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포럼 근처에 우뚝 서 있는 트라야누스 기둥(Colonna Traiana)은 서기 113년경, 황제 트라야누스의 다키아 정복 전쟁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건립된 기념물입니다. 기둥 몸체를 따라 나선형으로 새겨진 방대한 부조가 특히 유명한데, 그렇다면 이 기둥 꼭대기의 동상은 어떻게 트라야누스 황제에서 성 베드로로 바뀌게 되었을까요?
원래 있던 트라야누스 황제 동상
기둥이 완공되었을 당시 꼭대기에는 금박을 입힌 청동 트라야누스 황제 동상이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러나 중세 시대를 거치면서 이 동상은 행방을 알 수 없게 되었습니다. 정확히 언제, 어떤 경위로 사라졌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중세 초기에 도굴되거나 철거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1587년, 성 베드로 청동 동상으로 교체
오늘날 기둥 꼭대기에서 하늘을 향해 손을 든 채 서 있는 것은 성 베드로의 청동 동상입니다. 1587년, 르네상스 시대의 로마 개조 사업을 주도하던 교황 식스토 5세(Sixtus V)가 이 자리에 성 베드로 동상을 세우도록 명했고, 건축가 도메니코 폰타나(Domenico Fontana)가 이를 설치했습니다. 이후 이 동상은 4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성 베드로 대성당의 동상과의 혼동에 주의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내부에도 매우 유명한 청동 성 베드로 좌상이 있습니다. 이 동상은 13세기 조각가 아르놀포 디 캄비오(Arnolfo di Cambio)의 작품으로 알려져 있으며, 수많은 순례자들이 성인의 발에 입을 맞추며 기도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기둥 위의 동상과 종종 혼동되지만, 두 작품은 서로 다른 곳에 있는 별개의 동상입니다.
정리
결론적으로, 트라야누스 기둥 꼭대기의 원래 동상은 중세에 사라졌으며, 1587년 교황 식스토 5세에 의해 성 베드로의 청동 동상으로 교체되었습니다. 고대 로마의 영광을 기념하던 기둥이 기독교의 상징으로 재해석된 이 사례는, 로마가 겪어온 역사적·종교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