버 퍼스(Privy Purse)', 그리고 라지프라무크(Rajpramukh)와 우프라지프라무크(Uprajpramukh)라는 명예 직위까지 내밀며 왕들을 포섭함으로써 정치적 목표를 성공적으로 달성해냈다.

왕들에게 약속된 화려한 특권

카푸르탈라 번왕국의 디완(재상)을 지낸 자르마니 다스는 왕들에게 제공된 특권에 대해 이렇게 기록했다. "파텔은 왕들에게 아낌없이 특권을 허용했다. 왕들의 궁전은 계속 소유할 수 있었고, 모든 종류의 세금에서 면제되었다. 궁전에서 쓰는 전기와 물은 무료로 공급되었다."

또한 자동차에는 특별한 붉은색 번호판을 부착할 수 있었고, 차량과 궁전에는 번왕국의 깃발을 게양할 수 있었다. 해외에서 귀국할 때는 짐 검사를 받지 않았으며, 법정 출석 의무도 면제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마하라자도 인도 정부의 허가 없이는 민사·형사 혐의로 기소될 수 없었다. 영국 통치 시절과 똑같은 군대 경례, 예포 발사, 붉은 융단 의전도 그대로 보장되었다. 궁전에는 군 경호대를 배치할 수 있었다. 마하라자들은 왕관 보석을 제외하고 수천만 루피어 어치의 다이아몬드와 보석을 소유할 권리를 누렸다.

몰래 이루어진 보물의 유출

문제는 왕관 보석이었다. 왕관 보석은 번왕국의 공적 재산으로 간주되어 국가로 넘어가야 했지만, 이미 그 자리는 가짜로 채워져 있었다. 왕들은 수십만 루피어 상당의 진주 목걸이를 가짜 진주 목걸이로 바꿔치기했다. 바로다의 왕은 2천만 루피어 어치의 일곱 줄 진주 목걸이, 세 개의 귀한 다이아몬드가 박힌 목걸이—'스타 오브 사우스', '유진', '샤 악바르'라 불리는 명보석들—, 그리고 진주로 수놓은 융단 두 필을 손에 넣었고, 이 보물들은 바로다 보물고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일부러 감은 눈, 그리고 통합 문서

사르다르 파텔은 왕들의 이런 약탈 행태에 일부러 눈을 감았다. 그는 왕들의 봉건 통치에서 수많은 백성을 해방시키기 위해 치른 대가가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족장의 그물에 걸린 왕들은 통치권과 권위를 인도 정부에 넘겼고, 양떼처럼 줄지어 통합 문서에 서명했다.

프라이버 퍼스와 왕실 특권 문제를 최종 확정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 걸렸다. 인도 정부는 왕들이 영국령 인도 정부로부터 조약과 공로의 대가로 받았던 권리, 특권, 작위를 인정하고 보호하겠다고 공식 약속했다. 왕들은 족장을 믿었다. 아니, 믿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선택지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그리하여 왕들은 받기로 한 것만 챙긴 채 왕국을 떠났다. 황금 왕관은 이미 머리에서 벗겨진 지 오래였고, 남은 것은 겉으로 빛나는 색채뿐이었다. 그마저도 훗날 인디라 간디 총리가 프라이버 퍼스 폐지와 함께 깨끗이 닦아내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