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란둥스브뤼켄(Landungsbrücken)에 정박해 있는 박물관 선박 "릭머 릭머스(Rickmer Rickmers)"는 도시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입니다. 2006년부터 이 화물선 출신의 범선은 도이체 포스트(Deutsche Post)의 공식 선박 우체국으로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릭머 릭머스" 호의 뱃머리에는 다소 특이한 인물상이 장식되어 있습니다. 대부분의 배가 사자, 인어 또는 기사상으로 험한 파도를 가르는 곳을 장식하는 반면, 이 배에는 선원복을 입은 통통한 소년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바로 유명 해운 회사 Rickmers의 창립자 손자, 세 살배기 릭머(Rickmer)입니다. 1987년부터 란둥스브뤼켄에 정박해 온 125년 된 전통 범선은 그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습니다.
브레머하펜에서 태어난 강철 범선
"릭머 릭머스" 호는 1896년 브레머하펜(Bremerhaven)에 있는 자체 조선소에서 화물 범선으로 건조되어 진수되었습니다. 강철로 만들어진 배 전체는 Rickmers 해운 회사의 상징인 녹색, 흰색, 빨간색으로 칠해졌습니다. 첫 번째 항해 때는 영국산 석탄을 실고 홍콩으로 향했으며, 귀항 시에는 쌀과 등나무를 싣고 돌아왔습니다.
태풍 앞에서 재난 직전까지 몰린 순간
19세기 말 그림 속 "릭머 릭머스" 호. 당시에는 완전한 돛대를 갖춘 채 운항 중이었습니다.
1904년 8월, 이미 여러 차례 성공적인 항해를 마친 "릭머 릭머스" 호는 희망봉 인근에서 거대한 태풍과 마주쳤습니다. 화물이 미끄러지면서 배가 전복될 위기에 처했고, 승무원들은 세 번째 마스트의 상단을 절단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화물선은 피난을 위해 케이프타운에 기항해 재편성되었는데, 이후 후방 마스트의 사각돛 대신 앞뒤 개프(gaff) 돛을 갖춘 바크(bark) 형태로 항해하게 되었습니다.
'릭머 릭머스'에서 '막스(Max)'로
1912년 Rickmers 해운 회사는 함대를 완전히 증기선으로 전환하기 위해 보유한 모든 범선을 매각했습니다. 함부르크 해운 회사 크라벤회프트(Krabbenhöft)가 "릭머 릭머스" 호를 인수하며 이름을 "막스"로 변경했고, 칠레와의 초석 무역에 활용했습니다.
포르투갈 국기를 든 날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발발할 당시, 이 배는 칠레에서 돌아오던 길에 중립국인 아조레스 제도에 기항해 있었습니다. 1916년 포르투갈 정부가 이 배를 압수해 이름을 "플로레스(Flores)"로 바꾼 뒤 영국군의 전쟁 물자 수송에 동원했습니다. 1918년 전쟁이 끝난 후에도 포르투갈은 1922년까지 이 배를 계속 화물선으로 사용했습니다.
화물선에서 훈련선으로
1924년 포르투갈 해군이 이 배를 구입하면서 항해 훈련선으로 개조되고 이름도 "사그레스(Sagres)"로 바뀌었습니다. 기존 선수상은 부서진 뒤 15세기 포르투갈의 위대한 항해사인 헨리 왕자의 형상으로 교체되었습니다. 1930년에는 두 대의 디젤 엔진이 보조 추진 장치로 장착되었습니다. 1962년 해군은 이 배를 퇴역시키고 돛대를 절단한 후 "산토 안드레(Santo André)"라는 이름의 보급선, 즉 해상 창고로 활용했습니다.
릭머 릭머스 호 주요 제원
- 건조 연도: 1896년
- 건조 조선소: 릭머 클라센 릭머스(Rickmer Clasen Rickmers), 브레머하펜
- 선박 유형: 풀 리그드십(Full rigged ship), 1904년 이후 바크(Bark)
- 총 길이: 97미터
- 너비: 12.19미터
- 최대 마스트 높이: 54미터
- 흘수: 최대 6미터
- 국적: 독일
- 모항: 함부르크
- 소유주: 릭머 릭머스 재단
정박 위치:
란둥스브뤼켄(Landungsbrücken), 폰톤 1a / 피테 슈미트 부두(Fiete-Schmidt-Anleger)
(란둥스브뤼켄역과 바움발(Baumwall)역 사이)
전화: (040) 319 59 59
자세한 정보는 박물관 선박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함부르크로 향한 마지막 항해
1980년대까지 "산토 안드레" 호는 리스본 인근 알페이테(Alfeite) 해군 항구에 방치된 채 서서히 훼손되고 있었습니다. 함부르크 항구에 박물관 선박을 조성하고 싶었던 단체 "빈트얌머 퓌어 함부르크(Windjammer für Hamburg e.V.)"가 바로 그곳에서 이 배를 발견합니다. 1983년, 배는 예인선에 이끌려 함부르크로 향했고 같은 해 5월 7일 항구 축제(항구 생일)에 맞춰 단체에 인수되었습니다. 며칠 동안 함부르크 시민들은 란둥스브뤼켄에서 낡은 배를 자유롭게 견학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단체는 배를 철저히 개조했습니다. 강철 선체를 샌드블래스트 처리하고 새 목재 데크를 깔았으며, 각종 설비를 완비했습니다. 무려 50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복원 작업에 참여했습니다. 내부에서는 두 대의 디젤 엔진 중 한 대만 수리하고 다른 한 대는 증기 엔진으로 교체했습니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지난 120년간 선박 추진 방식으로 사용된 증기, 디젤, 풍력이라는 세 가지 에너지를 한곳에서 비교해 볼 수 있습니다. 배에는 오래된 릭머 피규어의 복제품으로 만든 새로운 선수상도 설치되었습니다.
함부르크의 밤을 밝히는 박물관 선박
이 배는 낮에는 물론 밤에도 "릭머 릭머스" 호 조명이 켜져 시민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1987년부터 세 마스트 범선은 원래 이름인 "릭머 릭머스"로 란둥스브뤼켄의 박물관 선박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 배는 오랫동안 함부르크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2006년부터는 고유의 특별 소인을 찍어주는 도이체 포스트 공식 선박 우체국으로도 영업 중입니다. 다만 특징적인 녹색 선체를 가진 이 배는 더 이상 항해에 적합하지 않아, 정기 점검을 위해 또는 2021년 3월처럼 항만 당국이 정박 구역을 준설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에만 부두를 떠납니다. 그 외에는 함부르크 시민들이 애정으로 "우리 큰 배"라 불러온 녹색 여인이 란둥스브뤼켄에 묵묵히 닻을 내리고 있습니다.